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원고(임차인)가 피고(임대인)의 모친을 통해 건물을 임차하기로 계약하고 보증금 1억 원을 지급했으나, 약속된 인도 기한으로부터 2년 가까이 건물을 받지 못해 임대차 계약을 해제하고 보증금 반환 및 위약금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의 건물 인도 의무 불이행으로 계약 해제를 인정하고 보증금 1억 원과 지연이자를 반환하라고 판결했으나, 위약금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21년 6월 18일 피고의 모친 F를 통해 피고 소유의 건물을 매매대금 2억 7,000만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2,700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중도금 지급기일이 도래하기 전, 원고와 F는 매매계약 대신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에 2021년 6월 25일 보증금 2억 원, 임대 기간 2021년 12월 30일부터 2025년 12월 29일까지(48개월)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맺었으며, 기존 매매계약금 2,700만 원은 임대차 계약금으로 전환되고, 추가로 중도금 7,300만 원(총 1억 원)을 F의 계좌에 입금했습니다. 임대차 계약서에는 '기존 세입자가 기간 전에 퇴거할 시 바로 입주하는 조건'이라는 특약이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건물 인도 기한인 2021년 12월 30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2년이 되도록 건물은 원고에게 인도되지 않았습니다. 종전 임차인이 2023년 2월 2일까지 주민등록을 유지하는 등 퇴거 문제가 발생했고, 피고 측은 건물 인도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원고는 수차례에 걸쳐 피고 측에 인도 의무 이행을 독촉하거나 계약 해제 및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피고 측은 명확한 답변이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제하고 기지급 보증금 1억 원과 약정 위약금 2,700만 원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는 F에게 대리권을 수여한 적이 없으므로 계약은 무효이며, 위약금 약정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원고의 청구를 다퉜습니다.
피고 모친의 대리권이 유효한지, 피고의 건물 인도 의무가 이행불능 상태인지, 계약 해제에 따른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있는지, 그리고 채무불이행에 따른 위약금 2,700만 원 청구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에게 원고가 지급한 임대차보증금 1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22년 12월 16일부터 2023년 12월 22일까지는 연 5%의 비율로,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청구한 위약금 2,700만 원은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의 모친 F가 피고를 대리하여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었다는 사실이 재판상 자백으로 인정되었으므로,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은 피고에게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임대차 계약에서 정한 건물 인도 기한인 2021년 12월 30일부터 거의 2년이 지나도록 건물이 원고에게 인도되지 않았고, 종전 임차인의 퇴거 지연 및 피고 측의 인도 노력 부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피고의 건물 인도 의무는 이행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원고가 2022년 12월 15일 피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한 것이 적법하다고 보아, 임대차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인정했습니다. 계약 해제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받은 보증금 1억 원을 원상회복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임대차 계약서에 해약금 약정은 있었으나, 채무불이행 시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명시적인 특약이 없었으므로 원고의 위약금 2,700만 원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률과 원칙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첫째, 민법(대리) 원칙에 따라, 대리인이 본인을 대신하여 계약을 체결할 때 대리권이 없으면 계약의 효력이 본인에게 미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본인이 대리권 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법정에서 대리권을 인정한 경우(재판상 자백)에는 대리행위의 효력이 본인에게 미치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처음에는 대리권을 인정한 준비서면을 제출하여 재판상 자백이 성립되었고, 이후에 이를 철회하려 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둘째, 민법(채무불이행과 계약 해제)에 따라, 채무자(임대인)가 계약의 내용에 따른 이행을 제때 하지 않거나(이행지체), 이행 자체가 불가능해진 경우(이행불능) 채권자(임차인)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 해제되면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원상회복 의무를 지게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2년 가까이 건물 인도가 지연된 점이 이행불능으로 판단되어 임대차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습니다. 셋째, 민법 제398조 제4항(손해배상액의 예정)은 계약금이 수수되었더라도, 이를 위약금으로 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성질을 가짐을 규정합니다. 즉, 별도의 위약금 특약이 없다면 계약금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으로 자동 간주되지 않으며, 실제 발생한 손해만 청구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임대차 계약서에 해약금 약정은 있었으나 위약금 약정은 없었으므로, 원고의 위약금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은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지연손해금의 법정이율을 규정하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이율(연 5%)이, 그 다음 날부터는 연 12%의 높은 이율이 적용됩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상대방이 정당한 대리권을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간의 대리 계약에서는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 대리권 증명 서류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물 인도 의무와 같이 계약의 핵심 내용이 불이행될 경우, 내용증명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행을 독촉하고 불이행 사실을 명확히 기록하여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추후 계약 해제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 시에는 인도 기한 및 기존 세입자 퇴거와 같은 조건을 명확히 하고, 인도 지연 시의 책임이나 손해배상에 대한 특약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분쟁 예방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계약금은 일반적으로 해약금의 성질을 가지지만, 채무불이행 시 계약금을 위약금으로 한다는 명시적인 특약이 없으면 실제 손해액만 청구할 수 있으므로, 위약금 특약을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