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식자재마트 내 정육코너를 전대받아 운영하려던 원고가, 전대인인 식자재마트 운영 회사(피고 H)가 건물주(D)에게 월세를 여러 달 연체하여 원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는 바람에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자, 피고 H에게 전대차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또한 이전 정육코너 운영자(피고 F)에게도 책임을 물었으나, 법원은 피고 H의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를 인정하여 원고의 보증금을 반환하도록 판결하고 피고 F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원고 A는 피고 F으로부터 식자재마트 내 정육코너 영업권을 넘겨받고, 피고 H로부터 해당 정육코너를 보증금 2억 5천만 원, 월세 900만 원에 다시 임차(전대차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계약 당시 피고 H는 이미 건물주(D)에게 3개월치 이상의 월세를 내지 않아 원 임대차 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결국 건물주 D는 2023년 8월 1일 피고 H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했고, 2023년 10월 11일경 식자재마트 전체가 폐쇄되어 원고 A는 정육코너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전대차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피고 H와 피고 F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전대차 계약 체결 당시 전대인(피고 H)이 원 임대차 계약의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는 월세 연체 사실을 전차인(원고 A)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법적인 책임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전 영업권 양도인(피고 F)에게도 공동의 책임이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주식회사 H이 원고 A에게 전대차 보증금 2억 5천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23년 10월 31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반면, 피고 F에 대한 원고의 모든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주식회사 H이 원고 A와 전대차 계약을 맺을 당시 이미 건물주(D)에게 3회 이상의 월세를 연체하여 원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원고 A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알았다면 원고 A가 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하다는 판단입니다. 반면, 피고 F은 전대차 보증금 반환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이나 채무불이행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는데, 피고 F이 당시 피고 H의 심각한 재정 상황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피고 F은 원고에게 정육코너의 지위 승계 및 영업자 지위 승계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재판부는 신의성실의 원칙을 근거로 피고 H의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재산적 거래에서 계약 당사자는 상대방의 권리 확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구체적 사정을 미리 알릴 의무가 있다는 법리입니다. 피고 H이 월세를 3회 이상 연체하여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는 점은 원고 A가 전대차 계약을 체결할지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므로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이자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민법 제750조에 의거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하고, 원고가 청구한 보증금 상당액과 함께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지연손해금(연 12%)이 인정되었습니다.
상가 건물의 일부를 다시 임차(전대차)하여 영업을 시작하려는 경우, 전대인(원래 임차인)의 재정 상태와 건물주(원 임대인)와의 임대차 계약 관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전대인이 월세를 연체하고 있거나 다른 계약 위반 사항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대차 계약은 원 임대차 계약에 종속되므로, 원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면 전대차 계약도 함께 종료될 수 있습니다. 만약 전대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될 경우에 대비하여 전대차 보증금 반환 조건 등을 계약서에 명확히 기재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영업권을 양도받는 경우에는 양도인뿐만 아니라 원래 임대인 및 전대인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하여 예상치 못한 영업 중단 위험을 최소화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