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 주는 집이라 했는데, 생숙은 집이 아니라니요.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생활숙박시설

생활(형)숙박시설, 속칭 ‘생숙’이란 장기투숙 수요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2012년경부터 건축법에 도입된 시설입니다. 이후 건축법에 도입된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논란이 있었고, 회색영역을 틈타 생숙을 주거용도로 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2021년 사이에는 저금리 기조와 함께 연이어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자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생숙’ 열풍이 불었습니다.

생숙은 '주택 대체 투자 상품' 또는 '호텔급 서비스와 주거를 결합한 상품'이라고 광고되어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생숙은 상업시설로 분류되고 전매도 제한 없이 가능했습니다. 무엇보다,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양도소득세 중과 등 세금이나 주택에 대한 LTV 대출 제한에서 제외되었기에 다주택자로서는 더없이 좋은 투자처였습니다. 중심가의 지역에서 생숙을 분양받으면 즉시 두둑히 피를 붙여서 팔면 양도세 중과도 되지 않으니, 전국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강남이나 부산 해운대의 분양에서는 무려 1,000대 1이 넘는 경쟁률로 완판이 됐습니다.

문제는 생숙은 집이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생숙에 대한 논란이 일자 정부(국토교통부)는 행정 예고를 통해 2021년 생숙은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고,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통하여 생숙에 대한 숙박업 신고를 하도록 못 박았습니다. 이러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수분양자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물러서지 않았고 2023년까지 생숙의 불법 사용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나왔습니다. 숙박업 신고나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공시가격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

숙박업도 용도변경도 어려운 상황에서 팔리지도 않아

하지만 생숙에 대한 숙박업 신고는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소방 설비, 방화문, 스프링클러 등 숙박업 기준에 부합하는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구조변경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이 이를 수용할 리 만무했습니다. 이미 임차인을 들인 수분양자로서는 임대수익이 중단됨에 더해 임차인에 대한 위약금까지 물어줘야 하는 상황이었고요.

그렇다고 주거용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하는 것 또한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복도 확장, 소방 설비 보강, 주차장 확충 등 비용 부담은 차치하더라도 주거용이 아니어서 기대했던 모든 세제상의 혜택이 모두 사라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생숙 자체에 대한 투자용 상품으로의 매력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다른 오피스텔에 비하면 생숙은 전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기에 시가는 폭락했습니다. 급급매로 가격을 낮춰도 매수자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계약서가 불리한 상황에서 소송도 쉽지 않아

결국 일부 수분앙자는 반발하여 시행사를 상대로 분양계약을 취소하겠다며 소송을 했습니다.

서초역, 교대역, 남부터미널역의 트리플 역세권에 있다는 생숙 3개 호실을 분양받은 A의 경우도 그러했습니다. A는 생숙의 인기가 한창이던 2020년 10월경 3개의 호실을 약 18억 5천만 원에 분양받았습니다. 홍보물에는 '직접 거주도 가능하며', '실주거 및 위탁운영 선택 가능', '조식 주고 청소해주는 집'이라고 되어 있었고, A는 탁월한 입지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보장받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피해갈 거라 생각하며 약 13억 원의 계약금과 일부 중도금을 납부했습니다. A의 기억으로는 분양 상담을 받을 때 직원은 '생숙은 실제 거주지로 할 수 있고. 분양가의 90%까지 담보대출이 나온다'라고 했는데, 실제로 알아보니 금융권에서는 주거용은 90%의 담보대출도 불가능하다고 했고, 더 이상의 잔금을 납부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A는 시행사를 상대로 허위 분양 계약을 취소하고 이미 낸 13억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자신은 주거로 할 수 있고, 90% 담보대출도 나온다 해서 청약을 받았지, 그것이 안됐다면 청약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소송 과정에서 분양대행사 교육자료에는 ‘입주 시점에 고객이 선택하여 실 거주 OR 위탁 운영 선택 가능’이라고 기재된 것이 확인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A의 주장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1]

법원은 생숙에 대한 논란이 해소된 2021년 1월 전에 체결되었는데, 당시의 관행에 따라 거주 또는 주거용으로 임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홍보했어도 다소의 과장을 넘어서 허위사실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분양계약서에는 붉은색 굵은 글씨로 '생활숙박시설'로 명기되어 있었고, 계약의 내용에도 기재되어 있었으며, 말미에는 '위 계약내용 및 생활형숙박시설 공급공고의 내용에 대하여 동의 후 자필 기재한 것을 확인했습니다'는 자필 기재가 있었습니다. 불리한 내용뿐이었습니다.

A는 자신을 상담한 직원이 '90%의 담보대출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나, 실제로는 그 상담직원이 누구인지도 끝내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다른 분양대행사 직원들은 소송에서 그렇게 설명한 적이 없다고 증언 했습니다.

홍보직원 녹취까지 확인된 사안은 승소

이와 달리 생숙의 분양계약이 취소된 사안도 있습니다. 부산해운대구에서 생숙을 분양받은 B의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분양대행사는 B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위탁업체와 숙박계약을 체결하면 실거주 할 수 있다고 홍보했습니다. 심지어 시공사 법무팀에서 ‘E 법무팀이 직접 거주하면서 전입신고를 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라는 녹취가 발견되기까지 했습니다. 분양상담자료 및 공식홍보계정에 ‘리조트룩 하우스’, ‘하이엔드 주거’, ‘거주’ 등의 표현이 거듭 사용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시공사와 시행사는 수분양자에게 분양대금 에 이자까지 처서 고스란히 반환해야 했습니다.[2]

결국 2023년까지 불법으로 방치된 상황에서 수분양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 정부는 결국 한발 물러났습니다. 이행강제금 부과 시점을 2027년 말까지 조건부로 유예했고 복도 폭이나 주차 기준을 완화하여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을 허락하겠다고 했습니다. 기존의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1.8m의 복도 폭이 대대적인 구조 변경이 필요하나 완화하여 1.5m로 인정해주고 주차 기준도 완화해 주겠다는 겁니다.

최근 서울 마곡지구에서는 생숙에서 오피스텔로 변경하고, 주차장 확보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서 얼핏보면 해결되는 국면으로 보이긴 하나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일단 실제 생활숙박시설의 용도로 기대하고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도 극소수지만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용도변경을 위해서는 분양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고, 이들이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용도변경을 할 수 없는 겁니다. 실제로 그런데 1명의 수분양자는 본래대로 생활형 숙박시설을 원한다고 버티고 있고 시행사는 분양계약해지 통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사태가 해결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체크포인트

• 생숙은 주거로 할 수 없다.
• 분양계약서와 다른 설명을 들은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면 분양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 분양을 돌릴 수 없다면, 용도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