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원사업자인 A 주식회사는 건축주 C로부터 건물 신축 공사를 도급받았고 피고 B에게 타일 공사를 하도급 주었습니다. B는 공사를 완료했으나 약정된 공사대금 중 일부만 지급받고 미지급된 7,100만 원에 대해 A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받아 확정시켰습니다. 이에 A는 자신이 계약의 실제 당사자가 아니거나, 건축주 C과의 직불합의에 의해 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며 B의 강제집행에 불허를 구하는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A의 주장을 모두 기각하고 B에 대한 강제집행을 계속 진행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원고 A 주식회사는 2018년 11월 2일 피고 B와 인천 강화군 소재 E건물 신축 공사 중 타일 공사에 대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공사금액은 8,6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계약서에는 '공사대금 지급은 준공 후 통대출 이행시 40%를 지급하고, 60%는 분양대금 및 대물로 정산한다. 단, 시공자가 원할시에는 선분양 계약서로 대신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는 2018년 12월 말경 타일 공사를 완료했지만, 원고로부터 1,500만 원만 지급받고 나머지 7,100만 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에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했고, 2020년 12월 14일 지급명령이 내려져 2021년 1월 1일 확정되었습니다. 원고는 이 지급명령에 기한 피고의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청구이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하도급 공사 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가 원고 A 주식회사인지 아니면 건축주 C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하도급법에 따른 발주자, 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의 공사대금 직불합의가 있었고, 이로 인해 원고의 공사대금 채무가 소멸되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지급명령에 대한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가 민사집행법상 청구이의 사유의 시적 한계를 벗어나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가 신청하여 받아들여졌던 강제집행정지 결정을 취소했습니다. 이에 따라 소송비용은 원고가 모두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피고 B가 확정받은 지급명령에 따라 원고에 대한 강제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 A 주식회사가 제기한 청구이의 소송에서 원고의 주장이 모두 이유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계약서에 명시된 원고와 피고이며, 건축주 C과의 어떠한 합의도 원고의 공사대금 채무를 소멸시키는 직불합의로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에게 미지급된 7,100만 원의 공사대금 채무를 이행해야 하며, 피고의 강제집행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사집행법상 청구이의의 소의 시적 한계 (민사집행법 제44조 및 제58조 제3항) 청구이의의 소는 채무자가 집행권원에 따른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제기하는 소송입니다. 일반적으로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변론 종결 후(또는 판결 선고 후)에 생긴 사유만을 주장할 수 있으나, 확정된 지급명령에 대해서는 민사집행법 제58조 제3항에 따라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에서 정한 '변론 종결 뒤에 생긴 사유'라는 시적 한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는 지급명령이 확정판결과 달리 법원의 심리를 거치지 않고 독촉 절차로 확정되기 때문에,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확정되었더라도 나중에 그전의 사유를 들어 다툴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의 발생 시점이 지급명령 확정 전이라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 계약 당사자의 확정 원칙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는 당사자들이 표시 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해석하여 판단합니다. 특히 처분문서(계약서)가 있는 경우, 그 서면에 사용된 문구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에 기재된 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해야 합니다. 당사자들의 속마음(내심적 의사)보다는 계약서에 명확히 드러난 내용이 더 중요합니다. 이 사건 계약서에는 원고와 피고가 당사자로 명시되어 있었고, 공사대금 지급 방식에 '대출', '분양' 등 건축주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 사실만으로 계약의 실질적 당사자를 건축주로 변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3. 하도급법상 발주자 직불합의의 성립 요건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1항 제2호)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는 발주자, 원사업자(원고), 수급사업자(피고)가 서로 대금 직접 지급에 합의한 경우에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채무가 소멸하고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직불합의가 성립하려면 발주자-원사업자-수급사업자 3자 사이에 명확한 의사 합치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공사비 지급을 약속했거나, 분양계약서 또는 확약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해서 곧바로 3자간 직불합의가 성립되어 원사업자의 채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이러한 약속이나 문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해 가지는 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원고의 공사대금 채권을 소멸시키려는 의사로 3자간에 합의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공사대금 지급에 관한 계약을 체결할 때는 다음 사항들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첫째,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계약서에 정확하게 명시하고, 실제로 계약의 이행 의무를 지는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 최우선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둘째, 공사대금 지급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거나 제3자의 개입이 예상되는 경우, 예를 들어 발주자가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직불합의'를 할 경우에는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3자 모두가 명확히 합의했음을 보여주는 서면 자료를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단순한 보증이나 담보 제공과는 다른 개념이므로, 채무의 소멸을 목적으로 하는 명확한 의사합치가 중요합니다. 셋째, 지급명령과 같은 집행권원이 확정된 후 강제집행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청구이의 소송에서는 지급명령의 확정 이후에 발생한 사유만으로 다툴 필요가 없습니다. 확정된 지급명령은 소송상 확정판결과 달리, 그전의 사유로도 다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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