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C대학교의 B 도서 구매를 대행한 주식회사 A가 DDP(Deep Discount Price) 할인을 적용하지 않아 원고(대한민국)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제기된 손해배상 청구 사건입니다. 원고는 피고가 계약상 의무를 위반하거나 불법행위를 저질러 약 8.7억 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며, 1심에서는 원고의 일부 승소 판결이 있었으나, 항소심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피고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C대학교는 조달청을 통해 해외 출판사 D의 B 도서를 구매하기 위해 입찰을 진행했고, 주식회사 A가 낙찰되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차례 구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조달청(원고)은 주식회사 A(피고)가 B 도서 구매 시 해외 출판사로부터 Deep Discount Price(DDP) 할인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이를 계약 과정에 반영하지 않아 국가에 약 8.7억 원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에게 초과 지급된 금액을 반환하거나, 피고의 행위가 계약상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도서 구매 대행업체가 해외 출판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Deep Discount Price(DDP) 할인을 수요기관에 적용하지 않은 견적을 제출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이 계약 위반 또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계약상의 '정상적인 거래가격'이나 '기관구독가격'에 DDP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 포함되는지에 대한 판단이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변경하여, 원고(대한민국)가 제기한 피고(주식회사 A)에 대한 초과 지급액 반환 및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 총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초과 지급된 금액을 반환하거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 수요기관이 입찰 전 견적 요청 시 DDP 할인을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피고가 제출한 입찰금액 산정 내역서는 계약 문서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DDP 할인이 복잡한 조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되어 피고가 지속적 적용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고, 계약상 '정상적인 거래가격'이나 '기관구독가격'의 정의가 불명확하여 DDP 할인이 반드시 포함된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대규모 총액계약의 특성상 개별 도서의 가격보다 전체 계약 금액이 중요하며, 용역과 물품 구매가 결합된 계약의 본질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의 해석 원칙이 중요하게 적용되었습니다. 계약 내용이 불분명할 경우,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와 함께 계약의 목적, 체결 경위, 당사자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참작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정상적인 거래가격'과 '기관구독가격'이 불명확하게 정의되어 계약 문언만으로는 DDP 할인을 포함하는지 알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채무불이행(민법 제390조) 및 불법행위(민법 제750조) 책임 여부도 쟁점이었으나, 법원은 피고의 행위가 계약상 의무 위반이나 불법행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 사건 구매계약이 개별 도서의 가격보다는 전체 계약 금액이 중요한 총액계약의 형태로 체결되었다는 점과, 단순한 도서 구매대행이 아닌 용역과 물품 구매가 결합된 성격이라는 점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조달청훈령인 「외자계약일반조건」 및 구매 특수조건이 계약의 일부였지만, 이 조항들만으로 피고에게 DDP 할인을 적용해야 할 명확한 의무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내려졌습니다.
정부 기관이나 공공기관이 대규모 구매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의 내용 특히 가격 산정 방식과 할인 적용 여부는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명시되어야 합니다. 수요기관은 입찰 공고 또는 견적 요청 시 특정 할인 제도의 적용을 명확히 요구해야 하며, 계약 체결 전 입찰 관련 문서에 가격 구성 요소, 할인 조건, '정상적인 거래가격' 등의 정의를 포함하여 불분명한 해석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계약 당사자는 상대방이 어떤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거나 기대하기보다, 계약 서류에 명시된 내용을 기준으로 의무 이행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대규모 계약에서는 세부적인 사항까지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입찰 과정에서 제출된 자료나 협의 내용 중 계약 문서의 일부로 명시된 것만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