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재개발
원고 건설사들은 병원 신축 공사 중 풍화암 터파기 공사 설계가 부적절하여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며 발주처 병원과 설계사에 공사대금 증액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설계서에 특정 공법이 명시되지 않았고 실제 현장 지질도 설계서와 다르지 않으며, 원고들이 적법한 설계변경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원고 건설사들은 D병원의 G시설 신축 공사 중 지하 터파기 공사에서 풍화암 구간을 굴착하며 예상보다 어려운 공법(굴삭기 브레이커 또는 진동립퍼 방식)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원고들은 당초 설계서에 풍화암 터파기 공법이나 굴착 깊이, 작업 조건이 명시되지 않아 '버켓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오인했고, 실제 현장 풍화암에 '버켓 방식'은 부적절하여 더 많은 비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이러한 설계의 불분명함이나 현장 상태의 차이를 이유로 설계 변경 및 추가 공사대금 482,390,434원의 지급을 피고 D병원과 E 주식회사에 청구했으며, 피고들이 건설기술 진흥법을 위반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공사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누락, 오류가 있어서 설계변경 사유가 발생하는지 여부, 공사 현장의 지질 상태가 설계서와 달라서 설계변경 사유가 발생하는지 여부, 추가 공사대금 청구를 위한 설계변경 절차를 적법하게 준수했는지 여부, 피고들이 건설기술 진흥법을 위반하여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 건설사들의 피고 D병원과 E 주식회사에 대한 공사대금 청구 및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풍화암 터파기 공사의 설계서에 특정 공법(버켓 방식, 굴삭기 브레이커 방식, 진동립퍼 방식 등)이 명시되어 있지 않았음을 지적했습니다. 설계서에 산출내역서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원고들이 제출한 산출내역서에 버켓 방식 단가가 기재되어 있다고 해서 설계가 버켓 방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풍화암의 압축강도가 다양하여 공법을 일률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원고들이 적절한 시공 방법을 선택하고 그에 맞는 단가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보아 설계서에 불분명함이나 오류가 있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사 현장 지질이 설계서와 달랐다는 주장도 실제 공사가 설계서에 명시된 풍화암을 대상으로 했으므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나아가, 원고들이 공사를 완료한 후 뒤늦게 설계변경을 요청하는 등 적법한 설계변경 절차를 따르지 않았고, 피고들과 긴급한 우선 시공에 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협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들이 건설기술 진흥법을 위반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19조 제1항 (설계변경 사유): 이 조항은 공사 계약에서 설계 변경이 가능한 주요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설계서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누락, 오류 또는 상호 모순되는 점이 있을 경우', 둘째는 '지질, 용수 등 공사 현장의 상태가 설계서와 다를 경우'입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은 풍화암 터파기 공법이 설계서에 명시되지 않아 불분명하다거나, 현장 지질 상태가 설계서와 다르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해당 조항의 설계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2조 제4호 (설계서의 범위): 이 조항은 설계서의 범위를 '공사시방서, 설계도면, 현장설명서 및 공종별 목적물 물량내역서'로 명확히 하고, '산출내역서'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은 자신들이 제출한 산출내역서에 버켓 방식 단가가 기재되어 있으므로 설계가 버켓 방식을 전제로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위 조항에 따라 산출내역서의 기재를 근거로 설계가 버켓 방식으로 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계약서상 설계서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여 불필요한 분쟁을 막으려는 취지로 볼 수 있습니다. 공사계약일반조건 제19조 제3항 (설계변경 절차): 이 조항은 설계변경은 필요한 부분의 시공 전에 완료되어야 함을 원칙으로 하며, 예외적으로 공정이행 지연 등 긴급한 경우 발주처와 협의하여 우선 시공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들은 이미 풍화암 터파기 공사가 완료된 후에 설계변경을 요청했으며, 발주처와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협의 없이 우선 시공한 것으로 판단되어 적법한 설계변경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공사 진행 중 발생하는 변경 사항에 대해 사전에 발주처와 충분히 협의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계약 이행의 기본 원칙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건설기술 진흥법 제48조 제1항~제3항 (설계도서 작성 및 검토 의무): 이 법 조항은 설계 업무를 수행하는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피고 E)가 설계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고, 이를 받은 건설사업자 또는 발주청(피고 D병원)은 설계도서를 검토하고 필요시 시정·보완 조치를 요구해야 할 의무를 규정합니다. 원고들은 피고 E가 부적절하게 설계하고 D병원이 이를 시정하지 않아 위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 E가 터파기 공법을 버켓 방식으로 특정하여 설계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제기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도 이유 없다고 보았습니다. 즉, 설계 자체에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의무 위반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설계서의 명확한 확인: 공사 계약 체결 전 설계서(공사시방서, 설계도면, 현장설명서, 공종별 목적물 물량내역서)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공법, 굴착 깊이, 작업 조건 등 중요한 부분에 대한 불분명한 점이나 누락된 부분이 있다면 계약 전 발주처에 질의하거나 보완을 요청하여 명확히 해야 합니다. 산출내역서의 효력: 산출내역서는 일반적으로 설계서의 일부로 간주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산출내역서에 기재된 내용만으로 설계의 기준이나 계약 조건이 확정된다고 오인해서는 안 됩니다. 계약서와 설계서에 명시된 내용이 최우선으로 적용됩니다. 설계변경 절차 준수: 공사 중 현장 여건 변화나 설계상 문제로 인해 공법 변경이나 추가 비용 발생이 예상될 경우, 공사계약 일반조건에 명시된 설계변경 절차를 철저히 따라야 합니다. 반드시 관련 공사 부분 시공 전에 발주처(또는 감리인)에 서면으로 설계변경을 요청하고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우선 시공 시 주의: '긴급하게 공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어 설계변경 완료 전 우선 시공'이 필요한 경우에도, 발주처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협의하여 시기 등을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공사 진행 중 보고하는 것만으로는 적법한 협의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공사 현장 상황 기록: 공사 현장의 지질 상태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사진, 동영상, 지질조사 보고서 등 객관적인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여 현장 상황이 설계서와 다름을 입증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