손해배상 · 의료
환자 A는 복통과 발열 등으로 피고가 운영하는 D병원에 두 차례 입원하였습니다. 첫 입원 시 흉부 X-ray에서 폐렴이 의심되는 소견이 있었으나 의료진은 위장염으로 판단하고 추가 검사 없이 퇴원시켰습니다. 두 번째 입원 시에도 비슷한 증상과 X-ray 소견에도 불구하고 폐병변에 대한 추적 관찰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후 다른 병원에서 폐암 3기A 진단을 받게 되자, 환자 A는 D병원의 의료진이 진료상 과실로 폐암 진단 기회를 상실하게 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진료상 과실은 인정했지만, 폐암의 진행 경과상 진단 지연이 환자 A의 현재 폐암 병기 악화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조기 진단 및 치료 기회를 상실하여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은 인정하여 위자료 3,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018년 2월 4일, 환자 A는 복통, 오심, 설사, 발열 등으로 D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흉부 X-ray 검사에서 '좌상엽에 의심스러운 둥근 경화-폐렴 의심' 소견이 있었고, 보름 전부터 기침, 가래, 콧물 증상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의료진은 급성 위장염 진단 하에 입원시켰고, 다음날 위내시경 후 병변이 없음을 확인하고 퇴원시켰습니다. 2월 6일, 환자 A는 구토, 오심 증세로 D병원에 재내원했고, 흉부 X-ray 검사에서 이전과 큰 변화 없는 소견을 보였습니다. 의료진은 감기 증상이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폐렴이 아니라고 판단, 신경내과 협진까지 의뢰했으나 폐병변에 대한 추가 검사나 추적 관찰 없이 2월 10일 퇴원시켰습니다. 2월 23일 외래 진료에서도 폐병변 확인을 위한 검사는 없었습니다. 같은 해 11월 1일, 다른 병원 건강검진에서 '흉부-국소적 경화 음영, 좌상' 소견으로 흉부질환 의심 통보를 받고, D병원에서 다시 흉부 CT를 촬영한 결과 '좌상엽에 경화 덩어리, 3.7㎝. 감별진단> 폐암' 소견을 받았습니다. 결국 12월 13일 다른 병원에서 폐암(폐선암, T2aN2M0) 3기A 진단을 받고 수술했습니다. 환자 A는 D병원의 진료상 과실로 폐암 조기 진단 기회를 상실하여 병기가 악화되고 치료비 등 적극적 손해와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총 1억 7,782만 5,841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측은 의료진이 적절한 진료를 했으며, 폐암은 조기 발견이 어려워 진단 지연과 환자 A의 현재 상태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의료진이 환자의 흉부 X-ray상 의심 소견과 지속적인 호흡기 증상에도 불구하고 폐병변에 대한 추가 검사나 추적 관찰을 소홀히 한 진료상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이러한 과실이 환자의 폐암 진행 및 악결과 발생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 그리고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감정비용, 사실조회비용은 피고가 부담하고, 나머지 비용의 2/3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판결 선고일인 2022. 10. 1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의 폐병변에 대해 추가 검사나 경과 관찰을 하지 않은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폐암의 특성상 조기 진단이 현재의 폐암 진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 주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적극적 손해배상 청구(치료비)는 기각했습니다. 다만 의료과실로 인해 조기에 폐암을 진단받고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원고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3,000만 원을 인정하여 피고에게 지급을 명했습니다.
이 사례는 '의료과실'과 '상당인과관계', 그리고 '기회 상실의 법리'에 대한 판례입니다.
의료과실(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 의료진은 환자의 증상,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료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할 '주의의무'를 부담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흉부 X-ray 영상에서 '폐렴 의심' 소견이 있었고, 환자가 보름 전부터 기침, 가래, 콧물 증상을 호소하며 감기 증상이 계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폐병변에 대한 감별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를 실시하거나 주기적인 경과 관찰을 하지 않은 것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의료진이 진료기록에 '폐렴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기록만 있을 뿐 그 판단의 근거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점도 과실 인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상당인과관계와 기회 상실의 법리(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불법행위와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의료과실 소송에서 환자의 특정 질병 진행이 의료진의 과실 때문이라는 것을 의학적으로 명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의료진의 진단 지연이 폐암 3기A의 악화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로 인해 환자가 폐암을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비록 질병의 최종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더라도, 적절한 진료를 받았다면 얻을 수 있었던 '치료 기회'를 박탈당한 것 자체가 손해이며, 이러한 기회 상실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배상받을 수 있다는 '기회 상실의 법리'를 적용한 것입니다.
지연손해금 (민법 제379조 및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법원이 판결로 금전 지급을 명할 때, 채무불이행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함께 명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민법은 연 5%의 이율을 정하고 있으나, 소송이 제기된 후에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더 높은 연 12%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이 판결에서는 원고의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날인 2022년 5월 14일부터 판결 선고일인 2022년 10월 14일까지는 연 5%를,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령했습니다.
만약 의료 검사 결과에서 의심스러운 소견이 발견되거나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해당 소견의 의미와 필요한 추가 검사 또는 추적 관찰 계획에 대해 명확히 문의하고 기록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료과가 달라도 환자의 전체적인 증상과 과거 병력,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진료가 이루어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X-ray나 CT와 같은 영상 검사 결과에 대해 '의심 소견'이나 '경과 관찰 필요'와 같은 문구가 있다면, 다음 진료 시 해당 부분에 대한 확인 여부 및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문의해야 합니다. 질병의 조기 진단 기회 상실은 직접적인 병세 악화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받을 수 있는 법리가 있다는 점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