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원고는 E병원에서 경추 추간판탈출증 수술을 받은 후에도 증상 호전이 없자, 피고 의료법인 B가 운영하는 D병원에서 신경외과 전문의 피고 C로부터 진료를 받고 척추수술(이 사건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원고의 증상은 악화되었고, 원고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진단 및 수술 과정에서 과실을 저지르고 설명의무를 위반하여 손해를 입었다며 3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1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 또한 피고들의 의료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2006년 E병원에서 척수병증을 동반한 경추 추간판탈출증으로 척추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수술 후에도 증세 호전 없이 지체기능 장애 2급과 노동능력상실율 31%의 후유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2008년 11월 피고 병원에 내원하여 2009년 3월부터 피고 C에게 진료를 받았는데, 당시 보행장애, 하지 약화, 배뇨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을 보였고 경추 MRI 검사 결과 기존 수술 부위 외에 다른 경추 부위에서도 추간판탈출증과 척수 압박 및 손상 소견이 확인되었습니다. 증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되자 피고 C는 수술적 치료를 계획하고 2009년 6월 9일 '이 사건 수술'(경추 간 후방경유 후궁성형술 및 신경감압술 등)을 시행했습니다. 수술 후에도 원고는 목, 등 통증, 양쪽 무릎 통증, 다리 위약감, 보행장애, 배뇨·배변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며 상태가 호전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원고는 이전에 E병원의 의료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여 확정되었고, 이후 피고 의료법인 B와 피고 C를 상대로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의 의료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의 경추 상태를 잘못 진단하여 불필요한 수술을 결정했는지 여부(진단상 과실)입니다. 둘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 과정에서 통상적인 방법을 벗어나 술기상 과실을 저지르고 이로 인해 원고에게 척추신경 손상 등 악결과가 발생했는지 여부(수술 과정상 과실)입니다. 셋째, 피고 병원 의료진이 이 사건 수술 전 원고에게 수술 방법, 부작용, 위험성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는지 여부(설명의무 위반)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첫째, 진단상 과실에 대해서는 원고가 2006년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통증과 신경학적 이상 증상을 호소했고, 경추 MRI 검사에서도 척수 압박 및 손상 소견이 확인되었으므로, 피고 병원 의료진이 원고의 증상을 경추 부위 이상으로 판단하고 신경학적 증상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수술을 결정한 것이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수술 과정상 과실에 대해서는 이 사건 수술이 통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졌으며 원고의 병변이 효과적으로 치료되었고, 수술 후 영상 검사에서도 신경감압술이 잘 이루어진 것이 확인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원고가 주장하는 술기상 과실이나 그로 인한 척추신경 손상 등의 악결과 발생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으며, 현재 원고에게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은 기존에 존재했던 척수병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셋째,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피고 병원 의료진이 수술 전에 원고로부터 수술 내용, 예상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들었다는 취지의 수술동의서에 서명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설명의무를 이행했다고 보았고, 또한 이 사건 수술로 인해 원고에게 척추신경 손상 등의 악결과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자기결정권 침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모든 주장을 기각한 1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의료 소송에서 의사의 주의의무, 재량권, 의료 과실의 입증 책임, 그리고 설명의무에 대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첫째, 의사의 주의의무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에게 최선의 주의의무가 요구되며, 이는 진료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한 임상의학 실천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대법원 1997. 2. 11. 선고 96다5933 판결 참조).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주의하고 치료 방법의 효과와 부작용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둘째, 의료행위의 재량권에 관하여, 의사는 환자의 상황과 의료 수준, 자신의 지식 경험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범위의 재량을 가지며, 이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진료 결과만을 가지고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5다5867 판결 참조). 셋째, 의료 과실의 인과관계 입증에 있어서 의료행위의 전문성으로 인해 일반인이 의료 과실이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으므로, 의료 과실 이외의 다른 원인을 찾기 어려운 간접사실들을 입증함으로써 과실을 추정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막연한 추정으로 의사에게 무과실의 증명 책임을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2다45185 판결 참조). 넷째, 설명의무는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나 사망 등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자기결정에 의한 선택이 요구되는 경우에 발생하며, 수술의 방법, 예상되는 합병증, 위험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다만,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문제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은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25971 판결 참조).
의료 분쟁 발생 시 환자의 상태 변화와 의료행위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유사한 상황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진단 시점부터 치료 과정, 수술 전후의 모든 의료 기록, 영상 자료(MRI, X-ray 등)를 철저히 확보하고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이미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거나 기왕의 질환이 있는 경우, 기존 질환이 현재 증상 악화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구분하고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수술 동의서나 진료 기록에 서명하기 전에 반드시 내용(수술의 목적, 방법, 예상되는 합병증 및 위험성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모호하거나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면 의료진에게 충분히 설명을 요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의료 소송에서는 의사의 진단 및 치료 방법 선택에 대한 상당한 재량권이 인정되므로, 의료진의 행위가 당시 임상의학의 실천 수준에서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