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뇌출혈 수술 후 사망한 환자의 사실혼 배우자가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환자의 아들이 병원과 합의하며 '민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했고 이 합의의 효력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미친다고 보아, 소송 제기 이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망인 C는 2019년 8월 15일 뇌출혈 진단을 받고 피고 병원에서 '뇌동맥류색전술 및 뇌출혈 수술'을 받았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추가 수술을 받았으나 2019년 10월 19일 중증 뇌부종으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사망 후, 망인의 아들 F은 유족을 대표하여 2019년 10월 29일 피고 병원과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합의 내용은 피고 병원이 F에게 114,351,660원을 지급하고 진료비 일부를 감면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합의서에는 'F 및 망인의 친족들은 합의서 작성 후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위 합의사항에 대한 비밀은 보장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피고 병원은 합의에 따라 2019년 11월 15일 F의 계좌로 합의금을 송금했습니다. 그러나 망인의 사실혼 배우자인 원고 A는 피고 병원의 의료과실로 망인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사실혼 배우자로서 자신에게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환자 사망 후 유족 대표가 병원과 합의하고 부제소 특약(소송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맺었을 때, 이 합의의 효력이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미쳐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가 제기한 소송을 각하했습니다. 즉, 소송을 심리할 필요 없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아들 F이 유족 대표로서 병원과 맺은 합의서의 효력이, 원고 A 또한 합의 과정에 동석하고 F에게 합의금 분배를 요청하는 등 F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사실혼 배우자인 원고 A에게도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합의서에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부제소 특약'이 포함되어 있었기에, 원고의 소송은 이 특약에 반하여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각하 결정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률적 쟁점과 원칙들이 관련됩니다.
1.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민법 제750조): 타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해 위법하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원칙입니다.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로 망인이 사망하여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2. 사실혼 관계와 손해배상청구권: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3. 대리권 (민법 제114조):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대리권'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망인의 아들 F이 유족을 대표하여 병원과 합의를 진행했는데, 법원은 원고 A가 합의 과정에 관여한 여러 정황을 통해 F에게 합의에 대한 대리권을 주었다고 보았습니다.
4. 부제소 특약: '부제소 특약'은 당사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약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특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며, 소송을 제기하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각하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의 합의서에 '민·형사상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바로 부제소 특약에 해당하며, 법원은 이 특약의 효력이 원고에게도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의료사고 발생 시 합의를 진행할 때는 모든 관련 당사자가 합의 내용과 효력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동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 대표가 합의를 진행할 경우,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합의의 범위와 내용, 특히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부제소 특약의 포함 여부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합의 과정에 동석하거나 합의금 분배에 관여했다면, 나중에 합의의 효력을 부정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또한, 합의금을 수령하는 과정에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과의 합의금 분배에 대한 명확한 약정을 사전에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종적으로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모든 조항을 꼼꼼히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개별적으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