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주택 임대 대리권이 쟁점이 된 보증금 반환 사건

원고는 피고 C 소유의 주택 중 방실을 피고 C의 아버지 H의 중개 하에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 1,000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되어 오다가 원고가 해지를 통보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피고 C는 H에게 임대차 계약 체결 대리권을 준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C가 오랫동안 아버지 H에게 주택 관리를 일임하고 H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며 보증금과 월 차임을 받아온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온 점을 들어 H에게 임대차 계약 체결의 포괄적 대리권이 있었다고 판단하여 피고 C는 원고에게 보증금 1,000만 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공인중개사와 협회에 대한 예비적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피고 C 소유 주택의 방실 임차인으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사람
• 피고 C: 이 사건 주택의 소유주이자 임대인으로, 아버지 H의 임대차 계약 체결에 대한 대리권 유무를 다투는 사람
• 피고 E: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 피고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공인중개사 E의 공제사업자로, E의 책임 발생 시 손해를 보전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8년 5월 1일경 공인중개사 E의 중개 하에 피고 C의 아버지 H과 피고 C 소유 주택의 방실에 대해 임대차보증금 1,000만 원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원고는 H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거주해 왔으며,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되었습니다. 2023년 1월 16일 원고는 피고 C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피고 C는 아버지 H에게 임대차 계약 체결 권한을 준 적이 없으며 원고가 H의 대리 권한을 확인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 C를 상대로 주위적 청구를, 피고 E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예비적 청구를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C의 아버지 H에게 이 사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유효한 대리권이 있었는지 여부, 그리고 만약 대리권이 없었다면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 또는 피고 C가 H의 무권대리 행위를 추인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피고 C에게 책임이 없는 경우 공인중개사 E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하는지도 다루어졌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C는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1,000만 원 및 이에 대한 2023년 3월 28일부터 2023년 9월 14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피고 C에 대한 나머지 청구와 피고 E,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대한 예비적 청구는 모두 기각되었습니다.

결론

피고 C는 아버지 H에게 주택 관리에 대한 묵시적인 포괄적 대리권을 수여했다고 인정되어, 원고는 피고 C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공인중개사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민법상의 대리권 관련 규정과 법리를 중심으로 다루어졌습니다.

1. 유권대리 (실제 대리): 대리가 적법하게 성립하려면 대리인이 본인을 대리할 권한을 가지고 그 범위 내에서 법률행위를 해야 합니다. 대리권을 수여하는 행위(수권행위)는 특별한 형식(불요식)을 요구하지 않으며, 명시적인 의사표시 없이도 묵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본인이 특정인이 대리인처럼 행동하는 것을 알면서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방임하는 경우에도 사실상의 행태를 통해 대리권이 추정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피고 C가 아버지 H에게 장기간 주택 관리를 일임하고 H이 여러 차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을 묵인해 온 사실에 근거하여 H에게 묵시적인 포괄적 대리권이 인정되었습니다.
2. 표현대리 (민법 제126조 권한 외의 표현대리): 비록 원고 측이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유권대리를 인정한 관계로 본 사안에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대리인이 주어진 권한을 넘어선 행위를 했을 때, 상대방이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본인이 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는 법리입니다.
3. 임대차 계약 해지 및 보증금 반환 의무: 임대차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면 임대인(또는 그 대리인)은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반환할 의무가 발생합니다. 본 사건에서 임대차 계약은 원고의 해지 통보일로부터 3개월 후 적법하게 해지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4. 지연손해금: 금전 채무의 불이행 시 발생하며, 본 사건에서는 소장 송달일 다음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 연 5%의 이율이,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연 12%의 이율이 적용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1. 대리인과 계약 시 신중한 확인: 부동산 계약 시 대리인이 나온다면, 반드시 본인의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를 통해 대리권의 유무와 범위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가족 관계라 할지라도 대리권이 없으면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2. 소유주의 관리 상태 확인: 임대인이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 관리를 위임한 경우, 위임의 범위와 기간, 위임된 자의 이전 임대 사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3. 묵시적 대리권의 가능성: 본인이 장기간에 걸쳐 대리인의 행위를 알면서도 이의 없이 묵인했다면, 법원은 묵시적인 대리권 수여를 인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가족 간의 관계에서 자주 발생할 수 있습니다.4. 보증금 및 월 차임 지급 주체 확인: 계약서상의 임대인 또는 명확한 대리인에게 직접 보증금이나 월 차임을 지급하고, 지급 증거를 확실히 남겨야 합니다.5. 공인중개사의 역할 및 책임: 공인중개사가 중개한 계약이라 하더라도 대리권 확인의 책임은 임차인에게도 있으나, 중개사 역시 대리권 확인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본 사안처럼 소유주의 실제 대리권이 인정되면 중개사의 책임은 발생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