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이 사건은 일본의 불법적인 한반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 수행 과정에서 강제동원되어 강제노동에 종사한 망인 I의 유족들이, 망인을 강제동원한 구 H 주식회사의 후신인 피고 H 주식회사를 상대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 즉 위자료를 청구한 사건입니다. 피고는 대한민국 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없으며,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원고들의 소권 행사가 제한된다거나 손해배상청구권이 제척기간 또는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며, 원고들이 주장하는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므로 소권 행사가 제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구 H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 책임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도 불구하고 피고에게 승계되었다고 보았고, 2018년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객관적인 권리 행사 장애 사유가 해소되었다고 보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피고 H 주식회사가 원고들에게 각 상속분에 해당하는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 사건 분쟁은 일본이 1910년부터 한반도를 불법적으로 지배하고 1930년대 이후 전시 체제에 돌입하면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조선총독부를 통해 조선인들을 강제로 동원한 역사적 배경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피해자인 망인 I은 구 H 주식회사에 의해 강제동원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종사했습니다. 이후 구 H은 일본의 회사경리응급조치법 및 기업재건정비법에 따라 해산되고, 그 사업이 여러 회사를 거쳐 현재의 피고 H 주식회사로 승계되었습니다. 망인 I의 유족들은 이 강제동원 행위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피고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거나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부인하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대한민국 법원이 강제동원 관련 손해배상 사건에 대해 국제재판관할권을 가지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1965년에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개인적인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하거나 소멸시키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강제동원을 한 일본 기업이 합병 및 해산 과정을 거쳤을 때, 후신 기업인 피고에게 그 불법행위 책임이 승계되는지 여부입니다. 넷째, 강제동원 위자료 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어 더 이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지 여부입니다.
재판부는 피고 H 주식회사가 원고 A, B, C, D에게 각각 2천만 원, 원고 E에게 8,571,428원, 원고 F, G에게 각각 5,714,286원 및 위 각 금액에 대해 2025년 1월 14일부터 2025년 2월 11일까지는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는 기각되었고,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판결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법원은 망인 I에 대한 강제동원 행위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그 책임은 구 H의 후신인 피고 H 주식회사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한일 청구권 협정이 개인의 위자료 청구권을 소멸시키지 않으며,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피고에게 강제동원 피해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명령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법원은 구 H 주식회사가 일본 정부와 협력하여 망인을 강제동원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노동에 종사시킨 행위가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망인이 이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하여 구 H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현행 민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했습니다. 둘째, 구 섭외사법(1962년 제정 법률 제996호) 및 일본의 법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과 효력은 불법행위 발생지의 법률에 따르는데, 이 사건에서는 대한민국과 일본에 걸쳐 있으나 피해자의 권리 보호, 당사자 간의 공평 등을 고려하여 대한민국법을 준거법으로 적용했습니다. 셋째, 한일 청구권 협정 제2조 및 합의의사록: 이 협정은 국가 간의 재산 및 청구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결되었으나, 대법원 판례(2018다61381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서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보아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넷째,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강제동원 위자료청구권의 법적 견해가 최종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진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인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보아, 그 시점부터 3년 내에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섯째, 회사경리응급조치법, 기업재건정비법: 구 H 주식회사가 일본 법률에 따라 해산되고 피고로 승계되는 과정이 있었으나, 법원은 강제징용과 같은 반인륜적 불법행위에 기한 채권은 일본 국내법적 필요나 조치에 따라 쉽게 소각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피고에게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여섯째,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손해배상액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법정이율(연 12%)이 적용되며, 위자료 산정 기준시인 사실심 변론종결일로부터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유사한 강제동원 피해 사건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할 때 참고할 만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과거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 특히 위자료 청구권은 국가 간의 청구권 협정만으로 소멸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기업이 합병, 분할, 해산 등 법적 형태로 변경되었다 하더라도, 원 기업의 불법행위 책임은 그 사업을 실질적으로 승계한 후신 기업에게 계속될 수 있습니다. 셋째, 소멸시효와 관련하여,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존재했던 기간이 있었다면,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시점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소를 제기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2018년 대법원 판결과 같이 법적 견해가 명확해진 시점이 권리 행사 장애 해소 시점으로 고려될 수 있습니다. 넷째, 손해배상액, 즉 위자료를 산정할 때는 가해 행위의 불법성 정도, 피해자의 나이, 강제동원 경위, 고통받은 기간, 당시의 환경, 자유 억압 정도 등 다양한 요소와 함께 당시의 물가 및 국민소득 수준, 배상 지연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책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