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의 조기양막파수 후 분만 지연으로 아기가 뇌성마비에 이른 사건

임신 33주차의 산모 B가 조기진통과 조기양막파수로 병원에 입원했고, 고위험 산모로 분류되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했습니다. 분만 진행 중 태아의 심박동수 이상 징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분만 2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치의 C와 당직의 D는 분만실에 제때 도착하지 않아 분만이 지연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기 A는 출생 당시 자발호흡과 심장 박동이 없는 심각한 상태였고,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지마비성 뇌성마비(뇌병변 1급 장애)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 C, D의 분만 지연 과실을 인정하고 이로 인한 아기 A의 뇌손상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했으며, 병원 운영자인 학교법인 E도 사용자로서 공동 책임을 지도록 판결했습니다. 다만, 태아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피고들은 원고에게 총 548,587,480원 및 지연손해금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2014년 9월 28일 출생, 의료 과실로 저산소성 뇌손상에 의한 사지마비성 뇌성마비(뇌병변 1급 장애)를 진단받은 미성년 아기
• 법정대리인 모 B: 원고 A의 어머니이자 사고 당시의 산모
• 피고 C: F병원의 산부인과 주치의로, 산모 B의 분만 과정에서 과실이 인정된 의사
• 피고 D: F병원의 산부인과 당직의로, 산모 B의 분만 과정에서 과실이 인정된 의사
• 피고 학교법인 E: F병원을 운영하는 법인으로, 피고 C, D의 사용자로서 공동 책임이 인정됨

