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민사사건
피고는 원고의 딸과 교제하다 헤어진 관계입니다. 원고의 아들 H의 부탁으로 피고는 원고를 위해 2,250만 원을 대출받아 원고에게 송금했으며, 이에 대해 원고와 피고는 공증인 사무실에서 채권자 피고, 채무자 원고로 하는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했습니다. 공정증서상 변제기가 도래했음에도 원고 측이 원금을 상환하지 않자, 피고는 공정증서에 기해 강제집행을 시도했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관계 정리 과정에서 채무를 면제해주었다고 주장하며 강제집행 불허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피고의 채무 면제 의사가 없었거나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고와 피고는 원고의 딸과 피고가 연인 관계였을 때, 원고의 아들 H의 부탁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2,250만 원을 빌려주며 공정증서까지 작성한 관계입니다. 피고가 원고 딸과의 관계를 정리하던 2021년 5월경, 피고는 원고에게 자신이 대출금을 갚겠으니 신경 쓰지 말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후 대출금 원리금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자 피고는 공정증서에 근거하여 강제집행 절차를 밟았고, 원고는 피고의 과거 문자 메시지를 근거로 채무가 면제되었다고 주장하며 강제집행을 막아달라고 소송을 제기하여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피고가 원고에 대한 2,250만 원의 대여금 채무를 면제해주었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피고가 전 연인 G과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나 통화 내용이 법률적으로 유효한 채무 면제 의사표시로 인정될 수 있는지, 혹은 민법상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가 되는지가 주요 판단 대상이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 대한 공정증서에 기한 강제집행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원고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나 통화에서 '대출받아서 빌려드린 돈 제가 잘 갚을게요', '어머님은 안 갚으셔도 돼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전 연인 G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한 일시적인 표현일 뿐, 채무 전체를 면제하겠다는 진정한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설령 채무 면제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가 진정으로 원한 것이 아닌 '비진의 의사표시'였고, 원고도 피고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아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원고의 채무 면제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피고는 여전히 원고에게 대여금 2,250만 원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공정증서에 따라 강제집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두 가지 법리와 관련이 깊습니다.
첫째, 채무의 포기 또는 채무의 면제는 채권자가 채무자의 채무를 없애주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로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채권자의 행위나 의사표시를 통해 채무 면제가 인정되려면 해당 권리관계의 내용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결정해야 합니다(대법원 2007. 2. 15. 선고 2004다5042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 판결에서는 피고의 문자 메시지 내용만으로는 채무 전체를 면제하려는 명확하고 엄격한 의사표시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민법 제107조(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조항은 '의사표시는 표의자가 진의 아님을 알고 한 것이라도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이를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어떤 사람이 진심이 아닌 말을 했더라도 원칙적으로는 유효하지만, 상대방이 그 말을 한 사람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의사표시는 무효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가 감정적인 상황에서 채무를 대신 갚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더라도 이는 진정한 의사가 아닌 비진의 의사표시였으며, 원고 또한 피고의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그러한 진의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채무 면제 의사표시가 무효라고 보았습니다.
개인 간의 금전 거래, 특히 가족이나 연인 등 가까운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반드시 명확한 증거를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건처럼 감정적인 상황에서 오고 간 말이나 메시지는 법적으로 채무 면제와 같은 중요한 의사표시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채무 면제와 같이 법적 효과가 큰 의사표시는 반드시 서면으로 작성하거나, 공증을 받는 등 그 의사의 진정성을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형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또한, 공정증서는 강제집행력을 가지므로, 이를 작성할 때에는 내용과 효력을 신중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만약 채무 면제를 주장하고자 한다면, 상대방의 진정한 의사를 오해 없이 파악하고 명확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상대방이 단순히 감정적으로 한 발언을 채무 면제로 주장하는 것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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