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유명 드라마 작가 A가 방송사 B와 체결한 드라마 극본 집필 계약에 대해 계약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작가 A는 계약 조항의 불공정성, 계약이 약관에 해당함에도 설명의무를 위반한 점, 방송사의 신뢰관계 파기 행위로 인한 사정 변경, 그리고 자신의 집필 의무가 부대체적 채무이므로 신의칙상 해지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등 여러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한 원고와 피고 사이에 계약이 합의 해제되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작가 A의 모든 주장을 기각하며, 해당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고 작가 A의 집필 채무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명 작가 A는 2014년 2월경 방송사 B와 40회 분량의 미니시리즈 극본 집필 계약을 체결하고, 5월 30일에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계약에 따라 작가 A는 총 14억 원의 원고료를 받기로 했으며, 계약금 명목으로 2014년 3월, 2015년 3월, 2016년 3월에 각 1억 4천만 원씩 총 4억 2천만 원을 지급받았습니다. 계약 주요 내용은 방송 프로그램 제목과 일시가 미정인 상태에서 40회 분량의 미니시리즈 극본을 2018년 1월 31일까지 4회분을,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모든 대본 집필을 완료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계약서에는 피고 방송사가 극본의 완성도를 높이거나 제작, 방송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부분의 수정·보완을 요구할 수 있으며(제10조), 계약 종료 시 피고가 원고와 차기 계약을 체결할 우선협상권을 갖고, 원고는 피고에게 제안한 조건보다 제3자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제3자와 집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는(제12조)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또한 계약 위반 시 미집필 원고료 총액을 손해배상액으로 하고, 미집필 원고료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 지급한다는(제15조) 조항도 있었습니다. 이후 작가 A는 이 사건 계약에 따른 집필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작가 A는 계약 제10조(극본 수정/보완), 제12조(우선협상권), 제15조(손해배상/위약벌) 조항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 금지하는 불공정거래행위 및 민법상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 계약이 약관에 해당하는데 피고가 주요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무효이며, 피고의 과거 극본 수정 요구 및 편성 거부(F, G 드라마 관련) 등으로 신뢰관계가 파탄되었고 이는 사정 변경에 해당하므로 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나아가 자신의 집필 의무는 부대체적 채무이므로 이행 의사가 없다면 이행 불능 상태이고, 이를 강요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므로 계약 해지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피고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계약 해제 의사를 표시했고, 피고의 답변에 손해배상 및 위약벌 언급이 있었으므로 합의해제가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 극본 집필 계약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불공정거래행위나 민법상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 이 사건 계약이 약관규제법상 약관에 해당하며 설명의무 위반으로 무효인지 여부 피고의 신뢰관계 파기 행위와 사정 변경을 이유로 원고에게 계약 해제 또는 해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원고의 집필 의무 불이행을 이유로 민법상 신의칙에 따라 계약 해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계약이 합의 해제되었는지 여부
법원은 원고 A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는 원고 A가 피고 방송사 B에 대해 주장한 극본 집필 계약에 따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계약에 따른 원고의 집필 채무가 여전히 유효하게 존재함을 확인한 것입니다.
법원은 작가 A가 제기한 극본 집필 계약의 무효 및 해제 주장을 모두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작가 A는 방송사 B와의 2014년 5월 30일자 극본 집필 계약에 따라 여전히 극본을 집필할 의무를 지니게 되며, 해당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에서 정한 손해배상 및 위약벌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판결에는 다음과 같은 법령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1.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이 법은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 불공정거래행위 등을 금지하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합니다. 원고는 계약 제10조(극본 수정/보완 요구), 제12조(우선 협상권)가 거래상 지위 남용 및 구속조건부 거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드라마 극본이 상업적인 방송 편성을 전제로 하며, 방송 작가 집필 표준계약서에도 수정 요구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점, 제10조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작가가 거부할 수 있고, 제12조는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제3자와의 계약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허용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높은 완성도를 위해 계약금 총액의 30%를 선지급하면서까지 계약을 체결한 점 등을 고려하여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2.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합니다. 원고는 계약 제15조(손해배상 및 위약벌) 조항이 과도하여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 및 위약벌 조항은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상 허용되며, 이 사건 조항이 계약 위반 시 원고뿐만 아니라 피고에게도 적용되고, 이행 정도에 따라 부담액이 줄어드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반사회적이라고 볼 수 없어 유효하다고 판단했습니다.
3.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사업자가 다수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미리 마련한 계약을 '약관'이라고 하며, 사업자는 고객에게 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원고는 계약이 약관에 해당하고 피고가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계약서를 미리 준비했더라도, 원고의 요청에 따라 원고료 지급 방식이 변경되는 등 계약 내용이 상호 협의로 조정되었고, 계약서 매장마다 원고의 자필 간인이 있는 점 등을 볼 때 이 사건 계약이 약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설명의무 위반 주장 또한 배척했습니다.
4. 사정변경의 원칙: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하고, 그 변경이 해제권을 취득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발생했으며, 계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현저히 반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계약 해제를 인정하는 원칙입니다(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다2674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신뢰관계 파기 행위(과거 드라마의 수정 요구, 편성 취소)가 이 사건 계약의 기초가 된 객관적 사정의 변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F 극본 수정은 이 사건 계약 체결 전의 일이고, G 드라마 편성은 이 사건 계약에 따른 극본이 아니었으며 기획 단계에서 협의가 무산된 것일 뿐이었습니다. 또한 원고는 F 이후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고 G 편성이 무산된 이후에도 계약금을 수령하는 등 사후 행위를 했고, 원고가 막연한 추측에 근거하여 해제를 주장하는 점 등을 들어 사정 변경에 의한 해제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5.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원고는 자신의 집필 의무가 비대체적 채무이므로 이행 의사가 없다면 이행 불능 상태이고, 이를 강요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하므로 계약 해지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집필 의무를 직접 강제할 수는 없지만,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유를 불문하고 원고에게 해제권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계약 자유의 원칙에 따라 체결된 계약은 지켜져야 하며, 단순히 이행 의사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의칙상 해지권을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6. 합의해제: 계약 당사자 쌍방이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키기로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합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보낸 계약 해제 내용증명과 피고의 답변 내용증명에서 손해배상 및 위약벌을 언급한 것만으로는 합의해제가 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는 답변에서 오히려 원고가 계약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 주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현했고, 소송 중에도 지속적으로 계약 이행을 희망하는 의사를 표시했기 때문입니다.
계약 체결 시 불공정 조항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작가와 같이 창작 활동을 하는 경우, 작품의 본질을 침해할 수 있는 수정 요구, 타사 계약 제한 등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약 해제 또는 해지 사유는 법적으로 명확해야 하며, 단순히 개인적인 신뢰 파탄이나 이행 의사 없음만으로는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제하기 어렵습니다. 계약서에 명시된 손해배상 및 위약벌 조항은 법적으로 유효하게 인정될 수 있으므로, 계약 불이행 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주장은 해당 계약이 '약관'에 해당하고, 그 내용이 일반적인 거래 관행과 달라 중요한 내용임에도 설명이 없었음을 입증해야 하므로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정 변경에 의한 계약 해제는 계약 체결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중대한 객관적 사정 변화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현저히 반할 때만 예외적으로 인정됩니다. 합의 해제는 계약 당사자 쌍방이 계약을 해제하기로 명확히 합의한 경우에만 인정됩니다. 일방의 해제 통보에 대한 상대방의 답변에 손해배상 관련 언급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합의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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