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H신도시 1단계 G지구 내 토지를 매입한 회사가 신도시 개발사업 시행사를 상대로, 당초 대규모로 계획되었던 2단계 L지구 개발사업이 대폭 축소된 것은 채무불이행, 사정변경, 동기의 착오 등에 해당하므로 분양계약을 해제 또는 취소하고 계약금 반환 및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2단계 L지구 개발계획이 분양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고 기반시설 완비 지연은 시행사의 귀책사유가 아니며, 사정변경이나 동기의 착오로 인한 계약 해제 또는 취소 사유도 아니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피고 B공사는 H신도시를 1단계 G지구와 2단계 L지구로 나누어 개발할 계획을 발표하고 홍보했습니다. 2007년 주식회사 M(이후 원고 A가 지위 승계)은 1단계 G지구 내 업무용지를 430억 9,920만 원에 분양받는 계약을 피고와 체결했습니다. 계약 당시 2단계 L지구는 교육타운, 첨단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될 예정이었고, 원고는 H신도시 전체의 가치 상승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 국토해양부는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2단계 L지구 개발사업을 당초 계획 면적의 약 30% 수준으로 대폭 축소하는 사업계획 변경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2단계 L지구 개발 축소로 인해 토지의 가치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여, 피고가 당초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것은 채무불이행, 현저한 사정 변경 또는 동기의 착오에 해당한다며 분양계약을 해제 또는 취소하고, 이미 지급한 계약금 43억 992만 원과 분양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 43억 992만 원 등 총 86억 1,984만 원을 청구했습니다.
2단계 L지구 개발계획의 축소가 1단계 G지구 토지 분양계약의 채무불이행, 사정변경, 또는 동기의 착오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이를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입니다.
원고의 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홍보한 2단계 L지구 개발계획이 1단계 G지구 토지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분양계약서에는 2단계 L지구 개발 의무가 명시되지 않았고 입찰 공고문에는 개발계획 변경 가능성이 고지되어 있었으며, 2단계 L지구는 계약 당시 개발계획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1단계 G지구의 기반시설 완비 지연은 국도 공사 지연과 문화재 발굴 등 피고의 귀책사유가 아닌 외부 요인에 따른 것이므로 채무불이행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2단계 L지구 사업 축소는 계약의 기초가 된 객관적인 사정이 아닌 원고의 주관적 기대에 불과하고 개발계획 변경 가능성이 예견 가능했으므로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2단계 L지구 개발계획에 대한 착오는 분양계약의 중요 부분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가 착오의 동기를 피고에게 표시하여 계약 내용으로 삼기로 한 증거도 없어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한 계약 취소 또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다음과 같은 법률 및 법리를 중심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과 손해배상): 채무자가 계약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아니한 때에는 채권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2단계 L지구 개발 의무와 1단계 G지구 기반시설 완비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해당 의무가 계약 내용에 포함되지 않았거나 피고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채무불이행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민법 제543조 이하 (계약의 해제): 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의 채무불이행이 인정되지 않아 해제권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해제 법리: 계약 성립 당시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하고, 그 사정 변경이 계약 해제를 주장하는 당사자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생긴 것이며, 계약 내용대로의 구속력을 인정하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결과가 생기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인정됩니다. 법원은 2단계 L지구 개발 계획 변경은 원고의 주관적인 기대에 불과하고, 변경 가능성이 예견 가능했으므로 사정변경 해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109조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의 취소):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합니다. 동기의 착오가 취소 사유가 되려면 그 동기를 계약 내용으로 삼았음을 상대방에게 표시해야 하며, 법원은 원고가 그러한 표시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민법 제2조 (신의성실):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 해제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계약 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신의칙이 고려되었으나, 법원은 계약 구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토지를 분양받을 때에는 분양계약서에 명시된 내용 외에 홍보 자료나 예상 개발계획에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다음 사항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첫째, 계약서상에 명시된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개발 사업의 전체 계획이 계약 내용에 명확히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홍보 문구는 법적인 구속력이 없을 수 있습니다. 둘째, 개발 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에 대해 계약서에 어떤 조항이 있는지, 그리고 토지 사용 가능 시기나 기반시설 완비 시기가 변동될 수 있다는 문구가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셋째, 자신이 계약을 체결하게 된 중요한 동기나 기대사항이 있다면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명시하거나 상대방에게 분명히 전달하여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개인적인 기대에 불과하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대규모 사업은 경제 상황, 정부 정책, 예상치 못한 환경적 요인 등으로 인해 계획이 변경되거나 지연될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