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해배상 · 의료
환자 E는 흉통을 호소하며 D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위산 역류 진단을 받고 이 사건 약물(멕쿨, 시메티딘 등)을 정맥주사 받았습니다. 약물 투여 8분 후 망인은 발작과 전신강직 증상을 보였고, 의료진은 디아제팜을 투여했으나 이후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심폐소생술 시행 중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었으나, 도착 후 약 30분 만에 사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망인의 사망 원인은 이 사건 약물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로 추정되었습니다.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D병원 운영자인 피고를 상대로 의료진이 아나필락시스를 오진하고 부적절한 치료를 했으며, 기도 확보 및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고, 약물 투여 전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총 2억 4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의료진의 진단과 처치가 당시의 의료 수준을 벗어난 과실이라고 볼 수 없고, 심폐소생술 과정 또한 부적절했다고 볼 수 없으며, 의무기록 조작 주장이나 설명의무 위반 주장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 E는 2016년 2월 28일 밤 흉통으로 D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여 위산 역류로 진단받고 멕쿨, 시메티딘 등의 약물을 정맥주사 받았습니다. 약물 투여 8분 후인 21시 16분경 발작과 전신강직 증상을 보였고, 21시 23분경 심정지가 발생했습니다. 의료진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며 응급처치를 했으나, 망인은 21시 47분경 경상대학교병원으로 전원 조치되었고, 22시 20분경 도착한 경상대학교병원에서 22시 50분경 심폐소생술이 중단되었으며, 23시 02분경 사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망인의 사망 원인은 이 사건 약물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로 추정되었습니다. 이에 망인의 부모인 원고들은 피고 병원 운영자에게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피고 병원 의료진이 약물 부작용인 아나필락시스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는지, 기도 확보 및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는지, 약물 투여 전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또한 원고들은 의무기록 조작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의료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망인의 부모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민법상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하여 의사의 의료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의사의 주의의무 및 의료과실 판단 기준: 대법원은 의사가 진찰·치료 등 의료행위를 할 때 환자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행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다75396 판결 등). 이러한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는 의료행위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며, 의사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진료방법을 선택할 재량을 가집니다. 따라서 의사가 당시 의료 수준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약물 부작용을 즉시 진단하지 못했거나, 응급 상황에서 의학적 재량 범위 내의 처치를 했다면 의료과실로 보기 어렵다는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 판단 기준: 의사는 의료행위로 예상되는 위험이나 부작용에 대해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지만, 당시의 의료 수준에 비추어 예견할 수 없는 드문 위험에 대한 설명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1999. 9. 3. 선고 99다10479 판결 등). 본 사건에서 법원은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킨 약물이 일반적인 소화기 약제이며 발생 빈도가 극히 낮은 점, 망인이 약물 알레르기 과거력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의료진이 사전에 아나필락시스 발생을 예견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약물 부작용은 예측하기 어렵고 발생 빈도가 극히 낮은 경우 의료진에게 사전 설명 의무나 즉각적인 진단 및 치료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의료 과실을 판단할 때는 해당 의료행위가 이루어진 당시의 의료기관 수준과 의학 지식, 의사의 재량 범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됩니다. 환자가 과거 약물 알레르기가 없다고 진술한 경우, 흔하지 않은 약물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미리 예측하여 설명하지 못한 것을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특정 장비(예: 제세동기)의 미사용이 반드시 과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전반적인 심폐소생술의 적절성이 평가됩니다. 의무기록 조작 주장은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며, 단순히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조작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