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반도체 제조 회사인 A 주식회사는 퇴사한 연구임원 B가 경쟁사인 C 주식회사에 취업하자, B가 퇴직 시 작성한 전직금지 서약서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경쟁사 취업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A 회사는 B가 재직 중 습득한 flip chip 및 TSV 기술과 같은 영업비밀이 C 회사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B의 서약서가 영업비밀 침해 행위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A 회사가 주장하는 기술들이 이미 업계에 공지된 것이거나 C 회사도 독자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영업비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법원은 A 회사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이 소명 부족하다고 보아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채무자 B는 A 주식회사에서 1993년 4월 1일 입사하여 2014년 12월 3일 의원면직으로 퇴사할 때까지 20년 이상 반도체 패키징 관련 개발팀에서 근무하며 연구임원으로 재직했습니다. B는 2014년 12월 2일 퇴사하면서 '채권자의 영업비밀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여 교부했습니다. B는 퇴사 후 2015년 1월과 2016년 1월에 각각 1억 1,592만 4,660원의 장기성과인센티브를 지급받았습니다. 이후 B는 2016년 2월경 A 주식회사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사인 C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A 주식회사는 B가 퇴직 후 2년이 경과하기 전 경쟁사에 입사하여 서약서 기재 전직금지 약정을 위반했고 이로 인해 A 주식회사에게 영업상의 손실이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A 주식회사는 B가 2016년 12월 2일까지 C 주식회사 및 그 계열회사에 취업하거나 노무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 원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습니다.
퇴직 후 전직금지 약정의 해석과 그 유효성 여부입니다. 전직금지 약정 위반 시 '영업비밀 침해'의 발생 여부 판단 기준입니다. 특정 기술(flip chip, TSV)이 채권자의 보호받을 만한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침해 가능성입니다.
법원은 채권자 A 주식회사의 전직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소송비용은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결정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서약서의 전직금지 약정이 '채권자의 영업비밀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했습니다. 채권자가 주장하는 flip chip 기술이나 TSV 기술 자체는 채무자가 경쟁사에 입사하기 전에도 이미 업계에 공지된 것이었습니다. 또한 채무자가 퇴사할 당시 채권자의 TSV 기술 수준은 64GB DDR4 RDIMM 모듈 또는 8Gb DDR4 D램 모듈을 생산하는 수준으로 이는 채무자가 경쟁사에 입사할 당시 경쟁사도 이미 생산하고 있었던 제품이었습니다. 채권자의 주장만으로는 경쟁사의 TSV 기술이 채권자의 기술보다 현저히 열등하다는 점도 소명되지 않았습니다. flip chip 기술 역시 경쟁사도 채권자가 주장하는 범프 피치를 축소시킬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였고 채무자가 퇴사할 당시 채권자의 기술 수준이 경쟁사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다수의 OSAT 업체들이 이미 약 40㎛까지 범프 피치를 축소시킨 flip chip 공정에 의하여 제품을 양산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퇴사한 2014년 12월 3일 당시 flip chip 또는 TSV 기술에 관하여 가지고 있던 지식이나 정보, 자료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채무자가 경쟁사에 입사하더라도 이로써 채권자의 영업비밀이 침해된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기각되었습니다.
전직금지 약정은 근로자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므로 법원은 이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단순히 '경쟁사에 취업하지 말라'는 문구만으로는 효력이 없을 수 있으며 전직금지 약정의 핵심은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달려있습니다. 회사는 퇴사자가 경쟁사에 취업함으로써 어떤 구체적인 영업비밀이 어떻게 침해될 수 있는지 명확하게 소명해야 합니다. 회사가 주장하는 기술이나 정보가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업계에 이미 널리 알려진 기술이나 정보, 또는 경쟁사도 독자적으로 개발했거나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퇴직 시 작성하는 서약서의 문구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영업비밀 등'과 같이 모호한 표현보다는 보호하고자 하는 기술이나 정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이 분쟁 발생 시 유리할 수 있습니다. 경쟁사로의 이직을 고려하는 근로자는 자신이 보유한 지식이나 기술 중 어떤 것이 전 직장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업무 경험,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 또는 이미 공개된 기술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퇴사 시 인센티브 등 대가를 받은 경우에도 전직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한 요소가 될 수 있으나 약정 내용과 영업비밀 침해 여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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