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재개발 · 행정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조합이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 계약을 체결한 후 상대방 공사업체에 계약 해지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하였습니다. 이에 공사업체는 계약 해지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채무불이행 등 법정 해지 사유도 없다고 판단하여 공사 계약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했습니다.
주식회사 A는 2018년 11월 16일 B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총공사비 1,658,247,210원의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조합은 2022년 12월 15일 대의원회 의결을 거쳐 원고에게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이후 피고 조합은 2023년 3월 새로운 공사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어 34억 9,500만 원에 주식회사 G을 낙찰자로 선정했습니다. 원고는 피고 조합의 계약 해지 통보가 정당한 해지 사유 없이 이루어졌으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조합은 원고가 다른 재개발 사업에서 입찰 담합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수사받았고 다른 조합들이 원고와의 계약을 해지했다는 이유로 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정비기반시설 설치공사 계약을 해지할 만한 약정상 또는 법률상 사유가 있는지 여부 및 그 해지 통보의 유효성
피고 B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 2022년 12월 15일 원고 주식회사 A에 대하여 한 정비기반시설공사 계약 해지는 무효임을 확인합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
법원은 피고 조합이 내세운 계약 해지 사유, 즉 원고가 다른 정비사업조합의 입찰 담합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수사를 받았다는 주장 등이 이 사건 공사 계약서 제30조 제1항에서 정한 약정 해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채무불이행 등 법정 해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피고가 주장하는 입찰 담합 행위를 원고가 저질렀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계약 해지 통보는 부적법하며, 대의원회 및 조합원 총회 등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그 해지 통보가 유효하거나 적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에 원고의 계약 해지 무효 확인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본 판결은 계약의 해지와 관련한 법리와 원칙을 따랐습니다. 특히, '약정 해지 사유'와 '법정 해지 사유'가 핵심적으로 다뤄졌습니다.
약정 해지 사유: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합의한 해지 사유를 의미합니다. 이 사건의 공사 계약서 제30조 제1항은 피고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유들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내세운 사유(원고가 다른 조합과의 입찰 담합 비리 사건 수사 대상이 되었다는 등)가 이 계약서에 명시된 어떠한 해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정 해지 사유 (채무불이행): 계약서에 명시된 사유가 없더라도, 민법 등 법률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사유를 의미합니다. 주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을 때 발생합니다. 채무불이행에는 '이행불능', '이행지체', '불완전이행' 등이 있습니다. 법원은 원고가 이 사건 공사 계약에 따른 채무를 불이행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보아 법정 해지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률상 이익: 원고는 피고의 계약 해지 통보가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은 피고가 이를 다투면서 새로운 협력업체와 계약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에게 위 해지 통보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는 법적 분쟁의 해결에 필요하고 적절한 소송의 형태를 의미합니다.
계약 해지는 계약서에 명시된 해지 사유나 민법상 채무불이행 등 법률이 정하는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일방적인 주장이나 소문,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계약과 무관한 타 사업에서의 문제만으로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계약을 해지하기 전에는 계약서의 해지 조항을 면밀히 검토하고 해당 사유가 객관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해지 통보 시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해지 사유를 명확히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어떠한 계약상의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합리적인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후속 계약을 추진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