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 금융
이 사건은 로맨스 스캠(연인 빙자 사기)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하여 현금 운반책 역할을 한 피고인 B와 현금 수령 및 전달에 가담한 피고인 A에 대한 사기, 사기방조, 전자금융거래법위반 사건입니다. 원심에서 피고인들은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검사는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각각 항소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는 특히 피고인 B가 자신이 전달한 돈이 사기 범행으로 얻은 것임을 몰랐다고 주장하며 사기죄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피고인 B의 행위가 보이스피싱 범행의 필수적인 자금세탁 및 현금화 과정에 해당하며, 피고인이 그 불법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고 보아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또한 피고인들과 검사의 양형 부당 주장 모두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량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피고인들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연인 행세를 하며 돈을 편취하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했습니다. 피고인 A는 핸드폰 대리점을 운영하며 조직원 'F'의 지시를 받아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돈을 현금으로 인출하여 'F' 또는 그의 지시를 받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피고인 B는 'F'의 부탁을 받고 피고인 A로부터 약 750만 원의 현금을 받아 이를 'F'에게 전달하는 현금 운반책 역할을 여러 차례 수행했습니다. 피고인 B는 자신이 단순히 현금 전달 심부름을 했을 뿐, 그 돈이 사기 범행으로 얻은 편취금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으므로 사기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피고인 B가 돈의 출처가 의심스러움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반복적으로 비정상적인 거래에 가담한 점 등을 들어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피고인 B가 전달한 현금이 사기 범행으로 얻은 것임을 인지했는지 여부, 즉 사기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원심이 피고인들에게 선고한 형량(피고인 A 징역 1년 2개월, 피고인 B 징역 8개월)이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항소심 법원은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의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B가 비록 사기 범행의 전체적인 구조나 구체적인 기망 방식을 모두 알지 못했더라도,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비정상적인 거액 현금 전달 행위와 그에 대한 피고인의 인식을 종합할 때 적어도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인 자금 전달에 해당할 수 있음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하여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피고인 A와 B에게 선고된 원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아 검사와 피고인들의 양형 부당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형법상 사기죄, 사기방조죄 및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사기죄의 '미필적 고의': 법원은 행위자가 범죄 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를 판단할 때, 행위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의 입장에서 심리 상태를 추인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피고인 B의 경우, 불법체류자 신분, 이례적인 현금 거래 방식, 'F'의 인적 사항을 모른다는 점, 휴대폰 유심칩 손상 등의 정황을 종합하여 볼 때, 자신이 전달하는 돈이 사기 범행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면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았습니다.
공동정범의 성립: 2인 이상이 범죄에 공동 가담하여 실현하려는 의사의 결합(공모)만 있으면 공동정범 관계가 성립하며, 비록 전체의 모의 과정이 없었더라도 순차적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의 결합이 이루어지면 됩니다. 사기의 공모 공동정범은 그 기망 방법(속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고 하더라도 공모 관계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 2013. 8. 23. 선고 2013도5080 판결 등 참조). 보이스피싱과 같은 조직적 범행에서는 가담자들이 각자 맡은 일부 기능만 담당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피고인 B와 같이 현금 수령 및 전달이라는 핵심 단계를 반복적으로 수행한 경우, 범행의 전체 구조를 다 알지 못했더라도 공동정범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항소심의 판단 범위 및 양형: 항소심은 제1심 판결의 당부를 재평가하는 '사후심적 속심'의 성격을 가지며, 제1심의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제1심의 증거 가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어긋나는 등의 합리적인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 2017. 3. 22. 선고 2016도18031 판결 등 참조). 또한,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법원은 '로맨스 스캠' 범행의 비난 가능성, 피고인들의 인출책 역할의 중요성, 피고인 A의 과거 전력 등 원심이 고려한 모든 양형 조건을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의 선고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고액의 현금을 제3자를 통해 전달받거나 전달하는 요청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우 이례적이며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정상적인 금융거래 방식이 아닌 현금 전달을 요구받을 경우, 해당 자금이 불법 자금일 가능성을 의심해야 합니다. 설령 본인이 범죄의 전체 내용을 알지 못했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인 일에 기여할 수 있음을 예측하면서도 이를 용인하고 가담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범죄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혹은 불법체류자 신분 등의 취약한 상황에서 타인의 부탁으로 거액의 현금을 운반하는 행위는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범죄 조직의 일원이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의 불법성 여부가 의심된다면 즉시 관련 행위를 중단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범죄 조직에 가담하여 돈을 인출하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서는 안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