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차
이 사건은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이전 임대인과 체결한 약정에 따라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한 것으로 인정되어, 세입자가 새로운 집주인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 6천 5백만 원을 돌려받게 된 사안입니다. 법원은 분양 계약 시 매매대금 대신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한 것은 '병존적 채무인수'에 해당하며, 세입자가 소송을 제기하여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 새로운 집주인에게 직접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 B는 2018년 7월 10일 소외인들 C, D로부터 서울 양천구 소재 주택을 2억 6천 5백만 원에 분양받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분양계약에서 피고는 분양대금 대신 해당 주택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기로 약정했으며, 2018년 10월 12일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한편, 원고 A는 2018년 9월 21일 소외인들 C, D와 위 주택에 대해 임대차보증금 2억 6천 5백만 원, 임대차기간 2018년 10월 12일부터 2020년 10월 11일까지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보증금을 지급한 후 입주했습니다. 임대차계약 특약사항에는 '상기 부동산은 분양으로 소유권 변경 시 본 임대차계약은 변경 없이 자동 승계된다'고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임대차계약이 2020년 10월 11일 종료되자, 원고는 2020년 7월 29일부터 피고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피고가 이에 응하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집주인(피고)이 기존 임대인(소외인들)으로부터 주택을 분양받으면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기로 약정했을 때, 세입자(원고)가 새로운 집주인에게 직접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 있다면 어떠한 법리에 근거하는지가 쟁점입니다.
원심판결을 변경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2억 6천 5백만 원을 지급하고,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하며,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피고가 소외인들과의 분양계약에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한 것이 '병존적 채무인수'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병존적 채무인수는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이므로, 임차인인 원고가 소송을 통해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것은 수익의 의사표시로 인정되어 피고에게 직접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는 원고에게 임대차보증금 2억 6천 5백만 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부동산 매매 시 임차보증금 반환채무 인수 약정과 관련된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병존적 채무인수: 부동산을 매수하는 사람이 임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고 그 채무액만큼 매매대금을 공제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채권자(임차인)의 승낙이 없는 한 매도인(기존 임대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정이 단순히 매도인의 채무를 대신 이행하겠다는 '이행인수'인지, 아니면 매수인도 기존 채무자와 함께 채무를 부담하겠다는 '병존적 채무인수'(즉, '제3자를 위한 계약')인지는 계약 당사자들의 의사, 계약 체결 동기, 경위, 목적, 당사자들의 이해관계, 거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인수의 대상이 된 채무의 권리관계도 함께 양도되었거나 채무인수인이 그 채무 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었을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병존적 채무인수'로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7다54627 판결).
제3자를 위한 계약과 수익의 의사표시: 병존적 채무인수는 일종의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3자를 위한 계약의 경우, 채권자(이 사건의 임차인 원고)는 채무를 인수한 사람(이 사건의 새로운 집주인 피고)에게 채무 이행을 직접 청구하거나 채권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으로 '수익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인수인에 대하여 직접 청구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대법원 2013. 9. 13. 선고 2011다56033 판결). 이 사건에서는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고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시점에 이미 수익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주택 매매 시 임대차 계약이 있는 경우,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가 어떻게 처리될지 명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매수인이 매매대금 대신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기로 약정했다면, 이는 '병존적 채무인수'로 해석될 여지가 크며, 임차인은 새로운 집주인에게 직접 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임대차계약서의 특약사항을 꼼꼼히 검토하고, 소유권 변경 시 임대차 관계가 어떻게 승계되는지 분명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임대차 기간 만료 시 보증금 반환 의무가 누구에게 있는지 미리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내용증명 등을 통해 새로운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의사를 명확히 전달해야 합니다. 임차인 입장에서는 소송 제기 자체가 병존적 채무인수에 대한 '수익의 의사표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