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의 건설 입찰 담합 설계보상비 반환 사건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하거나 위탁한 건설 공사 입찰에서 담합 행위를 저지른 다수의 건설회사들을 상대로 이미 지급했던 설계보상비의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입찰 담합이 설계보상비 반환을 약정한 계약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며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은 상법상 연대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부 피고들에 대해서는 회생 또는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소송의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각하했으며 다른 청구(채무불이행, 부당이득, 불법행위)는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한국수자원공사): 여러 건설 공사 입찰을 주최하거나 위탁하고 담합 행위를 저지른 회사들에게 설계보상비 반환을 청구한 기관입니다.
• 피고들 (다수의 건설회사 및 공동수급체 구성원): 한국수자원공사가 발주한 공사 입찰에 참여하여 설계보상비를 받았으나 담합 행위가 적발되어 설계보상비 반환을 요구받은 회사들입니다. 공동수급체 형태로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 회생 및 파산 절차 진행 중인 피고들 (회생회사 A 주식회사, 주식회사 D, 주식회사 G 등): 피고들 중 일부로, 회생 또는 파산 절차가 개시되어 별도의 소송 절차가 아닌 해당 절차 내에서만 채권 행사가 가능한 회사들입니다.
• 회생채무자 J 주식회사: 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피고 중 하나로, 원고의 채권이 회생채권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분쟁 상황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7월부터 10월까지 여러 건설 공사의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이 입찰에 참여한 다수의 건설회사들(피고들)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응했고, 낙찰자로 선정되지 못한 회사들에게는 입찰 규정에 따라 설계보상비가 지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건설회사들이 입찰 과정에서 담합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여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일부 회사들은 형사 재판에서 입찰 방해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는 담합으로 인해 이들 입찰에 무효 사유가 발생했으므로, 이미 지급된 설계보상비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들은 입찰이 무효로 되지 않았고, 설령 무효 사유가 있더라도 설계보상비 반환 약정은 효력이 없으며, 원고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맞섰습니다. 또한 일부 피고들은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었고, 다른 피고들은 설계보상비 반환 채권의 양도나 부당이득 반환 의무 등을 주장하며 다투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입찰 담합이 설계보상비 반환을 명시한 계약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 입찰이 무효로 명확히 선언되지 않았더라도, 무효 사유가 발견되면 설계보상비 반환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 공동수급체 형태로 입찰에 참여한 회사들이 담합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연대하여 설계보상비 반환 책임을 지는지 여부입니다.
• 조달청 발주 공사의 경우, 한국수자원공사가 설계보상비 반환 채권을 양수받아 청구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 회생 또는 파산 절차가 진행 중인 회사에 대한 채권 청구가 법적으로 적법한지 여부입니다.
• 설계보상비 반환 외에 채무불이행, 부당이득, 공동불법행위 등 다른 법적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 분할회사가 분할 전 채무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지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 별지 4에 기재된 회생 또는 파산 절차 진행 중인 피고들 및 선정자들에 대한 소는, 회생채권 또는 파산채권은 해당 절차에 따라서만 권리 행사가 가능하므로,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했습니다.
• 나머지 피고들 및 선정자들은 한국수자원공사에게 설계보상비를 연대하여 반환하고, 각 지연손해금 기산일부터 2017년 1월 18일까지는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습니다.
• 회생채무자 J 주식회사에 대한 한국수자원공사의 회생채권은 2,177,719,000원으로 확정했습니다.
• 원고가 주장한 채무불이행, 부당이득,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특히 일부 피고들에 대한 불법행위 청구는 이미 진행 중인 별소와 동일한 소송물로 판단하여 중복제소에 해당하지만, 약정에 기한 청구가 일부 인용되었으므로 따로 각하하지는 않았습니다.
