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세종-안성고속도로 청용천교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는 4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6명이 다친 참극이었어요. 사고의 결정적 원인은 바로 ‘전도방지시설(스크루 잭)의 임의 제거’였습니다. 말 그대로 안전장치를 무단으로 떼어낸 것이었고, 이는 건설 현장의 안전벨트를 풀어버린 셈인데, 이렇게 위험한 행위가 어떻게 문제가 되지 않겠냐는 경악스러운 상황입니다.
조사 결과, 안전관리계획서에는 런처(교량 상판 설치 대형 장비)의 후방 이동도 전방 이동과 마찬가지로 안전하게 진행된다고 명시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후방 이동에 대한 안전 인증이 없었습니다. 발주청과 시공사도 이 차이에 대해 별도의 검토 없이 승인하는 등 관리 허점이 드러났죠. 결국 현장 책임자들이 문서상의 한 줄 표기만 믿고 무작정 작업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서가 현실의 안전보다 앞서는 상황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시 현장 검측을 담당했으면서도 전도방지장치가 해체된 사실을 몰랐다는 점입니다. 작업일지는 조작되었고, 현장을 책임지는 운전자는 작업 중 다른 장비에 치여 자리를 떠난 상태였다고 하니 기본적인 안전관리마저 크게 허술했습니다.
붕괴 후 조사에서는 교각 기둥과 기초 접합부에 손상이 발생했고, 콘크리트 압축강도는 설계기준의 84.5% 수준에 머물러 있어 품질 관리 부실이 드러났습니다. 아직 붕괴되지 않은 거더 역시 기준치 이상으로 휘어진 상태여서 추가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각 행정청은 벌점, 과태료,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릴 예정이며, 발주청도 구조물 보수나 재시공을 고민 중입니다. 더불어 전도방지시설 임의 해체에 대한 명확한 기준 수립, 전문 인력 참여 의무화,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 거더’ 표준 관리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이 제안됐습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전 최우선 문화 확립”을 공식적으로 다짐했지만, 사고 전후 현장에서 진정한 노력이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번 사고에서 보듯, 안전 의식을 무시한 채 시간과 비용 절감에만 몰두한 결과가 이런 대참사로 이어졌습니다. 이제 개인과 사회는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맹목적인 이윤 추구가 누군가의 소중한 삶을 앗아가기 전에 멈출 필요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