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뇌염 진단 및 치료 관련 의료과실 인정 여부 판결

뇌염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중증 장애를 입은 미성년 환자와 그 부모가 병원 의료진의 의료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채무불이행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항소심 법원은 의료진의 가족력 파악 미흡이나 경련 증상에 대한 대처에 일부 잘못은 있으나, 이것이 환자의 장애 발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의료과실 및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뇌염 진단 및 치료 후 장애를 입은 미성년 환자), B와 C (A의 부모이자 법정대리인으로 원고 A를 대리하여 손해배상을 청구)
• 피고: D (원고 A가 내원한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E (원고 A를 직접 진료한 의사)

분쟁 상황

원고는 2015년 9월 18일 몸 처짐과 발열 증상으로 피고 병원에 내원했습니다. 내원 당일 원고의 오빠가 수두(의증) 진단을 받았음에도 피고 병원 의료진은 이를 문진 과정에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원고는 경련 증상을 보였고, 피고 병원 간호사는 보호자에게 동영상 촬영을 요청했으나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하여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이후 전남대학교병원과 서울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되어 상세불명의 뇌염 진단을 받았고, 이로 인해 운동장애, 연하장애, 언어장애, 인지장애 등의 중증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측은 피고 병원 의료진의 부주의한 진단과 치료, 전원 조치 지연 등으로 인해 장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의료진에게 뇌염 진단 및 처치, 경련 증상 치료, 전원 조치 과정에서의 의료과실이 있는지 여부와 의료진의 설명의무 위반 및 채무불이행 책임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특히 의료진의 잘못과 환자의 중증 장애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가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항소심 법원은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또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이 법원에서 확장한 청구도 모두 기각했으며,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원고 측이 제기한 피고 의료진의 뇌염 진단 및 처치 과실, 경련 증상 치료 및 전원 조치 지연 과실, 설명의무 위반, 채무불이행 책임 주장 모두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E이 문진 과정에서 원고의 가족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과 간호사 I이 원고 상태의 동영상 촬영을 요청하고도 이를 확인하여 조치하지 않은 잘못은 인정했으나, 이러한 잘못과 원고에게 발생한 뇌염에 따른 장애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의료과실 및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 의료과실이란 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당시의 의료수준과 경험에 비추어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과실이 인정되려면 의료인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점, 그 위반으로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 그리고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이 판례에서 법원은 피고 E이 원고 오빠의 수두 진단 사실이라는 가족력을 파악하지 못한 잘못은 인정했으나, 이것이 항바이러스제 미투여로 이어져 원고의 뇌염에 따른 장애를 초래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즉, 설령 초기 진료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더라도 그것이 최종적인 나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원고의 뇌염 원인균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실제 예후를 좋게 하지 못했다는 의학적 소견이 인과관계 부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습니다. (대법원 2013. 4. 26. 선고 2011다29666 판결 등 참조)
2. 진전과 경련의 구별 및 전원 조치의 적절성: 소아의 경우 일시적인 근육경련으로 해당 부위를 잡으면 멈추는 '진전(jitteriness)'과 뇌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경련'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에서 초기 원고의 떨림 증상이 해당 부위를 잡으면 멈추었기 때문에 의료진이 이를 즉시 경련으로 단정하기는 어려웠고, 경과를 지켜본 것이 당시 의학적 기준에 비추어 과실이 아니라고 판단되었습니다. 또한 경련이 명확해진 시점 이후의 전원 조치가 지연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3. 설명의무 위반: 의료인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진료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을 설명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의무입니다. 그러나 이 판례에서는 원고에게 발생한 중증 장애가 피고 E의 '침습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되는 사항을 대상으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위자료 지급 대상으로서의 설명의무 위반은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모든 손해 배상을 청구하려면 구체적인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중대한 위반이 있어야 하고,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등 참조)
4. 채무불이행 책임: 진료계약은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수단채무'입니다. 이 판례에서는 피고 D이 진료계약의 당사자로서 채무자이기는 하지만, 의료과실 내지 설명의무 위반과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진료채무를 불완전하게 이행하였다거나 그 채무불이행과 원고의 장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E은 피고 D의 이행보조자에 불과하므로 채무불이행 책임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1988. 12. 13. 선고 85다카1491 판결 등 참조)

참고 사항

1. 의료진의 진료 과정상 미흡함이 인정되더라도, 그것이 환자의 나쁜 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어야만 의료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순히 잘못된 점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2. 특히 진단 지연이나 치료 방법 선택의 적정성에 대한 주장을 할 때는, 해당 시점의 의학적 수준에서 어떤 조치가 최선이었는지, 그리고 다른 조치가 있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의학적 증거와 전문가 의견이 중요합니다.
3. 환자나 보호자는 의료진의 요청이 있거나 증상이 의심스러울 경우, 증상 변화를 기록하거나 동영상 등으로 남겨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의료진이 이를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사실을 명확히 주장하고 입증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4. 의료행위의 결과가 나빴다고 해서 무조건 의료과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치료가 불가피하게 실패했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 등 여러 의학적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됩니다.
5. 설명의무 위반은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를 전제로 하지만, 이로 인해 모든 손해 배상을 청구하려면 구체적인 치료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할 정도의 중대한 위반이 있어야 하며,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와의 인과관계도 입증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