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 공단이 관리·운영하는 수영장은 하나의 수영조에 성인용 구역(수심 120센티미터)과 어린이용 구역(수심 80센티미터)이 수면 위에 떠있는 코스로프(course rope)만으로 구분되어 함께 설치되어 있고, 수심 표시가 법령에서 정한 수영조의 벽면이 아니라 수영조의 각 구역 테두리 부분에 되어 있습니다. 나이 만 6세·키 113센티미터의 철수가 엄마, 누나와 함께 어린이용 구역에서 물놀이를 하고 밖으로 나와 쉰 다음 다시 물놀이를 하기 위해 혼자서 수영조 쪽으로 뛰어갔다가 튜브 없이 성인용 구역에 빠져 의식을 잃고 심각한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에 철수의 부모가 공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데요, 인정될 수 있을까요?
- 주장 1
철수의 부모: 갑 공단의 수영장이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두고,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이 수영장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로 인하여 철수가 성인용 구역에 빠져 심각한 상해를 입었으니 당연히 갑 공단은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 주장 2
갑 공단: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설치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 없고, 성인용 구역 앞에 코스로프로 구분하고, 수영장 테두리 부분에 수심 표시를 하였으며 안전수칙 표지판도 3곳에 두어 수심표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구역 앞에 130센티미터 높이의 키 재기 판도 두었기 때문에 이 수영장에는 안전상 문제가 없습니다. 또한 철수는 이 사고 전에도 구명조끼를 입고 성인용 구역에서 수영한 적이 있어 자신의 키보다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어린이 보호자에 대하여 어린이가 혼자 수영하지 않도록 경고 방송을 하였으나, 오히려 철수의 부모가 제대로 보호·감독하지 못한 잘못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습니다.
정답 및 해설
철수의 부모: 갑 공단의 수영장이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두고,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이 수영장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로 인하여 철수가 성인용 구역에 빠져 심각한 상해를 입었으니 당연히 갑 공단은 손해배상 책임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는 갑 공단의 수영장이 안전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여부입니다. 이에 따라 그 책임여부가 정해질 것입니다. 즉 수영장이 체육시설로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령상의 시설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 책임(「민법」 제758조제1항)은 부담할 수 있는가 여부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하여 대법원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상 시설 기준 등 안전 관련 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하여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하는 안전성을 갖추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체육시설 관련 규정의 내용 및 체계를 살펴보면 운동시설인 수영장과 편의시설인 물 미끄럼대, 유아 및 어린이용 수영조는 구분하여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점, 하나의 수영조에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이 함께 있는 경우 수영조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보다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은 점, 수영장 시설에서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어린이가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과 그와 같은 사고로 인하여 예상되는 피해의 정도를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분리하여 설치하는 데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 또는 이미 설치된 기존시설을 위와 같이 분리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비교하면, 전자가 훨씬 더 클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점, 갑 공단이 체육시설법 시행규칙 제8조 [별표 4]를 위반하여 수심 표시를 수영조의 벽면에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위 수영장에는 성인용 구역과 어린이용 구역을 동일한 수영조에 두었다는 점과 수심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등의 하자가 있고, 이러한 하자 때문에 위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는 이상 갑 공단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으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감독의무를 부담하는 부모 등의 주의의무 위반이 사고 발생의 공동원인이 되었더라도 이것이 갑 공단에 대하여 수영장의 설치·보존상 하자로 인한 책임을 인정하는 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7다14895 판결).”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이 사례에서 갑 공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