• 소송비용은 각하된 피고들에 대해서는 원고가 부담하고, 설계보상비 반환 의무가 인정된 피고들에 대해서는 해당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이번 판결은 건설 공사 입찰 과정에서 담합 행위가 적발될 경우, 입찰이 무효로 선언되지 않았더라도 설계보상비 반환 의무가 발생하며, 공동수급체 구성원 모두에게 연대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한 회생이나 파산 절차 진행 중인 회사에 대한 채권은 그 절차 내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불법적인 담합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채권 행사의 적절한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사례입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18조, 제131조 (회생채권의 개별적 권리행사 제한)​: 이 법률에 따르면,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회생채권은 회생계획에 규정된 바에 따르지 않고는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가 회생절차 중인 피고들에 대해 소송으로 채권을 청구한 것이 부적법하다고 판단된 근거가 됩니다.
•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23조, 제424조 (파산채권의 개별적 권리행사 제한)​: 파산선고가 내려진 경우, 파산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는 행사할 수 없습니다. 이 사건에서 파산 절차 중인 피고들에 대한 소가 각하된 근거입니다.
• 공사입찰유의서 및 일괄·대안입찰공사입찰특별유의서 (계약의 내용)​: 이 유의서들은 행정규칙이지만, 입찰 공고에 포함되어 입찰자가 이에 응함으로써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설계보상비 지급 및 반환에 관한 계약의 내용을 구성하게 됩니다. 특히 '담합'을 입찰 무효 사유로 보고 무효 사유가 발생하면 설계보상비를 반환하도록 한 조항이 이 사건 판결의 핵심적인 근거가 되었습니다.
• 상법 제57조 제1항 (공동수급체의 연대책임)​: '수인이 그 1인 또는 전원에게 상행위가 되는 행위로 인하여 채무를 부담한 때에는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상행위인 입찰에 참가하였으므로, 담합 행위로 인한 설계보상비 반환 의무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의 연대 책임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상법 제530조의 9 제1항 (분할회사의 채무에 대한 연대책임)​: 이 조항은 회사가 분할될 경우, 분할회사, 단순분할신설회사 등은 분할 전의 분할회사 채무에 대하여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음을 명시합니다. 이 사건에서 건설사업 부문을 분할한 피고 AP의 소송수계인이 분할 전 채무에 대해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된 근거입니다.
• 민사소송법상 지연손해금 및 중복제소 금지 원칙: 채무불이행 시 발생하는 지연손해금의 기산일과 이자율에 대한 판단 기준이 적용되었으며, 이미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어 있는 사건과 동일한 소송물을 대상으로 다시 소를 제기하는 것은 중복제소로서 부적법하다는 원칙이 일부 불법행위 청구에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 입찰 담합의 심각성 인식: 공사 입찰 등 경쟁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른 업체와 가격, 지분 등을 미리 합의하는 담합 행위는 발주처에 손해를 입히고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불법 행위입니다. 이는 설계보상비 반환뿐만 아니라 과징금, 형사 처벌, 손해배상 등 심각한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 계약 내용의 철저한 확인: 입찰에 참여하기 전 입찰 공고, 입찰 안내서, 공사입찰유의서 등 모든 계약 관련 문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입찰 무효 사유, 설계보상비 지급 및 반환 조건 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공동수급체의 연대 책임: 공동수급체를 구성하여 입찰에 참여하는 경우, 담합 행위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거나 담합 사실을 몰랐더라도 상법상 연대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공동수급체 내부적으로 구상권 문제가 될 뿐 발주처에 대한 책임은 면할 수 없음을 의미합니다.
• 회생·파산 절차 내 채권 행사: 채무자가 회생 또는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 해당 채무자에 대한 채권은 개별적인 소송이 아닌 회생 계획 또는 파산 절차 내에서만 신고하고 권리를 행사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송 자체가 각하될 수 있습니다.
• 사업 분할 시 채무의 연대 책임: 기업이 건설사업 부문을 분할하더라도, 분할 전 회사와 새로 설립된 회사는 분할 전 채무에 대해 연대하여 변제할 책임이 있습니다(상법 제530조의9 제1항). 따라서 회사 분할이 채무 회피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 설계보상비의 성격: 설계보상비는 입찰 유도를 위한 계약 관계에 의해 지급되는 것이므로, 담합 등 불법적인 행위로 경쟁이 제한되었다면 발주처는 이를 반환받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