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부동산 개발 회사인 주식회사 A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체결한 두 건의 토지 매매계약을 대금 미납으로 해지당하자, 계약보증금 51억여 원이 손해배상 예정액으로서 과도하게 높다고 주장하며 40%인 약 20억여 원의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주식회사 A는 H지구 토지의 경우 인근 사드 배치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E지구 토지의 경우 토지이용계획 변경 및 개발사 홍보 불이행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계약보증금이 부당하게 과다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주식회사 A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주식회사 A는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김천시 H지구 토지(약 247억 원)와 부산 E지구 토지(약 272억 원)를 매수하는 두 건의 매매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각 계약의 매매대금 10%에 해당하는 약 24억 7천만 원과 약 27억 2천만 원이 계약보증금으로 책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주식회사 A는 H지구 토지에 대한 1차 할부금 납부일인 2016년 6월 11일부터 대금을 미납하기 시작했고, E지구 토지에 대한 1차 할부금 납부일인 2016년 11월 25일부터 역시 대금을 미납했습니다. 결국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각각 2018년 12월 3일과 2019년 8월 20일에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보증금을 몰취했습니다. 이에 주식회사 A는 몰취된 계약보증금이 부당하게 과다한 손해배상 예정액이므로, 그중 40%를 반환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매매계약 해지로 인한 계약보증금이 손해배상 예정액으로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감액되어야 하는지 여부가 쟁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계약 해지의 원인이 된 사드 배치 결정, 토지이용계획 변경 및 피고의 홍보 불이행 등의 사유가 손해배상 예정액 감액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원고 주식회사 A의 항소를 기각하며, 제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즉, 주식회사 A가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매대금의 10% 상당으로 몰취된 계약보증금 총 5,197,185,270원이 민법상 부당하게 과다한 손해배상 예정액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중 40% 상당인 2,078,874,108원을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항소 비용은 원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원고가 주장하는 계약 해지 사유들(사드 배치, 토지이용계획 변경, 홍보 불이행)이 매매대금 미지급의 주된 원인으로 보기 어렵고, 계약보증금이 실제 손해액과 비교하여 과다하다고 볼 수 없으며, 일반적인 거래 관행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로써 계약보증금 전액이 피고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었습니다.
본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법률 조항은 민법 제398조 제2항입니다. 이는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은 적당히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의 취지는 계약 당사자 간의 실질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원이 계약 내용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손해배상 예정액이 과다한지를 판단할 때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주요 판단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양측의 경제적 지위나 계약 체결 당시의 상황 등을 살핍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부동산 개발 전문 회사로서 피고보다 경제적으로 열악하거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경위 및 동기: 예정액이 어떤 과정과 이유로 정해졌는지를 고려합니다. • 채무액에 대한 예정액의 비율: 계약금 총액 대비 손해배상 예정액의 비율을 봅니다. 이 사건의 계약보증금인 매매대금의 10%는 부동산 거래에서 일반적인 계약금 비율로서, 특별히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의 판례가 있습니다. • 예상 손해액의 크기와 실제 손해액: 예정액이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손해액 또는 이미 발생한 손해액과 비교하여 현저히 높다면 감액될 여지가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토지를 재매각하면서 발생한 손실과 원고의 지연손해금을 합한 금액이 계약보증금보다 더 컸기 때문에, 계약보증금이 과다하다고 볼 수 없었습니다. • 당시의 거래 관행: 해당 업계에서 통용되는 관행을 고려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 예정액의 지급이 경제적 약자에게 부당한 압력을 가해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만 감액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는 점은 감액을 주장하는 채무자(여기서는 원고)가 입증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관련 판례는 토지 매매계약 해제 시 매도인이 입는 통상적인 손해액은 계약 이행 시 얻을 경제적 이익과 해제 시 남는 경제적 이익의 차액으로 보며, 제3자에게 재매각한 경우 원 매매대금과 재매각 대금의 차액에 지연이자를 합한 금액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법원 2001다16432 판결).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입은 실제 손해액이 계약보증금보다 크다는 사실을 인정하여 원고의 주장을 기각하는 근거로 삼았습니다.
• 계약 전 철저한 시장 분석과 사업성 검토: 부동산 개발 계약과 같이 거액이 오가는 거래에서는 계약 체결 전 예상치 못한 외부 환경 변화(국방 정책 변화 등)나 사업 부지의 토지이용계획,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해야 합니다. 특히 전문성을 가진 회사라면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 계약 위반 사유에 대한 명확한 증거 확보: 계약 이행 지체나 불이행의 원인이 예상치 못한 외부적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하려면, 해당 요인이 계약 이행에 미친 실제적이고 중대한 악영향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주관적인 예측이나 개인적인 사정 변경만으로는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 손해배상 예정액 감액 요건 숙지: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손해배상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감액을 주장하려면, 계약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액 설정 경위, 실제 예상 손해액 대비 예정액의 비율, 당시 거래 관행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통상적인 계약금 비율인 10%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다하다고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 매도인의 실제 손해액과 예정액 비교: 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여부를 판단할 때, 계약 해제로 인해 매도인이 실제로 입은 손해액과 예정액을 비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예정액이 실제 손해액보다 적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면, 예정액이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매도인이 제3자에게 토지를 재매각하며 발생한 손실 등도 실제 손해액 산정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 계약 조건과 특약사항의 중요성: 계약서에 명시된 특약사항이나 공급 공고문 등은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 내용을 명확히 보여주는 자료이므로, 사전에 꼼꼼히 확인하고 불리한 조항이 있다면 조정해야 합니다. 계약 해제 요청 시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확약 등은 추후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