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채무 · 행정
채무자 A씨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았으나 이를 갚지 못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대신 대출금을 갚아주었고, A씨에게 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구상금 채권)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A씨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전 배우자인 B씨에게 팔아넘겼고, B씨는 이 부동산을 다시 제3자에게 매도한 상황이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A씨가 채권자들을 해치기 위해 재산을 처분한 것이므로 이 매매 계약을 취소하고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며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A씨에게는 구상금과 지연손해금을 갚으라고 명령하고, B씨와의 부동산 매매 계약은 사해행위로 인정하여 일부 취소하며 B씨에게는 해당 금액을 신용보증기금에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021년 7월 6일, 채무자 A씨는 C은행에서 1,900만 원을 대출받으면서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신용보증을 받았습니다. 신용보증계약에는 A씨가 대출금을 연체하면 신용보증기금이 대신 갚고 A씨에게 이 돈을 돌려받을 권리가 생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2023년 3월 17일, A씨는 대출금 연체 사실이 발생하기 전에, 소유하고 있던 유일한 부동산을 전 배우자인 B씨에게 6,000만 원에 매도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쳐주었습니다. 당시 A씨는 C은행 대출금 1,900만 원, 다른 카드사 채무 6,000만 원 상당, E조합에 대한 대출금 3,700만 원 등 적극재산(부동산)보다 소극재산(채무)이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였습니다. 2023년 5월 3일, B씨는 이 부동산을 D씨에게 4,500만 원에 다시 팔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해주었습니다. 이후 2023년 5월 19일, 부동산에 설정되어 있던 E조합 명의의 근저당권(채권최고액 3,700만 원)은 B씨 등에 의해 대출원리금 총 37,526,822원이 변제되면서 말소되었습니다. 2023년 9월 6일, A씨가 C은행 대출금을 연체하자 신용보증기금은 2023년 12월 26일 C은행에 19,261,158원을 대신 갚았습니다(대위변제). 이에 신용보증기금은 A씨에게 대위변제금 18,828,842원 및 지연손해금을 요구할 권리(구상금 채권)가 생겼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은 A씨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전 배우자 B씨에게 매도한 행위가 자신의 채권을 해치는 '사해행위'이므로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채무자 A씨의 신용보증기금에 대한 구상금 지급 의무, A씨와 B씨 간의 부동산 매매 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신용보증기금 채권의 '피보전채권' 인정 여부, 수익자 B씨의 '악의' 여부, 사해행위 취소 범위와 원상회복 방법(가액배상)을 판단해야 했습니다.
법원은 채무자 A씨가 신용보증기금에 구상금 채무를 갚을 의무가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또한, A씨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전 배우자 B씨에게 부동산을 매도한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전 배우자 B씨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으며, 해당 부동산에 설정되었던 근저당권 채무가 변제되어 말소된 점을 고려하여 부동산 자체를 돌려받는 대신, 채권자들이 공동으로 담보할 수 있었던 금액만큼 B씨가 신용보증기금에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 사해행위 취소권 (민법 제406조):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몰래 넘기거나 헐값에 파는 등 재산 상태를 악화시켜 채권자가 빚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들 때, 채권자는 그 재산 처분 행위를 취소하고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법원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이 사건에서 A씨가 빚이 많은 상태에서 유일한 부동산을 전 배우자인 B씨에게 매도한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었습니다. • 피보전채권의 성립 시점: 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하려면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채권(피보전채권)이 원칙적으로 사해행위(재산 처분)가 이루어지기 전에 발생해야 합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이 사건처럼 사해행위 당시 이미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신용보증약정)가 있었고,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으며, 실제로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도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은 A씨의 대출 연체 후 대위변제를 통해 발생했지만, 부동산 매매 계약 당시 이미 신용보증약정이 체결되어 있었고, A씨의 채무초과 상태를 볼 때 연체 및 대위변제 가능성이 높았으므로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되었습니다. • 채무초과 상태와 사해의사: 채무자가 적극적으로 가지고 있는 재산보다 갚아야 할 빚(소극재산)이 더 많은 상태를 채무초과 상태라고 합니다. 사해행위가 성립하려면 채무자가 이러한 채무초과 상태에 있거나, 재산 처분으로 인해 채무초과 상태가 되거나 더욱 심해져야 하며, 채무자가 자신의 재산 처분으로 인해 채권자들에게 해를 끼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되어야 합니다(사해의사). 이 사건에서 A씨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였고, 유일한 적극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하여 채무초과 상태를 심화시켰으므로 사해의사가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 수익자의 악의 추정: 사해행위로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수익자, 이 사건에서는 B씨)이 채무자의 사해행위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채무자의 행위가 사해행위로 인정되면 수익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악의 추정). 수익자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려면 스스로 '선의'였음을 객관적인 증거로 증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B씨는 선의라고 주장했지만,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어 악의가 추정되었습니다. • 사해행위 취소 범위 및 가액배상: 사해행위가 취소되면 원칙적으로 재산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합니다(원물반환). 그러나 부동산이 이미 다른 사람에게 다시 넘어갔거나,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저당권 채무가 변제되어 말소된 경우처럼 원물반환이 불가능하거나 공평하지 않을 때는 해당 부동산 가액에서 저당권 채무액을 공제한 '잔액'의 범위 내에서만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그 돈을 채권자에게 배상하도록 명령합니다(가액배상). 이 사건에서도 B씨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매도했고,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 채무가 변제되어 말소되었으므로, 부동산 가액(4,500만 원)에서 근저당권 피담보채무액(37,526,822원)을 뺀 7,473,178원만큼만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B씨가 신용보증기금에 해당 금액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 지연손해금: 빚을 갚아야 할 기한을 넘겨서 갚지 않을 때 발생하는 손해배상금을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신용보증약정에 따른 연 8%의 지연손해금율, 그리고 소송이 진행될 때 적용되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정한 연 12%의 지연손해금율이 피고 A씨에게 적용되었고, 피고 B씨에게는 민법상 연 5%의 지연손해금율이 적용되었습니다.
• 채무자의 재산 처분 시 주의: 만약 빚이 많은 상태에서 자신의 중요한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다면, 채권자들이 그 거래를 '사해행위'로 보고 취소할 수 있습니다. 이는 특히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에게 재산을 넘길 때 더욱 의심을 살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 부동산 매수 시 매도인의 재산 상태 확인: 부동산을 구매할 때, 매도인이 빚이 많고 채무초과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가족이나 특수 관계인 간의 거래에서는 나중에 해당 거래가 사해행위로 취소되어 부동산 소유권을 잃거나 돈을 돌려주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 사해행위 취소 소송의 대상: 채무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유일하거나 주요 재산을 처분하여 채권자의 채권을 해하는 행위가 있다면, 그 거래는 나중에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때 채무자가 재산을 넘긴 상대방(수익자)이 그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더라도, 일반적으로는 알고 있었다고 추정되므로 이를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 근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의 경우: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이 사해행위로 넘어간 후 저당권 채무가 갚아져 말소되면, 사해행위 취소로 돌려받는 금액은 부동산 전체 가액이 아니라 부동산 가액에서 저당권 채무액을 뺀 나머지 금액으로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채권 성립 시점의 중요성: 채권자취소권을 행사하려면 채권이 사해행위보다 먼저 발생했어야 합니다. 다만, 이 판례처럼 사해행위 당시 채권이 성립될 '높은 개연성'이 있고 실제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성립된 경우에도 피보전채권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