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민사사건
오토바이 운전자가 신호 위반을 하고 교차로에 진입하여 직진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승용차와 충돌한 사고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는 승용차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했기 때문에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보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으나, 법원은 승용차 운전자의 과속과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없고 사고 회피 의무도 없다고 판단하여 보험사의 채무부존재를 확인해 준 사례입니다.
2020년 3월 5일, 피고 D는 오토바이를 운전하여 차량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에 직진 진입했습니다. 이때 차량 직진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F 운전의 스파크 승용차(원고차량)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D는 외상성 경막상 출혈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원고 A손해보험 주식회사는 원고차량의 보험자로서, 이 사고가 전적으로 D의 신호 위반 과실로 발생했으므로 자신들에게 D에 대한 손해배상 채무가 없음을 확인받고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D는 원고차량 운전자 F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행했기 때문에 사고를 피하거나 손해를 줄일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으므로, 원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신호 위반으로 사고를 일으킨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자동차 보험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신호를 준수하여 진행하던 차량 운전자의 과속 운행이 사고 발생에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상당인과관계가 있었는지 그리고 사고 회피를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는지가 쟁점이 되었습니다.
별지 목록 기재 사고와 관련하여,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금 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재판부는 원고 차량 운전자 F가 비록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행했으나, 사고 발생 당시 이미 신호가 정지 신호로 바뀐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피고가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에 진입했으므로 F에게 신호 위반 차량의 충돌까지 예상하여 방지할 주의의무가 없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F가 제한속도를 준수했더라도 교차로에 진입하기 직전에야 비로소 오토바이를 발견할 수 있었고, 당시의 상황과 정지 거리를 고려할 때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므로, F의 과속 운행이 이 사건 사고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원고 보험회사는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본 판례에서는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주의의무 범위와 과실 판단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신뢰의 원칙(信賴의 原則)과 교차로 통행의 주의의무: 신호등에 따라 교통정리가 이루어지는 교차로에서 녹색 신호에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차량들도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이라고 믿고 운전하면 충분합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5다7177 판결 등)는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고 자신의 진로를 가로질러 진행하여 오거나 자신의 차량을 들이받을 경우까지 예상하여 그에 따른 사고 발생을 미리 방지할 특별한 조치까지 강구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명시합니다. 다만, 신호가 바뀌기 직전이거나 교차로에 이미 진입한 차량이 있는 등의 특별한 경우에는 사고를 방지할 태세를 갖출 주의의무가 인정될 수 있으나, 본 사건과 같이 신호가 바뀐 지 상당 시간이 지난 후 다른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새로 진입할 경우까지 예상하여 조치할 의무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과속 운행과 상당인과관계: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했더라도 그 과속 운행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사고를 피할 수 없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면 과실로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1. 2. 9. 선고 2000다67464 판결)는 '과속 운행 등을 하지 아니하였다면 상대방 자동차를 발견하는 즉시 감속하거나 피행함으로써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있었던 경우에 한하여 과속 운행을 과실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합니다. 즉, 단순한 과속 자체가 아닌, 과속이 아니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구체적인 상황이 입증되어야 과실로 인정된다는 의미입니다.
교차로에서 신호등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모든 운전자의 기본적인 의무입니다. 신호 위반으로 인한 사고의 경우, 신호를 준수하며 주행한 운전자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호 위반 차량의 돌발 상황까지 예상하여 사고를 방지할 주의의무가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신호를 준수한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운전했더라도, 과속 운행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사고를 회피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 않는다면, 즉 과속을 하지 않았더라도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상황이라면, 과속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사고 예방과 더불어 사고 발생 시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교차로에서는 예측 불가한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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