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행정
복수노조 체제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은 기업별 노동조합들이 소수노조인 산업별 노동조합 지회에 대해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입니다. 원고인 산업별 노동조합은 교섭대표노조들이 단체협약 요구안 마련, 교섭 과정 공유,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등에 있어 소수노조를 차별하여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위자료 청구를 했습니다. 법원은 대부분의 교섭대표노조에 대해서는 제도의 불명확성 등을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피고 E 노동조합은 소수노조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차별하는 단체협약 조항을 마련한 것에 대해, 피고 K 노동조합은 조합원 수가 거의 대등함에도 소수노조의 의견 수렴과 정보 제공을 완전히 거부한 것에 대해 공정대표의무 위반 및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여 각 5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복수노조 허용 이후 각 사업장에서 기존의 산업별 노동조합(원고 지회) 조합원 중 일부가 탈퇴하여 기업별 노동조합(피고들)을 설립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피고 노동조합들이 과반수 노조가 되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얻었습니다. 교섭대표노조인 피고들은 사용자와 2014년 단체협약을 체결했는데, 원고 지회는 이 과정에서 피고들이 소수노조인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단체교섭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으며,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도 소수노조 조합원을 배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피고 E 노동조합의 경우, 단체협약에 소수노조의 근로관계 및 복지 관련 심의·결정·합의 권한을 배제하고 교섭대표노조의 창립기념일만 유급휴일로 정하는 차별적인 조항을 포함하여 문제가 되었습니다. 피고 K 노동조합은 조합원 수가 원고 지회와 거의 비슷했음에도 임금협약 체결 과정에서 원고 지회의 의견 수렴이나 정보 제공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원고는 피고들이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여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 등을 침해하고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각 5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교섭대표노조가 소수노조에 대해 단체협약 체결 과정에서 노동조합법상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했는지, 위반했다면 이것이 불법행위를 구성하여 위자료 지급 책임이 발생하는지 여부입니다. 특히 소수노조의 교섭 참여 기회, 정보 제공, 의견 수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 참여 배제 및 단체협약 내용의 차별 등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졌습니다.
피고 K 노동조합은 원고에게 5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제1심 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지급을 명했습니다. 피고 E 노동조합과 I 노동조합의 원고에 대한 항소는 기각되어 원고에게 5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제1심 판결이 유지되었습니다. 원고의 피고 B, D, H, J 노동조합에 대한 항소 및 피고 K 노동조합에 대한 나머지 항소는 기각되었습니다.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된 초기 단계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교섭대표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할 정도로 중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있어야 함을 분명히 했습니다. 특히 소수노조의 의사 형성 참여 기회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거나 명백히 차별하는 단체협약 조항을 마련한 경우에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 판결입니다. 반면, 교섭 과정에서 일부 미흡함이 있었더라도 기본적인 정보 제공이나 의견 수렴 노력이 있었다면 불법행위 책임까지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가 다른 소수노조에 대해 부담하는 '공정대표의무'의 내용과 위반 시의 책임을 명확히 한 사례입니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는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다음 사항들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