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원고는 피고와 컴퓨터 장비 렌털 계약을 체결한 후 장비 하자를 주장하며 계약이 임대차이므로 해지하고 임대보증금을 반환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렌털 계약의 실질이 물적 금융으로서의 '금융리스'에 해당하며, 민법의 임대차 관련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원고의 계약 해지 및 임대보증금 반환 청구를 배척하고 원심의 판결을 확정하며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한국렌털 주식회사와 컴퓨터 장비 렌털 계약을 체결하여 장비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장비에 하자가 발생하여 정상적인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원고는 렌털 계약을 민법상의 임대차 계약으로 보고 하자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임대보증금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원고는 렌털 계약서 조항 중 임차인에게 불리한 부분이 민법 제652조에 따라 무효이며, 민법 제627조 제2항에 따라 계약을 해지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렌털 회사가 약관규제법상 설명의무를 위반했거나 불공정한 약관 조항으로 인해 하자담보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렌털 계약의 법적 성격이 일반 임대차 계약인지, 아니면 금융적 성격이 강한 금융리스 계약인지 여부입니다. 둘째 금융리스 계약일 경우 민법의 임대차 규정들이 직접 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렌털 회사의 하자담보책임의 범위와 약관규제법 적용 여부 및 설명의무, 불공정한 조항의 무효 주장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렌털 계약이 물적 금융으로서의 금융리스 계약에 해당하므로 민법의 임대차 규정이 바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렌털 회사의 하자담보책임은 물건 인도 시의 정상 성능 담보에 한정되며, 이용자가 이의 없이 인수인도확인서를 발급하면 책임이 충족된 것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약관규제법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리스 제도의 본질적 요청에 비추어 해당 조항들이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 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최종 판결했습니다. 이 판결은 렌털 계약의 법적 성격을 단순히 임대차가 아닌 금융리스로 명확히 구분함으로써, 금융리스 계약에서는 리스 이용자가 물건의 선정, 유지, 관리 및 위험 부담을 지는 특성이 강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따라서 리스 회사의 책임 범위는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의 임대인 책임과 다르게 제한될 수 있다는 법리가 확립되었습니다.
시설대여(리스) 계약의 본질: 대법원은 시설대여(리스)를 대여시설 이용자가 선정한 특정 물건을 새로이 취득하거나 대여받아 이용자에게 사용하게 하고 대가를 받는 계약으로 봅니다. 이 계약은 형식상 임대차와 유사하지만, 실질은 물건 취득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는 '물적 금융'의 성격을 가지므로 민법의 임대차 규정이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대법원 1986. 8. 19. 선고 84다카503, 504 판결 등)
민법 제652조 (강행규정):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은 효력이 없다는 임대차 관련 규정으로, 이 사건에서는 렌털 계약이 임대차가 아니므로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627조 제2항 (임차인의 해지권): 임차인이 사용수익을 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임대차 관련 규정으로, 이 또한 렌털 계약의 금융리스 성격 때문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민법 제580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및 제575조 (제한물권 없는 경우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이 조항들은 매매 계약의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것으로, 렌털 계약이 임대차 또는 매매 계약의 성질을 갖지 않는다고 보았으므로 피고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리스 계약에서는 리스 회사의 담보책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약관규제법) 제3조 (약관의 명시·설명의무) 및 제7조 (면책조항의 금지): 원고는 피고가 약관에 대한 설명 의무를 위반했거나 불공정한 면책 조항을 두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렌털 계약의 본질적 요청(금융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사업자의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거나 위험을 고객에게 이전하는 등의 조항이 약관규제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렌털 또는 리스 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의 법적 성격이 단순 임대차인지 아니면 금융리스인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금융리스 계약은 물건의 선택, 유지, 관리, 멸실 및 도난 위험 등을 이용자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이 점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계약 체결 시 중도 해지 조건, 계약 종료 후 물건의 처분 방식, 하자 발생 시 책임 소재 등 핵심 조항을 꼼꼼히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물건을 인도받을 때에는 하자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고, 문제가 있다면 인수인도확인서를 발급하기 전에 반드시 이의를 제기해야 합니다. 인수인도확인서를 발급한 후에는 하자에 대한 렌털 회사의 담보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약관규제법이 적용될 수 있지만, 리스 계약의 본질적 특성상 사업자의 책임이 제한되는 일부 조항이 반드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