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 범죄 몰라 무죄 선고 사건

피고인 A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현금을 수거하고 위조된 금융거래상환확인서를 교부한 혐의(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로 기소되었습니다. 원심에서는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일용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현금수거책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한 사람.
• 보이스피싱 조직원(일명 'C' 등): 피고인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범행을 계획한 신원 불상의 가담자들.
• 피해자 G 등 5명: 보이스피싱 조직의 기망으로 총 9,110만 원의 현금을 전달한 사람들.
• 배상신청인 B: 피해자 중 한 명으로 배상명령을 신청했으나 각하됨.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2021년 3월경 이름을 알 수 없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P'라는 대행업체 사원으로 채용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후 조직원들의 지시에 따라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행세하며 피해자 5명으로부터 대출 상환 명목으로 총 9,110만 원의 현금을 직접 수거하고 위조된 '금융거래상환확인서'를 교부하는 역할을 총 7회에 걸쳐 수행했습니다. 피고인은 업무 진행 방식(비대면 면접, 이례적인 수당 지급, 현금 분할 송금 등)이 다소 수상하다는 의심이 들 만한 정황이 있었으나, 자신의 낮은 사회 경험과 금융 지식 수준 때문에 이를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업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인과 검사 모두 항소하여 항소심에서 피고인의 범죄 인식 여부 즉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범행의 공모 관계를 인식하고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한 미필적 고의를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의 사회 경험, 지식 수준, 범행 방식 인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범죄의 주관적 요소를 판단했습니다.

법원의 판단

원심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또한 당심 배상신청인의 배상신청은 각하되었습니다.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했습니다.

결론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이 고등학교 중퇴의 학력과 비정규직 위주의 짧은 사회생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한 인지 수준이 낮았다는 점을 고려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채용 절차를 그럴듯하게 꾸미고, 업무 내용도 대행업체 직원이 하는 서류 배달 및 수거 업무로 설명하는 등 치밀하게 피고인을 속였던 점 또한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자신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잘못 인식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검사가 피고인의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에 대한 고의를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배상신청도 각하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사건은 피고인의 범죄에 대한 '고의'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습니다.

• 형법상 사기죄(제347조)​: 사람을 속여 재물을 편취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얻게 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이는 행위(기망행위), 상대가 속아 넘어가는 착오, 그로 인해 재물을 처분하는 행위, 그리고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물을 편취하려는 '고의'라는 주관적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 형법상 사문서위조죄(제231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제234조)​: 행사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하여 문서를 위조하거나, 위조된 문서를 마치 진정한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이 죄 또한 위조 또는 행사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 미필적 고의: 범죄 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로서, 범죄 사실의 발생 가능성을 불확실한 것으로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의미합니다.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라는 것을 명확히 알지는 못했더라도, 그럴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 위험을 받아들였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행위의 형태, 당시 상황, 일반인의 평가 등을 종합하여 행위자의 심리 상태를 추인하여 판단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의 학력, 사회 경험, 금융 지식 수준 등 개인적 특성을 고려하여 미필적 고의의 존재를 부정했습니다.
• 증명책임의 원칙(형사소송법 제307조, 제325조 후단)​: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한 증명 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법관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이라는 확신을 가져야만 유죄를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그러한 확신을 가질 만한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무죄를 선고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도 검사가 피고인의 고의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하지 못했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2조 (배상명령)​: 형사사건의 피해자가 신속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재판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거나 배상신청이 이유 없다고 인정될 경우 배상신청은 각하됩니다.

참고 사항

정상적인 회사는 비대면으로만 채용 면접을 진행하거나 사업자등록증 없이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채용 제안을 받을 때는 반드시 회사의 실체를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은 절대로 대출 상환 명목으로 현금을 직접 수거하거나 특정 계좌로 무통장 입금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요구를 받는다면 보이스피싱을 의심하고 즉시 경찰(112)이나 해당 금융기관에 문의하여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현금을 직접 수거하거나 전달, 또는 여러 계좌로 분할하여 무통장 입금하는 등의 업무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특히 출처 불명의 돈을 다루거나 불법적인 자금 세탁에 사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돈을 이동시키라는 지시는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범죄에 연루될 수 있으므로 의심스러운 채용 제안이나 업무 지시에는 항상 주의를 기울이고 관련 기관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이스피싱 수법은 매우 다양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므로, 최신 범죄 유형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경각심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