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만성신장병, 고혈압 등을 앓던 망인 F씨가 E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심폐소생술 후 의식 저하 상태로 장기간 치료받다 감염 악화로 사망했습니다.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은 E병원 의료진이 적시에 투석 및 이뇨제 투여 등 치료를 하지 않아 심정지를 유발했고 심정지 발생 후 부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저산소성 뇌손상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병원 운영 법인인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신장 기능 수치가 응급 투석이 필요할 정도는 아니었고 이뇨제 투여 또한 재량의 문제였으며 전신 부종이 점차 심해졌다는 기록도 없었다는 점, 그리고 심정지 발생 전 투석이 진행되었다고 해서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았으리라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의료진의 치료 지연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심정지 후 기관 내 삽관에 다소 지연이 있었으나 심장 마사지 및 앰부 배깅을 통해 지속적인 산소 공급이 이루어졌으므로 부적절한 심폐소생술 과실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원고들의 모든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망인 F씨는 만성신질환, 고혈압 등의 기저질환을 가지고 2019년 11월 16일 저혈당으로 인한 의식 저하로 피고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입원 당시 양측 하지 부종과 신장 기능 저하 소견을 보였으나 의료진은 감염 질환을 의심하여 항생제 치료 등을 시행했습니다. 원고들은 망인의 신장 기능 저하와 점차 심해지는 부종, 산소포화도 저하 등에도 불구하고 피고 병원 의료진이 적절한 시기에 투석이나 이뇨제 투여를 하지 않아 2019년 11월 27일 새벽에 발생한 심정지를 유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심정지 확인 후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기관 내 삽관 시도가 한 차례 실패하여 약 12분간 적절한 폐환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망인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으며 이는 부적절한 심폐소생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망인은 심정지 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장기간 치료를 받다가 2021년 2월 14일 패혈증으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망인의 일실수익, 기왕치료비, 개호비, 장례비 및 위자료 등 총 175,440,879원(원고 A), 각 48,684,816원(원고 B, C, D)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E병원 의료진에게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투석 및 이뇨제 투여 등 적절한 치료를 지연하여 심정지를 유발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심정지 발생 후 부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과실이 있는지 여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법원은 의료진이 망인의 신장 기능 악화 정도나 부종 상태를 고려할 때 응급 투석 및 이뇨제 투여의 필요성이 명백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심폐소생술 과정에서도 기관 내 삽관 지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산소 공급 조치가 이루어졌음을 인정하여 의료 과실의 존재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 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의료상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성립하려면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의료 과실),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그리고 의료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의료 행위의 전문성으로 인해 환자 측이 과실과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환자 측이 의료 행위 당시의 의료 수준에서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 위반, 즉 진료상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고 그 과실이 환자 측의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증명 책임을 완화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2다219427 판결). 하지만 인과관계 증명 책임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의료 과실 자체의 존재는 피해자가 증명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의료 과정에서 주의 의무 위반, 즉 의료 과실이 있었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다면 손해배상 청구는 배척될 수밖에 없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투석 및 이뇨제 투여 지연과 부적절한 심폐소생술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과실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의료 과실 자체의 증명 책임이 원고에게 있다는 원칙을 적용한 것입니다.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의료 행위 당시의 의학적 기준과 통상의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주의 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를 명확히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 측에서 의료 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 증명은 어렵기 때문에, 법원은 의료 과실이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이 증명되면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증명 책임을 완화해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과관계 추정은 의료 과실 자체가 인정될 때 적용되는 것이므로, 의료진의 행위가 당시의 의료 수준에서 과실로 평가되는 행위였다는 점은 환자 측에서 여전히 명확하게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례에서처럼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계획하고 시행했으나 그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경우, 의료 행위가 명백히 지침을 위반하거나 현저히 부적절했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과실이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치료 지연 주장의 경우, 당시 환자의 상태가 해당 치료가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할 정도였는지, 그리고 그 치료가 지연되지 않았다면 발생한 결과가 달라졌을 것인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