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형사사건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VOIP 게이트웨이(Voice Over IP Gateway)라는 통신 장비를 설치하고 관리했습니다. 이 장비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거짓으로 변경하고 다른 사람의 통신을 중개하며, 관할 기관에 등록하지 않은 채 기간통신사업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이 적어도 범죄 가능성을 인식하고 용인하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피고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고 범행에 사용된 장비는 몰수되었습니다.
피고인 A는 2020년 10월 11일경부터 같은 해 12월 24일경까지 자신의 주거지에 'VOIP 게이트웨이'라는 통신 장비를 설치했습니다. 이 장비는 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해외에서 전화금융사기 전화를 걸 때 송신 번호가 국내 휴대전화번호로 보이도록 변작하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피고인은 이 장비를 인터넷에 연결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할 수 있도록 통신을 매개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등록하지 않은 채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했습니다. 이로 인해 총 32회에 걸쳐 발신번호 변작 및 불법적인 통신 매개가 이루어졌으며,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이러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발신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고, 타인의 통신을 불법적으로 매개하며, 등록하지 않은 채 기간통신사업을 운영했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이 같은 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하되, 이 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2년 동안 형의 집행을 유예했습니다. 또한, 범행에 사용된 통신 장비 3점(증 제1, 2, 3호)을 몰수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통신 장비를 설치하고 관리했으며, 이 과정에서 발신번호 변작, 타인 통신 매개, 무등록 기간통신사업 경영의 죄책이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수상한 중국어 원격조종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역할에 비해 과도한 대가(처음 주 20만원, 추가 설치 후 주 30만원)를 받은 점, 조직원의 수상한 언행에도 불구하고 추가 장비를 설치한 점, 그리고 경찰 조사 시 범행을 인정한 점 등을 근거로 피고인에게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들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에 반복적이고 계속적으로 사용되었으므로, 관련 법률 위반 사실이 모두 인정되었습니다.
이 사건에는 여러 전기통신사업법 조항과 형법상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95조의2 제4호, 제84조의2 제1항(송신인 전화번호 변작 금지): 이 법은 다른 사람을 속여 재산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발신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하여 통신 장비를 이용해 발신번호를 국내 휴대전화번호로 위장함으로써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97조 제7호, 제30조(타인 통신 매개 금지): 전기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역무를 이용해 타인의 통신을 중개하거나 타인의 통신용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피고인은 장비를 설치하고 인터넷에 연결하여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불특정 다수와 통신하도록 도왔으므로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95조 제3호, 제6조 제1항(무등록 기간통신사업 경영 금지): 전기통신사업을 하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합니다. 피고인은 등록 없이 통신 장비를 통해 전기통신역무를 제공, 기간통신사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아 이 조항을 위반했습니다.
형법 제30조(공동정범): 2인 이상이 함께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에 가담한 경우 모두 범죄의 정범으로 처벌받는다는 원칙입니다.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원들과 순차적, 암묵적으로 공모하여 범죄에 가담했으므로 공동정범이 인정되었습니다.
형법 제37조(경합범 가중): 한 사람이 여러 죄를 저지른 경우 가중 처벌하는 규정입니다. 피고인은 발신번호 변작, 타인 통신 매개, 무등록 기간통신사업 경영이라는 여러 범죄를 동시에 저질렀으므로 경합범으로 처리되었습니다.
형법 제62조 제1항(집행유예): 죄를 지은 사람에게 징역이나 금고형을 선고하되, 일정 기간 동안 형의 집행을 미루어 주는 제도입니다. 피고인이 과거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계획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하여 집행유예가 선고되었습니다.
형법 제48조 제1항(몰수): 범죄 행위에 사용되었거나 범죄로 인해 생긴 물건 등을 국가가 가져가는 제도입니다. 범행에 사용된 VOIP 게이트웨이 장비가 몰수되었습니다.
고의 및 미필적 고의의 법리: 범죄 행위에 대한 의도(고의)는 확정적인 고의뿐만 아니라, 범죄 발생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의사('미필적 고의')로도 충분히 인정됩니다. 피고인이 불법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대가를 받고 장비를 설치, 관리한 점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었습니다.
정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간단한 일'이라며 '높은 대가'를 제안하는 경우, 불법적인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통신 장비 설치, 계좌 대여 또는 타인의 통신을 중개하는 역할은 보이스피싱과 같은 심각한 범죄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발신번호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허가 없이 타인의 통신을 중개하는 행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엄격히 처벌됩니다. 직접 사기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가담했다면 공동정범으로서 형사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범죄 가능성을 단순히 의심만 하거나 '설마'하는 마음으로 용인하고 행동에 나섰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불법적인 활동에 본인의 주거지나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위험하며, 의심스러운 연락처나 자금 흐름을 보이는 사람과의 거래나 협력은 피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