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많은 아버지가 자녀에게 설정해준 전세권 취소 사건

신용보증기금이 대위변제한 구상금 채무를 갚지 않은 채무자(B)가 자신의 자녀(C)에게 전세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에서 이루어진 전세권 설정 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며, 자녀인 전세권자(C)의 '악의'가 추정되어 계약이 취소되고 전세권등기를 말소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한 채무자(A회사와 B)는 신용보증기금에 대위변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신용보증기금 (원고):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게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할 경우 은행에 대신 빚을 갚아준(대위변제) 후, 채무자에게 그 돈을 다시 청구하는 기관입니다.
• 주식회사 A (피고):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회사로,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빚을 갚게 된 채무자입니다.
• B (피고): 주식회사 A의 신용보증약정에 대한 연대보증인이자 본인도 신용보증기금 보증으로 대출을 받아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아주게 된 채무자입니다. 자신의 자녀 C에게 전세권을 설정해 준 당사자입니다.
• C (피고): 채무자 B의 자녀로, B 소유 부동산에 전세권설정등기를 받은 전세권자입니다.

분쟁 상황

신용보증기금은 피고 주식회사 A 및 피고 B과 각각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신용보증서에 기초하여 D은행에서 대출을 받았고, 피고 B은 본인 명의로 E은행에서 대출을 받았습니다. 이후 주식회사 A는 2020년 11월 20일, B은 2020년 12월 4일 대출금 원리금 연체로 기한의 이익을 상실했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2021년 3월 3일 주식회사 A를 대신하여 D은행에 1억 527만 1830원을, 2021년 3월 12일 피고 B을 대신하여 E은행에 9445만 8670원을 대위변제했습니다. 한편, 피고 B은 2020년 7월 30일 자녀인 피고 C와 자신의 부동산에 대해 전세금 1억 2천만 원으로 하는 전세권설정계약을 맺고 2020년 8월 28일 C 앞으로 전세권설정등기를 마쳤습니다. 당시 B은 10억 3474만 500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으나, 5억 4208만 2000원의 채무, 1억 원의 세금 채무, 채권최고액 2억 원의 근저당권부 채무, 그리고 신용보증약정에 따른 대출금 채무 등으로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B과 C 사이의 전세권설정계약이 B의 채무를 갚을 자산을 줄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전세권등기를 말소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이 채무를 초과하는 상황에서 자녀에게 전세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해치는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피보전채권'이 전세권 설정 당시 이미 존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입니다. 또한 전세권을 설정받은 자녀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선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도 중요하게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원고 신용보증기금의 청구를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1. 피고 주식회사 A, B에 대하여: 신용보증기금에 연대하여 105,826,760원과 그중 105,271,830원에 대하여 2021년 3월 3일부터 2021년 4월 5일까지 연 8%,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고, 추가로 피고 B은 94,458,670원과 이에 대하여 2021년 3월 12일부터 2021년 4월 5일까지 연 8%,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 피고 C에 대하여: B과 C 사이에 2020년 7월 30일 체결된 전세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C는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마친 전세권설정등기(2020년 8월 28일 접수 제17377호)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3.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결론

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에 있던 채무자가 자신의 자녀에게 전세권을 설정해준 행위를 채권자의 공동 담보를 해치는 '사해행위'로 인정하여 해당 계약을 취소하고, 전세권 등기의 말소를 명했습니다. 이로써 신용보증기금은 채무자 및 연대보증인에게 대위변제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었고, 사해행위로 인해 감소된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원상회복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406조 (채권자취소권):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고의로 감소시켜 다른 채권자들이 돈을 받아갈 수 없게 만들 때, 채권자는 법원에 해당 행위를 취소하고 재산을 원상회복시켜 달라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채권자취소권'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B이 채무초과 상태에서 자녀인 피고 C에게 전세권을 설정해준 행위가 바로 이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된 것입니다. 법원은 이러한 행위가 B의 일반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부족하게 만드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사해행위와 악의 추정: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칠 의도를 가지고 재산을 처분한 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수익자)은 그 행위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 C는 B의 자녀로서 이 사건 계약 당시 B의 재산 상태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보아 '악의'가 추정되었고, 피고 C가 이 추정을 뒤집을 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법원은 사해행위로 판단하고 계약을 취소했습니다.
3. 피보전채권의 범위: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사해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채권자의 채권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처럼 사해행위 당시에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신용보증약정)가 이미 발생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그 채권이 성립했다면, 해당 채권도 채권자취소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4다53173 판결 등). 본 사건에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전세권 설정 당시에는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신용보증약정이 체결되어 있었고 이후 실제로 대위변제가 이루어져 채권이 성립했으므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4. 민사소송법 제208조 제3항 제2호, 제150조 제3항, 제1항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 이 조항들은 피고가 소장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원고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한 것으로 간주될 때(자백간주), 법원이 원고 청구대로 판결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 회사 및 B에 대한 청구 부분에서 이러한 법조가 적용되어 자백간주에 의한 판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참고 사항

1. 채무초과 상태에서의 재산 처분은 신중해야 합니다: 이미 빚이 재산보다 많은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거나 증여하는 등의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해행위'로 간주되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간의 거래는 이러한 사해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채권자취소권의 대상 채권 범위: 채권자취소권은 사해행위가 이루어지기 전에 발생한 채권에 대해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 사건처럼 사해행위 당시 채권이 성립될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여기서는 신용보증약정)가 이미 발생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채권이 생길 것이라는 개연성이 높았다면, 실제 채권 발생 전이라도 채권자취소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3. 수익자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사해행위를 저질렀을 때, 그 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수익자)은 그 행위가 채권자를 해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이를 뒤집고 '선의', 즉 몰랐다고 주장하려면, 자신이 해당 거래를 할 당시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사실이나 해당 거래가 채권자를 해치는 행위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단순히 채무자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4. 가족 간의 금전 거래 및 담보 설정: 부모 자식 등 특수 관계인 사이의 금전 대여나 담보 설정은 일반적인 거래보다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여금의 실제 변제 여부, 기존 보증금과의 차액, 당사자들의 재산 상태에 대한 인지 여부 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