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선천성 심장 질환과 희귀 유전 질환을 앓던 환자가 심도자술 및 심혈관조영술을 받은 후 폐출혈이 발생했고, 이후 위장관 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환자의 유가족은 의료진이 시술 방법 선택, 시술 과정, 응급 조치, 사망 당일 치료, 설명 의무 등에서 과실을 저질러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의료법인과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F은 팔로4징후(선천성 복합 심장병)와 디죠지증후군(희귀 유전 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수차례 심장 수술과 시술을 받아왔습니다. 2020년 2월, 흉부 CT 결과 다수의 동맥 곁가지 혈관과 심한 상행 대동맥 확장, 심한 좌심실 확장 등이 발견되어 치료가 필요했습니다. 의료진은 2020년 6월 12일 망인에게 심도자술 및 심혈관조영술(이 사건 시술)을 실시하던 중 인공호흡기 튜브에서 출혈을 확인했고, 폐출혈을 의심하여 시술을 중단하고 체외막산소화장치(ECMO)를 삽입한 후 중환자실로 이송했습니다. 이후 망인은 폐출혈과 심기능 감소에 따른 부정맥이 반복되다가 뇌 손상이 의심되었고, 7월 말 일반병실로 옮겨졌습니다. 그러나 2020년 8월 21일 입에서 피 섞인 가래와 비위관 출혈이 나타났고, 갑자기 대량의 토혈이 발생하여 의료진이 응급내시경, 색전술, 심폐소생술 등을 시행했음에도 결국 같은 날 18시 31분경 사망했습니다.
유가족들은 환자의 기왕증을 고려했을 때 더 섬세한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지 않고 심도자술을 진행한 것, 시술 과정에서 기구를 과도하게 조작하여 폐출혈을 유발한 것, 폐출혈 발생 후 출혈점을 찾지 못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 사망 당일 소량의 출혈 증상이 있었음에도 즉시 응급 내시경 및 수술을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것, 그리고 시술의 위험성과 대체 치료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환자 유가족들은 의료진이 ① 시술 방법을 잘못 선택했고 ② 시술 과정에서 술기상 과실이 있었으며 ③ 폐출혈 후 응급조치가 미흡했고 ④ 사망 당일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았고 ⑤ 시술 관련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의료 과실 여부와 설명 의무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심리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피고 의료법인과 의사들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의 복잡한 기왕증(팔로4징후, 디죠지증후군, 폐 고혈압 등)을 고려하여 시술 방법(심도자술 및 심혈관조영술)을 선택한 것은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고, 시술 과정에서 시술기구에 의한 혈관 손상 등의 술기상 과실이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시술 중 폐출혈 발생 시 응급조치와 사망 당일 위장관 출혈에 대한 대처 역시 당시 의료수준과 환자 상황에 비추어 최선을 다한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설명 의무와 관련해서도 의료진이 시술의 위험성 및 대체 방법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보아 유가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의료진의 과실이나 설명 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법원은 의료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다음 법리들을 적용했습니다.
의료 과실 판단의 기준 (의사의 주의의무): 의사는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맞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다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 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료 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즉, 의사가 그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최선을 다했다면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어떠한 치료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는 의사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른 재량의 범위 내에 속하며, 여러 합리적인 조치 중 하나를 선택한 것을 과실로 볼 수 없습니다.
의료 과실의 추정: 의료 행위는 전문성이 높아 일반인이 과실 여부나 인과 관계를 밝히기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상의 과실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 사실들을 통해 과실을 추정할 수 있으나, 단순히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과실을 막연히 추정하여 의사에게 무과실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특히, 의료 행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인 합병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합병증 발생 자체만으로 과실을 추정할 수 없습니다.
설명 의무 위반: 의사의 설명 의무는 환자가 수술 등 침습적인 의료 행위를 받기 전, 질병의 증상, 치료나 진단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예상되는 위험성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의료 행위를 선택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입니다. 모든 의료 과정 전반이 아니라 환자에게 중대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거나 자기결정권이 요구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