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기타 금전문제
편의점 가맹점주인 원고가 대리운영자 및 그 가족, 직원을 상대로 편의점 매출금 약 4,700만원을 횡령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특히 원고는 대리운영자의 조카이자 직원인 피고 C 또한 횡령에 가담하거나 방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에서는 피고 C의 책임이 일부 인정되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 C가 횡령을 용이하게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그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 C에 대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자신이 가맹점주인 편의점의 대리운영을 J에게 위탁했습니다. J와 K, L, 피고 C는 순차적으로 편의점을 운영하며 가맹계약서에 따라 매일 매출금을 가맹본사에 송금해야 했지만, 총 47,361,699원(J는 2016년 1월부터 7월까지 22,400,000원, K과 피고 C는 2017년 2월 8일 13,000,000원, 2017년 2월 9일 6,042,250원)의 매출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송금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이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이들을 공동불법행위자로 보고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C는 J가 가맹점주인 것으로 알고 2016년 8월경부터 편의점에서 일했습니다. 2017년 1월경 원고로부터 매출금 입금 요청 전화를 받고서야 원고가 가맹점주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피고 C의 주요 업무는 포스기 작업, 재고관리, 마감업무 등 일반적인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역할과 유사했습니다. 피고 C는 어머니 K에게 '가게 돈 절대 쓰지마', '그거 절도야', '제발 그거는 놔두고 가'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원고가 동석한 자리를 마련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등 횡령을 막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원고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된 2017년 2월 8일과 9일은 원고가 횡령 사실을 인지하고 대책 마련을 시도한 이후였습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자신의 계좌이므로 직불카드를 회수하거나 비밀번호를 변경하는 등으로 횡령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과거 원고가 J 등을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했을 때, 피고 C는 참고인으로 수사받았고 J 등 피의자들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 C가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의 방조자로서 매출금 횡령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특히, 피고 C에게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는지, 그리고 그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가 핵심이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제1심판결 중 피고 C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C가 편의점에서 맡은 업무가 일반 아르바이트생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J 등이 가맹점주인 것으로 알고 있었던 점, 그리고 매출금 횡령을 막기 위해 노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고 C가 J 등의 횡령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 C에게 과실에 의한 방조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의 방조 행위와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피고 C는 원고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주요 법리는 민법 제760조 제3항(공동불법행위)입니다. 이 조항은 '교사자나 방조자는 공동행위자로 본다.'고 규정하여, 직접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타인의 불법행위를 부추기거나 돕는 행위를 한 사람도 직접 불법행위자와 동일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입니다.
법원은 방조를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로 정의합니다. 민사법에서는 손해 전보가 목적이므로, 고의가 없었더라도 '과실에 의한 방조'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때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며, 그 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방조 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공동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려면, 그 방조 행위와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자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법원은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하여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 △과실에 의한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 기여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고 C의 경우 △일반 직원으로서 J 등의 횡령 행위를 용이하게 할 것이라는 예견가능성이 없었고 △실제 횡령을 막으려 노력했으며 △원고 스스로 피해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 C의 행위와 원고의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방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사업을 대리운영 맡길 경우, 대리운영자의 자격, 권한, 의무 등을 명확히 계약서에 명시하고, 대리운영자가 고용하는 직원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수익금 입금 절차와 계좌 관리 권한을 명확히 하고, 주기적으로 매출 내역과 입금 내역을 확인하여 부정 인출이나 횡령을 조기에 감지해야 합니다. 자신의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상황이라면, 직불카드 회수나 계좌 비밀번호 변경 등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합니다. 또한,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 해당 행위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자들의 구체적인 역할과 기여도를 명확히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단순히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는 공동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족 등 친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이 대리운영자나 직원으로 일할 경우에도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를 명확히 정하고 문서화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