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피고 병원에서 아토피 치료를 받던 생후 12개월 미만의 유아가 처방받은 연고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었다며, 피고 의사에게 주의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들은 피고가 3세 이하 유아에게 투약 금지된 약물을 처방하고 부작용 설명을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해당 연고가 의사의 판단 하에 사용 가능한 범위의 약물이며 피부염 악화가 연고 처방 때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2021년 3월경 볼 부위 발진을 시작으로 피부염 증상이 발생하여 피고 D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피고는 원고 A에게 '아토피성 피부염' 진단 하에 여러 약물을 처방했으며, 2021년 9월 17일에는 'H' 연고를 처방했습니다. 처방전에는 'H' 연고를 1회 투약량 0.5g, 1일 투여횟수 2회, 총 투약일수 1일로 기재했습니다. 원고 A는 약 1달 동안 'H' 연고를 바르고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다른 피부과를 내원했고, 원고들은 피고가 당시 생후 1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원고 A에게 투약이 금지된 'H' 연고를 처방하여 피부염을 악화시켰으며, 연고의 부작용이나 사용상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 및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으로서, 원고 A에게 기왕치료비 및 향후치료비 손해 2,000만 원과 위자료 500만 원을 합한 2,500만 원을, 원고 B, C에게는 위자료 각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생후 12개월 미만 유아에게 'H' 연고를 처방한 것이 의사의 처치상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H' 연고 처방 시 부작용 및 주의사항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의사의 처치상 주의의무 위반 및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아,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최종적으로 기각했습니다.
의료인의 처치상 주의의무: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의 의료 수준과 경험에 비추어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피고 의사가 어린 원고 A에게 'H' 연고를 처방한 것이 3세 이하 유아에게 금지된 약물이라며 주의의무 위반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H' 연고 제조사의 사용설명서상 4개월에서 3세 사이 유아에게 사용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중등도 스테로이드 약물이지만 피부염 악화 시 임상의의 판단 하에 단기간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학적 소견을 받아들였습니다. 진료기록 감정 결과 또한 피고의 'H' 연고 처방이 임상 현장에서 가능한 치료행위 범위 내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의 처치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의료인의 설명의무: 의료인은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상되는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 가능한 위험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의료행위 수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대법원 1995. 1. 20. 선고 94다3421 판결 등 참조). 다만,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료행위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에는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부담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0. 7. 8. 선고 2007다55866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은 피고가 'H' 연고의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 A의 피부염 악화가 'H' 연고 처방 때문이라는 증거가 부족하며, 아토피 피부염은 만성적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결과적으로 'H' 연고 사용 후 피부염 악화가 일시적인 증상으로 보이며, 피고의 처방과 원고 A의 증상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으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불법행위 책임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원고들은 피고의 주의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피고의 의료행위에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으므로 불법행위 책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는 진료기록, 처방 기록, 검사 결과 등 모든 의료 관련 서류를 꼼꼼히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특정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나 증상 악화가 의심된다면, 신속히 다른 의료기관에서 객관적인 진료와 감정을 받아 의학적 소견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일부 약물은 특정 연령층에게 사용이 제한될 수 있지만, 제조사의 사용설명서나 임상 현장의 일반적인 지침을 통해 예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단순히 '금지된 약물'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해당 약물의 정확한 사용 범위와 의학적 정당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의료인의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로 인해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으며 그 결과가 해당 의료행위와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설명이 부족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만성 질환은 자연적으로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특정 치료나 약물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었다고 주장하려면 명확한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