분쟁 상황

2014년 9월 23일, 임신 33주차의 B 산모는 조기진통과 조기양막파수 증상으로 F병원에 입원했습니다. B는 양수과소증 상태로 고위험 산모에 해당하여 의료진의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했습니다. 입원 후 자궁수축억제제 등이 투여되며 경과를 지켜보던 중, 2014년 9월 28일 새벽부터 B의 진통이 시작되었고, 자궁수축억제제 투여가 중단된 후 분만실로 옮겨졌습니다. 같은 날 06:00경부터 태아의 심박동수가 일시적으로 감소하거나 증가하는 이상 징후가 여러 차례 관찰되었고, 07:20경에는 자궁경부가 완전히 개대되어 분만 2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분만이 임박했음을 의미하며 이때부터 담당 주치의나 당직의가 분만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치의 C는 07:35경까지도 병원에 도착하지 않은 채 당직의 D에게 뒤늦게 연락했고, 당직의 D 또한 07:38경 전화로 상황을 보고받았으나 08:01경에야 분만실에 도착했습니다. 이러한 지연 동안 07:36경부터 태아의 심박동수가 분당 50~180회로 급격히 떨어지는 태아곤란증 상태가 나타났고, 07:48경에는 분당 59회로 회복되지 않는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08:04경 원고 A가 분만되었으나, 출생 당시 자발호흡이 없고 심박동도 측정되지 않는 심각한 저산소 상태였습니다. 이로 인해 원고 A는 저산소성 뇌손상에 의한 사지마비성 뇌성마비라는 중증 장애를 진단받게 되었고, 원고 측은 피고 병원과 의료진의 분만 지연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주치의 C와 당직의 D가 고위험 산모인 B의 분만 과정에서 태아의 이상 징후를 적절히 감지하고 신속하게 분만을 진행해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분만이 지연되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이러한 분만 지연이 원고인 태아 A의 저산소성 뇌손상 및 뇌성마비 발생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는지, 즉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의료진이 산모에게 태아의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1. 주치의 C와 당직의 D의 진료상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B 산모가 고위험군이었고 태아 심박동수 이상 징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만 2기가 시작된 시점(07:20경)부터 분만 준비가 이루어지지 않고 의사들의 분만실 도착이 늦어져 분만이 지연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07:36경부터 원고가 태아곤란증 상태였던 것으로 보임에도 분만이 지체된 점이 과실로 지적되었습니다.
2. 피고 C, D의 위와 같은 진료상 과실이 원고의 저산소성 뇌손상(뇌병변 장애) 발생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들이 주장하는 급성 융모양막염이나 신생아 패혈증이 뇌손상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피고 학교법인 E는 피고 C, D의 사용자로서 공동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4. 그러나 설명의무 위반으로 태아인 원고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태아에게 적극적인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5.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은 의료 행위의 특수성과 복합적인 원인 발생 가능성을 고려하여 30%로 제한되었습니다.
6. 이에 따라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총 548,587,480원(재산적 손해액 518,587,480원 + 위자료 3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4년 9월 28일부터 2018년 10월 31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을 지급하라고 주문했습니다.
7.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피고 병원과 의료진은 산모의 조기양막파수 및 분만 진행 중 나타난 태아곤란증에 대한 부적절하고 지연된 대처로 인해 아기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성마비를 겪게 된 것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게 되었습니다. 법원은 의료 과실과 그로 인한 태아의 뇌손상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병원과 의사들에게 총 5억 4천여만원의 손해배상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태아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이유로 한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법령과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민법 제762조 (불법행위에 대한 태아의 권리능력)​: 이 조항은 '태아는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태아가 아직 출생하지 않았더라도,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나중에 출생하면 그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는 법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인 아기 A는 분만 과정의 의료 과실로 인해 출생 직후부터 심각한 뇌손상 장애를 입었으므로, 이 조항에 따라 피고들에게 자신의 손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태아가 직접적인 피해자로서 재산적 손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고유한 손해배상청구권을 가질 수 있다는 법률적 근거가 됩니다.
2. 의료 과실 및 주의의무 위반: 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적용되는 의료 수준에 비추어 필요한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 진료해야 할 의무를 가집니다. 특히 분만과 같은 고위험 의료 행위에서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 및 건강에 직결되는 만큼 더욱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가 요구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료진이 고위험 산모의 분만 과정에서 태아의 이상 징후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신속한 대처를 소홀히 하여 분만을 지연시켰고, 이것이 태아의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한 의료 과실로 판단했습니다.
3. 손해배상책임의 인과관계: 의료 과실이 인정되더라도, 그 과실과 환자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에 직접적인 원인과 결과의 관계(인과관계)가 증명되어야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의료진의 분만 지연 과실과 원고 아기의 저산소성 뇌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적시에 적절한 의료 조치가 이루어졌다면 아기의 뇌손상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4. 사용자 책임 (민법 제756조)​: 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E는 피고 의사 C와 D의 사용자입니다. 민법 제756조에 따라 직원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그 직원을 고용한 사용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도 의사들의 진료상 과실이 인정됨에 따라, 병원 운영 법인인 피고 E 또한 의사들과 함께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를 공동으로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5. 책임의 제한: 의료 행위는 본질적으로 고도의 전문성과 위험성을 수반하며, 의사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됩니다. 또한, 환자의 건강 상태나 다른 복합적인 요인이 손해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손해의 공평하고 타당한 분담을 위해 의료진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정 비율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들의 분만 지연 외 다른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의 조기양막파수에 따른 융모양막염 등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여 피고들의 책임이 30%로 제한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1. 고위험 임산부의 집중 관리: 조기양막파수, 조기진통, 양수과소증 등의 증상이 있는 임산부는 '고위험 산모군'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 태아에게 호흡곤란증, 감염, 제대 압박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훨씬 더 세심하고 면밀한 관찰과 신속한 대처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2. 태아 심박동수 변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 분만 과정 중 태아의 심박동수가 평균 범위(분당 120~160회)를 벗어나 비정상적으로 떨어지거나(서맥) 급격히 증가하는 징후가 발견되면, 이는 태아곤란증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즉시 확인을 요청하고, 필요한 경우 신속한 분만(예: 응급 제왕절개)을 고려하는지 문의해야 합니다.
3. 분만 단계별 의료진의 역할 인지: 분만은 크게 3단계로 나뉘며, 특히 '분만 2기'(자궁경부가 완전히 개대된 시점부터 태아가 만출될 때까지)가 시작되면 출산이 임박한 위급 상황으로 간주됩니다. 이때는 주치의 또는 당직의가 분만실에 상주하며 분만을 직접 진행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의료진의 부재로 인해 분만 준비나 실제 분만이 지연되는 것은 의료 과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의료 기록의 중요성: 모든 의료 과정(진찰, 검사 결과, 의료진의 지시, 투약 내용, 시간대별 태아 및 산모의 상태 변화 기록 등)은 상세하게 의료 기록으로 남겨집니다. 의료 분쟁 발생 시 이 의료 기록은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되므로, 필요시 사본을 확보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설명의무의 범위: 의료진은 환자(산모)에게 치료의 내용, 위험성, 대체 치료법 등을 충분히 설명하여 자기결정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판례에서처럼 태아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은 법적으로 인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