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망인 D는 2017년 3월 A병원에 우측 턱밑샘 부종으로 입원하여 이비인후과 전문의 E로부터 수술을 받았습니다. 조직검사 결과 턱밑샘암으로 진단되었고 이후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B로부터 방사선치료를 받았습니다. 방사선치료 후 여러 부작용을 겪었으며, 2017년 7월 전신 증상 악화로 재입원했습니다. 재발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이후 저나트륨혈증 등으로 전신 상태가 악화되었고, 2017년 12월 우측 폐전이가 확인되었습니다. 병원 측은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여 호스피스 치료를 권고했으며, 2018년 2월 10일 망인은 사망했습니다. 이에 망인의 배우자인 C는 A병원과 의사 E, B를 상대로 오진 및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으나, 병원 측은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으로 맞섰습니다. 법원은 병원과 의사들의 손을 들어주며 의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망인의 배우자 C)는 병원과 의료진에게 여러 가지 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첫째, 이비인후과 전문의 E가 망인의 턱밑샘 부종을 단순히 침샘이 막힌 것으로 오진하여 불필요한 수술을 진행했고, 이로 인해 망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E 의사가 수술 전에 수술의 필요성, 과정, 발생 가능한 합병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망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셋째,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B가 방사선치료 전에 경추 척수 손상 가능성 등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과 후유증에 대해 망인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망인과 피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해 병원과 의사들이 연대하여 1억 원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 가지로, 첫째, 이비인후과 전문의 E의 악하선암 진단 및 수술 과정에 의료상의 주의의무 위반이 있었는지 여부, 둘째, 의사 E가 수술 전 망인에게 수술의 필요성과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 셋째,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B가 방사선치료 전 망인에게 합병증 및 후유증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원고 병원과 의사들의 의료상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 E 의사의 진단 및 수술 과정은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수준에 적합했고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E 의사는 악성 종양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세침흡인세포검사와 수술을 진행했으며, 수술 후 조직검사 및 협진을 통해 적절한 치료 과정을 거쳤다고 판단했습니다. 둘째, E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망인의 사망이 수술로 인한 것이 아니며, 사망 원인이 복합적인 전신 상태 악화와 폐 전이암 진행에 따른 것으로 보아 자기결정권 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셋째, B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는 B 의사가 망인에게 방사선치료 내용, 방법, 합병증 및 후유증을 설명하고 동의를 받았으므로 자기결정권 침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원고들의 채무 부존재 확인 본소 청구를 받아들이고, 피고의 손해배상 반소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재판부는 망인의 2018년 2월 10일 사망과 관련하여 원고들(A병원 및 의사 B)의 피고(C)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피고(C)의 원고들(A병원 및 의사 B)에 대한 반소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본소와 반소를 합한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이로써 병원과 의료진은 망인의 사망에 대한 법적 책임이 없다고 최종 판단되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주로 의료상 주의의무와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법리를 적용했습니다. 의료상 주의의무는 의사가 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과 상황에 따라 위험 방지를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를 말합니다. 이때 의료수준은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시인되는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의사에게는 적절한 진료 방법을 선택할 상당한 재량이 인정됩니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45379, 4538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E 의사가 망인에 대해 우측 악하선 종양 의증으로 일관되게 평가하고, 세침흡인세포검사를 통한 진단 시도, 악하선 절제술 및 선택적 경부 림프절 절제술, 조직검사 후 협진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및 치료 수준에 비추어 적절했다고 보아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설명의무는 의사가 수술 등 침습적 의료행위를 하거나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경우, 환자나 법정대리인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 필요성, 발생 예상 위험 등을 설명하여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도록 할 의무를 의미합니다.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환자가 설명을 들었더라면 의료행위를 받지 않음으로써 중대한 결과의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상실한 데 따른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것입니다. 다만,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침습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거나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지 않는 사항에 관한 것은 설명의무 위반으로 문제 될 여지가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5. 4. 25. 선고 94다27151 판결 등 참조). 법원은 E 의사의 수술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자기결정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고, B 의사의 방사선치료에 대해서는 필요한 설명을 제공하고 동의를 받았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 주장을 배척했습니다.
의료 분쟁 발생 시, 의료진의 진단 및 치료 과정이 당시의 일반적인 의료 수준과 전문가적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면 의료상 과실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행사와 직결되는 침습적 의료행위나 중대한 결과가 예상되는 경우에 중요하게 작용하며, 이때 의사가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 방법의 내용과 필요성, 발생 예상 위험 등을 충분히 설명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됩니다. 환자에게 발생한 중대한 결과가 의사의 의료행위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거나,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면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환자나 보호자는 중요한 치료 결정을 내릴 때 치료 내용, 예상되는 부작용, 예후 등에 대해 의료진에게 충분히 질문하고 이해한 후 동의하는 것이 중요하며, 동의서 등의 문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병의 진행 과정 중 예상치 못한 합병증이나 전이가 발생하더라도, 초기 진단 및 치료가 합리적인 의료 수준에 부합했다면 이를 곧바로 의료과실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