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호텔 임대료 감액 불인정 판결

원고인 호텔 운영 회사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영업 손실을 이유로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 및 기지급 임대료 반환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모두 기각한 사건입니다. 원고는 임대차계약 상의 불가항력 조항과 민법상 차임증감청구권을 근거로 주장했으나, 법원은 계약 조항이 감액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며, 민법상 차임 감액 요건인 '예견할 수 없었던 경제사정 변동' 및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는 불합리'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주식회사 A: 관광숙박업 및 관광객 이용시설업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J' 호텔을 운영하는 임차인입니다.
• 피고 주식회사 B: 은행업무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자 '이 사건 부동산투자신탁'의 신탁업자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의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자입니다.
• C 주식회사: '이 사건 부동산투자신탁'의 집합투자업자이며, 원고가 임대료 감액 요청을 한 당사자입니다.
• E 주식회사: 원고와 최초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던 임대인입니다.
• D (이 사건 부동산투자신탁): C이 설정하고 피고가 신탁업자인 부동산투자신탁으로, 이 사건 대지와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여 임대인 지위를 가졌습니다.

분쟁 상황

관광숙박업을 운영하는 원고 주식회사 A는 2015년 12월 28일 피고 주식회사 B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호텔 건물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2015년 12월 22일부터 'J' 호텔이라는 상호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 계약은 15년 장기계약으로, '최소보장임대료' 약정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계약 제23조에는 '전염병(사스 등)의 발생 등 불가항력 사유가 발생한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서면 합의에 의해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2020년 3월경부터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면서 호텔 영업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하자, 원고는 2020년 4월 8일부터 수차례 임대인에게 임대료 감액을 요청했습니다. 원고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사정의 현저한 변동으로 약정한 임대료가 더 이상 상당하지 않게 되었으므로, 계약 제23조 또는 민법 제628조에 따라 임대료 감액 청구권이 발생하며, 2020년 3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의 차임 중 일부는 지급 의무가 없음을 확인하고, 이미 지급한 임대료 중 과다하게 지급된 2,924,686,306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임대인 측은 감액 요청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에 원고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핵심 쟁점

1. 코로나19 팬데믹이 임대차계약 제23조에서 정한 '전염병(사스 등) 발생 등 불가항력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해당 조항이 임대인의 차임 감액 의무를 발생시키는가.
2.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사정 변동이 민법 제628조에 따른 차임 감액청구권의 요건인 '약정 당시 당사자들이 예견할 수 없었던 경제사정 변동'에 해당하는지 여부 및 기존 차임이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 불합리하게 되었는지 여부.

법원의 판단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도록 판결했습니다. 즉, 원고가 주장한 임대료 감액 및 기지급 임대료 반환 청구는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론

재판부는 먼저 임대차계약 제23조가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을 불가항력 사유로 볼 수 있지만, 해당 조항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서면 합의에 의해' 계약을 변경할 수 있다는 것일 뿐, 피고에게 차임을 감액해 줄 의무가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음으로 민법 제628조에 따른 차임 감액 여부에 대해서는,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호텔 매출이 감소한 사실은 인정되나, 다음의 이유로 약정 차임으로 당사자를 구속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 불합리할 정도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1. 이 사건 임대차계약은 15년의 장기계약으로, 관광숙박업의 특성상 정치·경제·사회적 영향으로 인한 관광 수요 급감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며, 계약 제23조에 전염병 발생을 명시한 것도 임차인이 매출 감소를 예상했음을 보여줍니다.
2. 최소보장임대료 약정은 임대인에게 최소 수익을 보장하고 임차인은 특정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당사자 간 위험을 분담하기 위한 것으로, 일방의 요청으로 이 약정을 벗어나는 감액은 약정 취지에 반합니다. 또한, 약정된 최소보장임대료가 주변 시세나 다른 호텔과 비교하여 특별히 과다하지 않았습니다.
3. 원고는 자산 규모가 약 2조 8,900억 원에 달하는 우량 상장법인으로, 호텔 영업 손실은 원고의 전체 사업 규모에 비추어 매우 경미하며, 원고의 주된 영업 부문은 면세유통업이기도 합니다.
4. 2020년 이후 국내 투숙객이 오히려 증가하고, 2021년 이후 객실 매출 및 전체 매출액이 회복 추세를 보였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는 원고의 모든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628조 (차임증감청구권)​: 임대물에 대한 공과부담의 증감 기타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하여 약정한 차임이 상당하지 아니하게 된 때에는 당사자는 장래에 대한 차임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 이 사건에서의 적용: 이 조항은 '사정변경의 원칙'을 입법화한 것으로, 계약 당시 당사자들이 예견할 수 없었던 경제사정의 변동이 발생하여 기존 차임으로 당사자를 구속하는 것이 정의와 형평에 어긋나 불합리하게 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법원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호텔 매출 감소는 인정했지만, 장기 계약의 특성, 계약서 내 전염병 관련 조항, 최소보장임대료 약정의 위험 분담 취지, 원고 회사의 재무 건전성 및 매출 회복 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코로나19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정도의 사정 변경이라고 보지 않았고, 기존 차임을 유지하는 것이 원고에게 불합리할 정도라고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2. 사적 자치의 원칙 및 계약 자유의 원칙: 당사자들이 자유로운 의사 합치에 따라 체결한 계약 내용은 최대한 존중되어야 합니다. 특히 '최소보장임대료 약정'과 같이 당사자 간에 위험 분담에 대한 명시적인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그 약정의 취지가 더욱 중요하게 고려됩니다. 법원은 이 원칙에 따라 당사자들이 합의한 최소보장임대료 이하로 차임을 감액하는 것은 약정 취지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3. 계약 조항의 해석: 계약서의 문언은 당사자 의사의 핵심이므로, 해당 조항(이 사건 임대차계약 제23조)이 단순히 '합의를 통해 계약을 변경할 수 있음'을 유보하는 성격인지, 아니면 '일방에게 계약 변경 의무를 부과하는' 성격인지를 명확히 구분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법원은 제23조를 후자의 의미로 보지 않았습니다.

참고 사항

1. 계약서의 명확한 내용: 계약서에 '불가항력' 조항이 있더라도, 그 조항이 단순히 '채무불이행 책임을 묻지 않는다'거나 '당사자 간 합의로 계약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인지, 아니면 '일방이 상대방에게 특정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인지를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후자가 아니라면 일방적인 감액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2. 장기 계약의 위험 부담: 임대차 기간이 긴 장기 계약의 경우, 계약 체결 당시 예상치 못한 경제 상황 변동의 위험을 어느 정도 고려하고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특히 특정 위험(예: 전염병)에 대한 조항이 있다면, 해당 위험이 계약 당시 완전히 예견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3. 최소보장임대료 약정의 의미: 최소보장임대료 약정은 임대인과 임차인 양측의 위험을 분담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임차인은 매출 감소 시에도 최소한의 임대료를 지급할 의무를 지는 대신, 임대인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이므로, 법원은 이러한 약정의 취지를 존중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4. 임차인의 재정 상태와 사업 규모: 임차인의 전체적인 재정 상태나 사업 규모가 우량하고, 해당 임대 사업으로 인한 손실이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이 경미하다고 판단되면, '기존 임대료를 유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임차인의 개별적인 어려움뿐 아니라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합니다.
5. 상황 회복 노력 및 추이: 손실이 발생했더라도, 이후 매출이 회복되거나 국내 고객 증가 등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면, 임대료 감액의 필요성이 지속적이라고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황 악화의 일시성 또는 회복 가능성을 입증하는 자료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