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사장이 작성한 20억 대여금 공정증서 효력 다툼 판결

의료법인의 전 이사장이 사임 후 법인의 대표 자격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약 20억 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사장이 사임하여 대표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채무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판단하여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한 판결입니다.

관련 당사자

• 의료법인 A (원고, 피항소인):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고 주장하는 의료법인으로, 소송 도중 회생 및 파산 절차를 겪으며 관리인 L과 파산관재인 B가 소송을 수계했습니다.
• C (피고, 항소인): 의료법인 A에 대해 약 20억 원의 채권이 있다고 주장하며,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추진하려 한 개인입니다.
• F: 의료법인 A의 전 이사장으로, 사임 후 공정증서를 작성하여 의료법인 A의 채무를 인정한 장본인입니다.
• U조합: C가 채권을 양수받았다고 주장하는 대상이자, 의료법인 A가 채무를 인수했다고 주장되는 주된 채무자입니다.

분쟁 상황

의료법인 A의 이사장 F는 2017년 5월 10일 이사장직을 사임했습니다. 그러나 F는 사임 이후인 2017년 11월 2일, 공증인가 법무법인 D에서 의료법인 A의 대표 자격으로 피고 C에 대한 20억 원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이 공정증서는 C가 F 등을 포함한 여러 개인으로부터 U조합에 대한 20억 원의 대여금 채권을 양수받았고, 의료법인 A가 2016년 11월 5일 U조합의 위 채무를 인수했다는 주장을 근거로 했습니다. 의료법인 A는 F가 이미 사임하여 대표권이 없었으므로 공정증서 작성이 무권대리 행위이며, 20억 원의 채무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반면 C는 F의 사임이 무효였거나 철회되었으므로 F에게 대표권이 있었고, 의료법인 A가 U조합의 채무를 적법하게 인수했으며, 채무자 U조합의 채권양도 승낙이 있었으므로 의료법인 A는 채무의 부존재를 주장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 공정증서가 적법한 대표권한을 가진 자에 의해 작성되었는지 여부, 그리고 공정증서의 근거가 된 약 20억 원의 채무(원인채권)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의 판단

제1심 법원은 원고(의료법인 A)의 청구를 인용하여 피고(C)의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을 불허했습니다. 피고가 이에 불복하여 항소했으나, 항소심 법원(청주지방법원) 또한 F가 이미 의료법인 A의 이사장 및 이사직을 사임하여 적법한 대표권이 없었으므로 무권대리인의 촉탁에 의해 공정증서가 작성되었고, 나아가 공정증서의 원인채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의료법인의 전 이사장 F가 이미 사임하여 대표권이 없는 상태에서 공정증서를 작성했으며, 그 공정증서의 바탕이 된 약 20억 원의 채무도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F가 작성한 공정증서는 법적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 C는 이 공정증서를 근거로 의료법인 A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공정증서의 집행력 및 무권대리 (대법원 2001다45303, 45310 판결 등)​:
   • 공정증서가 강제집행의 근거(집행권원)로서 효력을 가지려면 채무자가 강제집행을 받아들인다는 의사표시(집행인낙의 표시)가 적법해야 합니다.
   • 만약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채무자를 대신하여 공정증서 작성을 촉탁하여 집행인낙의 의사표시를 했다면, 그 공정증서는 집행권원으로서의 효력이 없습니다.
   • 대리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은 공정증서의 효력을 주장하는 채권자에게 있습니다.
2. 의료법인의 법적 성격 및 이사 사임의 효력 (의료법 제50조, 민법상 재단법인 규정 준용, 대법원 92다749, 2007다17109 판결 등)​:
   • 의료법인은 의료법 제50조에 따라 민법상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받습니다.
   • 재단법인의 이사는 법인에 대한 일방적인 사임 의사표시만으로 법인과의 법률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습니다.
   • 이 사임 의사표시는 법인 내에서 이를 수령할 권한이 있는 기관(다른 이사 등)에 도달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며, 법인의 승낙이 있어야만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 일단 사임의 의사표시가 효력을 발생한 후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마음대로 이를 철회할 수 없습니다.
3. 채권양도와 채무인수 시 채무자의 대항 (대법원 99다18039 판결 등)​:
   • 채무자가 채권양도에 대해 이의를 보류하지 않고 승낙했더라도, 만약 양수인(채권을 넘겨받은 사람)이 채권의 부존재나 무효를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면, 채무자(또는 채무를 인수한 사람)는 승낙 당시까지 발생한 사유로써 양수인에게 대항(채무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이는 양수인의 선의를 보호하려는 취지이나, 양수인이 이미 채권의 하자를 알고 있었다면 보호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 사항

공정증서는 강력한 집행력을 가지므로, 공정증서를 작성하거나 이에 근거한 권리를 주장하려는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1. 대표권 확인의 중요성: 법인의 대표자나 대리인이 공정증서를 작성할 때에는 반드시 그 대표권이나 대리권이 유효한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임원 변경 사항은 법인 등기부 등본이나 관할 관청의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원인채권의 존재 여부: 공정증서가 유효하려면 그 바탕이 되는 채무(원인채권)가 실제로 존재해야 합니다. 채무의 존재 여부는 차용증, 계좌이체 내역, 계약서 등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명확히 입증될 수 있어야 합니다.
3. 이사의 사임 효력 및 철회: 재단법인 이사의 사임은 의사표시가 수령 권한 있는 기관에 도달하면 효력이 발생하며, 일단 효력이 발생한 후에는 임의로 철회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법인의 정관에 사임 절차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일반적인 민법상 원칙이 적용됩니다.
4. 채권양도 및 채무인수 시 주의: 채권을 양수하거나 채무를 인수하는 경우, 반드시 그 채권이나 채무의 존부와 범위, 그리고 그에 대한 채무자의 승낙 여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 간의 거래에서는 그 정당성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