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하도급 계약 성립 여부 및 손해배상 책임 분쟁

이 사건은 대규모 건설 하도급 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와 계약이 성립되지 않았을 경우 계약 교섭 단계에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다룬 판결입니다.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제출한 견적서와 이행각서, 하도급보증서 등을 근거로 하도급 계약이 성립되었거나, 최소한 계약 체결에 대한 정당한 신뢰를 주었으므로 계약 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대규모 공사의 특성상 견적서 제출 등만으로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 회사가 계약 체결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주었다고 보기도 어렵고, 계약 체결 거부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롯데건설 주식회사 외 3인: 대규모 건설 공사를 원도급받아 하도급을 주려던 업체들(원고, 상고인)
• 동국산업 주식회사 외 1인: 강교공사를 하도급받으려던 업체(피고, 피상고인)

분쟁 상황

원고들은 강교공사 입찰을 준비하며 피고 회사로부터 견적서와 함께 이행각서 및 하도급보증서까지 받았습니다. 원고들은 이 견적 금액을 토대로 조달청 입찰에 참가하여 낙찰받았으나, 이후 피고 회사와의 하도급 계약 교섭은 약 11개월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피고 회사는 원고들이 요구하는 금액과 조건으로는 경제성,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계약 체결을 거절했습니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계약 성립에 대한 잘못된 기대를 유발하여 손해를 입혔다며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1. 공사금액 수백억 원, 공사기간 14개월에 달하는 대규모 강교공사에 있어 견적서, 이행각서, 하도급보증서 등의 서류 제출만으로 하도급 계약이 성립되었는지 여부.
2. 계약 교섭 단계에서 피고 회사가 원고들에게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하였는지 여부.
3. 피고 회사의 계약 체결 거부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결론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지지하며, 대규모 공사 계약의 경우 공사 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 시행 방법, 준비, 공사비 지급 방법 등 제반 조건에 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견적서, 이행각서, 하도급보증서 제출은 계약 체결을 권유하는 영업 행위 또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도, 원고들이 대규모 전문 업체로서 자체적인 판단 하에 입찰에 참여했고, 피고 회사의 계약 거절 행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으므로, 피고 회사가 계약의 확실한 체결에 대한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유발했다고 보기 어렵고 그 거절 행위가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계약의 성립 원칙: 계약은 당사자 간에 청약과 승낙이라는 의사표시의 합치가 있을 때 성립합니다. 그러나 본 사건과 같이 공사금액이 거액이고 공사 기간이 장기간에 걸치는 대규모의 관급공사에서는 단순히 공사금액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공사 시행 방법, 준비, 공사비 지급 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조건 또한 중요한 사항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주요 조건들에 대한 합의까지 이루어져야 비로소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단순히 견적서 제출이나 이행각서, 하도급보증서 교부는 계약 체결을 위한 준비 또는 '청약의 유인'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2. 신의성실의 원칙과 불법행위: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모든 법률관계에서 공정하고 정직하게 행동할 것을 요구합니다. 계약 교섭 단계에서도 어느 일방이 계약이 확실하게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상대방에게 부여하여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여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어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는 원고들이 대규모 건설 업체로서 충분한 정보와 협상력이 있었고, 피고 회사의 계약 거부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3. 구 건설업법 제22조 제3항: 이 법령(1996. 12. 30. 건설산업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르면 수급인이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일부를 일반건설업자 또는 특수건설업자에게 하도급하기 위해서는 발주자의 서면 승낙을 받아야 했습니다. 이러한 법적 제약은 원고들이 피고 회사와의 하도급 계약이 확정적이라고 믿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로, 계약 성립의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참고 사항

1. 대규모 또는 복잡한 계약을 체결할 때는 단순히 견적서나 부분적인 합의만으로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사 금액 외에 공사 기간, 시행 방법, 대금 지급 조건, 변경 사항 처리 등 주요 조건들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합의가 필요하며, 이를 명시적으로 서면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견적서 제출이나 이행각서, 보증서 교부는 계약 체결을 위한 '교섭 단계'의 일부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것이 곧바로 '계약 성립'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계약 성립 여부는 당사자의 의사와 실제 합의 내용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3. 계약 교섭 단계에서 상대방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더라도, 그것이 모두 불법행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이 확실히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나 신뢰'를 부여했는지, 그리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4. 특히 대규모 사업을 하는 기업이라면 여러 업체의 견적을 비교 검토하고, 자체적으로 사업 타당성과 손익을 충분히 분석하여 결정해야 합니다. 단일 업체의 견적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신뢰 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