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장기 입원 중인 환자가 다른 소송의 신체감정을 위해 병원 외출을 시도했으나, 병원 측(담당의사 및 원무과 직원)이 외출을 불허했습니다. 이에 환자의 상속인들은 병원 측의 외출 불허가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라며 위자료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병원 측이 환자의 건강 상태 불안정, 정식 외출 신청 절차 미준수, 미납 병원비 등의 사유로 외출을 불허한 것이 부당하거나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 A는 2008년 교통사고로 의식불명 상태가 된 후 2010년부터 K병원에 장기 입원 중이었습니다. 2017년, 망 A는 교통사고 가해자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소송에서 추가 손해를 특정하기 위한 신체감정이 필요했습니다. 이에 망 A는 2017년 12월 29일과 2018년 2월 9일 두 차례에 걸쳐 감정 병원에 가기 위한 외출을 시도했으나, 담당의사 피고 E과 원무과 직원들인 피고 F, G, H은 망 A의 외출을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망 A의 상속인인 원고들은 피고들이 병원비 미납을 이유로 외출을 불허하여 망 A의 재판받을 권리 및 행복추구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3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과거 보건복지부장관은 피고 E의 2017년 12월 29일 외출 불허에 대해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한의사 자격정지 1개월 처분을 내린 바 있으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해당 처분을 취소하면서 '피고 E의 외출 불허가 진료행위로 볼 수 없고, 병원비 미납을 이유로 외출을 불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재결했습니다.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환자의 신체감정 외출을 담당 의사와 원무과 직원들이 불허한 행위가 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또한 이로 인해 환자가 위자료를 받을 권리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병원비 미납이 외출 불허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습니다.
제1심판결 중 피고 E에게 패소했던 부분을 취소하고, 그에 해당하는 원고들의 피고 E에 대한 청구를 기각합니다.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 총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합니다. (결론적으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E이 환자의 외출을 불허한 이유를 환자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여 외출 중 병세가 악화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에 따른 것으로 보았습니다. 또한 병원비 미납을 이유로 외출을 불허했다고 인정하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망 A 측이 신체감정을 위한 외출에 대해 병원의 정식 외출 신청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외출 당일까지 법원에서 보낸 신체감정촉탁서 등 관련 서류를 병원 측에 제시하지 않은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당시 망 A가 약 9천만 원 상당의 병원비를 미납한 상태였고, 병원 내부 지침상 미납된 병원비가 있을 경우 외출, 외박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에 따라 담당의사의 지시 및 병원 내부 지침에 따라 원무과 직원들이 망 A의 외출을 막은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민법 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민법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병원 측(담당 의사와 원무과 직원들)의 외출 불허 행위가 법적으로 위법한지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병원 측이 환자의 건강 상태 불안정, 정식 외출 신청 절차 미준수, 다액의 미납 병원비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외출을 불허한 것이므로, 이를 부당하거나 위법한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2.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행복추구권 원고들은 피고들의 외출 불허 행위가 환자인 망 A의 재판받을 권리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가지며, 이는 헌법상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중요한 권리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병원 운영의 합리적 필요성, 다른 환자의 안전, 의료진의 진료상 판단 등과 상충될 때에는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병원의 합리적인 운영 규칙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외출 제한 조치를 허용 가능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3. 의료인의 직업상 의무 담당 의사인 피고 E은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직업상 의무가 있습니다. 본 판결에서 피고 E이 외출 불허 사유로 제시한 '환자 상태 불안정'은 의료인의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판단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의료인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는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구가 있더라도 의학적 판단에 따라 특정 행위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4. 병원 운영 내규의 합리성 이 사건 병원의 '입원환자 관리지침'에는 환자의 외출 허가 여부를 담당의사가 결정하며, 미납된 병원비가 있을 경우 외출, 외박이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병원 내부 지침이 환자 관리 및 병원 운영의 합리적인 필요성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보았고, 담당 의사의 지시에 따라 원무과 직원들이 병원 내부 지침에 근거하여 외출을 막은 것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중요한 외부 일정(예를 들어 법원 신체감정이나 필수적인 외부 진료 등)으로 외출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병원의 정식 외출 신청 절차와 규정을 사전에 충분히 확인하고 그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출 사유의 불가피성을 병원 측에 충분히 설명하고 관련된 증빙 서류(예를 들어 법원 감정촉탁서 등)를 미리 제시하여 병원의 양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병원 내규에 따라 미납된 병원비가 있을 경우 외출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입원 시 제공되는 안내문을 숙지하고 병원비 납부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담당 의사의 의학적 판단은 환자의 외출 허가 여부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환자 상태에 대한 의사의 소견을 경청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일방적인 외출 통보나 비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요청은 외출 불허의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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