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금
이불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원고 회사가 피고인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로부터 이불 SHELL 제작을 요청받아 진행하던 중 피고가 정식 계약 체결을 거부하면서 발생한 물품대금 관련 분쟁 사건입니다. 법원은 양측 사이에 이불 SHELL 제작 공급계약이 완전히 성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피고가 원고에게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신뢰를 주었음에도 이를 부당하게 파기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에게 원고가 지출한 물품대금의 일부인 132,150,508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불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원고는 2020년부터 실내인테리어 디자인업을 하는 피고에게 이불을 제작 공급해 왔습니다. 2022년 초 피고는 원고에게 이불 제품 개발 일정을 문의했고 원고는 샘플을 제공했습니다. 피고는 2022년 2월 15일 원고에게 4,000장 분량의 SHELL(이불 겉감) 제직을 요청했고 원고는 2월 28일 소외 회사 E와 SHELL 제작 계약을 체결하여 생산에 착수했습니다. 원고가 3월 4일 피고에게 결제를 요청하는 Proforma Invoice를 보내자 피고는 특정 업체(F)의 회신이 없어서 오더 확정을 할 수 없으니 준비만 먼저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후 피고는 3월 22일 직수입이 아니면 F과의 진행이 어렵다면서 SHELL의 추가적인 커팅 및 봉제는 보류해달라고 통보했습니다. 원고는 3월 23일 SHELL이 이미 재단되고 방도까지 만들어진 상태이며 라벨 봉제와 다운 주입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알렸습니다. 결국 2022년 5월경까지 이불 생산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고 원고와 피고는 이미 제작된 SHELL 부분의 처리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피고는 2023년 3월 29일 SHELL 제작 대금 지급을 거절했고 원고는 소외 회사 E에 188,786,441원을 지급한 후 피고를 상대로 물품대금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불 SHELL 제작 공급계약이 실제로 체결되었는지 여부. 둘째 만약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면 피고의 계약 교섭 중단이 부당한 파기에 해당하는지 여부. 셋째 부당 파기로 인정될 경우 원고가 입은 손해액의 범위는 얼마인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132,150,508원 및 이에 대하여 2023년 12월 5일부터 2024년 11월 12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 중 1/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SHELL 공급계약에 대한 구체적인 계약서나 대금 합의가 없었고 세부 사항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정식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로부터 받은 샘플을 확인하고 4,000장 SHELL 제직을 시작해달라고 요청했으며 결제 요청에도 준비만 먼저 해달라고 하는 등 이불제작 공급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강한 기대와 신뢰를 원고에게 부여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고가 소외 회사와 물품계약을 체결하여 SHELL을 생산했는데도 피고가 특정 업체(F)와의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계약 체결을 거부한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부당한 계약 교섭 파기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원고가 소외 회사에 지급한 물품대금 188,786,441원 전액을 손해액으로 인정하기는 어렵고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액은 그 구체적인 액수를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로 보아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물품대금의 70%인 132,150,508원을 원고의 손해액으로 정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계약의 성립 요건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51650 판결 등 참조): 계약이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들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어야 합니다. 이 합치는 계약의 모든 세부 사항에 대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사가 합치되거나 적어도 장래에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SHELL 공급계약에 대해 구체적인 계약서 작성이나 대금 합의가 없었고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정식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 2022. 7. 14. 선고 2021다216773 판결 등 참조): 어느 일방이 계약 교섭 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상대방에게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예를 들어 비용 지출)했는데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합니다. 이 경우 계약 체결을 신뢰하여 지출한 비용 즉 신뢰이익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SHELL 제직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며 강한 기대와 신뢰를 주었음에도 계약 체결을 거부한 행위를 부당한 계약 교섭 파기로 인정했습니다. 셋째 손해배상액의 산정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 손해가 발생한 것은 인정되지만 그 정확한 액수를 증명하는 것이 어려운 경우 법원은 변론 전체의 취지와 증거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금액을 손해액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청구한 손해액 전액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물품대금의 70%인 132,150,508원을 손해배상액으로 결정했습니다. 넷째 지연손해금: 피고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한 지연손해금은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연 5%의 이율이 적용되고 판결 선고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연 12%의 이율이 적용됩니다.
유사한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정식 계약 체결 전이라도 중요한 거래에 대해서는 품목 수량 단가 인도 결제 조건 등을 명확히 기재한 문서나 합의서를 반드시 작성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처럼 핵심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가 없을 경우 계약 성립 여부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둘째 계약 교섭 단계에서 오고 간 모든 기록 예를 들어 메일 메시지 회의록 등은 추후 분쟁 발생 시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각 단계별 요청 사항 동의 내용 진행 상황 등을 꼼꼼히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상대방의 명확한 주문 확정이나 계약 체결 전에 대규모의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 해당 비용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명확히 합의하거나 최소한 상대방으로부터 이행 착수에 대한 명확한 요청 및 비용 부담에 대한 사전 협의를 받아두어야 합니다. 넷째 비록 정식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더라도 상대방이 계약이 확실히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를 주었고 이에 따라 비용을 지출했는데 상대방이 부당하게 계약 체결을 거부했다면 '계약 교섭의 부당 파기'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실제로 지출된 비용과 손해 발생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영수증 송금 내역 견적서 계약서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지급한 물품대금 전체가 손해액으로 인정되지 않고 일부만 인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