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비장경색으로 입원한 환자가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을 받고 항응고제 등 치료를 받던 중 뇌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환자의 아버지는 병원의 진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의료진의 조기 진단, 항생제 투여, 항응고제 투여, 뇌출혈 진단 및 치료 지연 등 대부분의 진료 과정에서는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병원 의료진이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 후 항응고제를 투여하기 전에 그 위험성과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과실은 인정하여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1990년생인 망인 B는 2016년 12월 11일 상복부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비장경색 의심 진단을 받은 뒤 충북대학교병원으로 전원되었습니다. 병원 의료진은 비장경색과 함께 감염성 심내막염을 진단하고 항응고제를 포함한 치료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치료 중인 2016년 12월 14일 새벽, 망인에게 어눌한 말투, 구음장애, 구토 등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나타났고, 뇌 CT 검사 결과 뇌실내출혈 및 뇌내출혈이 확인되었습니다. 응급 수술에도 불구하고 망인은 뇌사 판정을 거쳐 2016년 12월 21일 뇌출혈로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아버지 A는 병원 의료진이 비장경색의 원인으로 감염성 심내막염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고, 항생제 투여가 지연되었으며, 뇌출혈 발생 위험성이 있는 상황에서 항응고제를 투여했고, 뇌내출혈의 진단 및 치료를 지연했으며, 치료에 앞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아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감염성 심내막염을 조기에 진단하지 못했는지, 항생제를 제때 투여하지 않았는지,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 후에도 항응고제를 투여한 것이 과실인지, 뇌내출혈의 진단과 치료를 지연했는지, 불성실한 진료를 행했는지, 그리고 항응고제 투여에 앞서 충분한 설명의무를 이행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피고 병원이 원고에게 1,000만 원의 위자료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6년 12월 13일부터 2020년 8월 12일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의 나머지 청구(약 4억 6천만 원)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원고가 90%, 피고가 10%를 각각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과 치료 과정 전반에 걸쳐 의료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다만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 후 항응고제를 투여하기 전에 그로 인한 뇌출혈 등 출혈 발생 위험성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정하여, 그에 대한 정신적 손해배상(위자료 1,000만 원)을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이 설명의무 위반이 망인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는 판단하지 않아 사망으로 인한 모든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의무입니다. 의료법 제24조의2는 환자가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하여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방법, 필요성, 예후, 그리고 예상되는 위험과 부작용 등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감염성 심내막염 진단 후 항응고제 투여 전에 뇌출혈 발생 가능성이라는 중요한 위험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을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의료행위 자체의 과실은 아니지만,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의 근거가 됩니다. 다만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사망과 같은 중대한 결과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되려면, 단순한 설명 부족을 넘어 의료적 침습 과정에서 요구되는 의사의 주의의무 위반과 동일시될 정도로 중대한 경우여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설명의무 위반이 환자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망으로 인한 모든 손해배상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의료기관은 환자의 상태, 치료 방법, 예상되는 결과 및 부작용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가 스스로 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습니다. 만약 의료진이 이러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설령 치료 자체에 의료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의 자기결정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치료 과정에서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될 경우 이를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하며, 중요한 치료 결정 전에는 충분한 설명을 요구하고 이해한 후 동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나 약물 투여가 다른 질환에 미칠 영향이 있을 수 있는 경우 더욱 세심한 설명과 주의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