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 · 의료
이 사건은 L의원을 운영하는 D와 N병원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E 및 그 소속 의사 F를 상대로 환자의 유가족(원고 A, B, C)이 의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환자는 구토와 복통으로 L의원을 방문했다가 증상 악화로 N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받던 중 사망했습니다. 유가족은 피고들에게 진단 및 처치상의 과실, 전원의무 및 설명의무 위반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원고 A의 채권자인 G, H는 원고 A이 피고들로부터 받을 손해배상금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아 독립당사자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의 의료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원고 A의 일부 청구는 채권압류로 인해 당사자적격이 상실되어 각하하고, 나머지 원고들의 청구 및 독립당사자참가인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망인(I, 35세)은 2023년 4월 9일 구토와 복통 증상으로 피고 D가 운영하는 L의원에 내원했습니다. L의원 의사 O는 망인을 '상세불명 기원의 위장염 및 결장염'으로 진단하고 수액 및 경구약을 처방했습니다. 다음 날 망인은 다량의 검은색 구토 등 증상이 심해져 4월 10일 00시 37분경 피고 학교법인 E가 운영하는 N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습니다. N병원 의료진은 혈액검사, CT 검사 등을 진행했으며, 망인은 03시 37분경 소화기내과 병동에 입원했습니다. 입원 후 망인의 상태는 복부 팽만과 구토가 지속되었고, 혈압이 떨어지고 체온이 오르는 등 불안정한 활력징후를 보였습니다. 담당의 피고 F는 06시 09분경 망인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수액 급속 주입 및 응급 내시경 검사를 지시했으나, 망인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습니다. N병원 의료진은 망인의 복부CT 판독 결과 '급성 충수염과 충수 주위 농양, 장폐색'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으나, 불안정한 활력징후와 토혈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소화기내과 및 외과 전문의 협진을 통해 보존적 치료를 우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망인은 중환자실로 옮겨져 수혈을 받던 중 13시 13분경 다시 피를 토하고 혈압 및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심정지 상태가 되었고, 약 1시간 동안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14시 27분경 끝내 사망했습니다. 사인은 '패혈증'으로, 원인은 '충수돌기염 천공에 따른 범발성 복막염'으로 진단되었습니다. 유가족은 L의원과 N병원의 의료과실로 인한 사망이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피고 L의원 의사가 망인의 초기 진단 및 처치 과정에서 '상세불명 기원의 위장염 및 결장염'이라는 진단이 적절했는지, 검은색 토혈 증상에 대한 진단검사를 소홀히 했는지, 상급 병원 전원 또는 질환 및 대처법 설명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입니다. 둘째, 피고 N병원 의료진이 망인의 '천공된 충수돌기염' 진단을 늦게 내리고, 응급 내시경 및 외과적 수술 등 적절한 치료를 지연하거나 필요한 설명을 다하지 않아 환자 사망에 이르게 한 의료과실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셋째, 원고 A의 채권자들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을 때, 원고 A이 해당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할 당사자적격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망인의 유가족이 제기한 의료과실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피고 L의원 및 N병원의 의료진이 진단 및 처치상의 과실, 전원의무 위반, 설명의무 위반 등을 저질렀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대부분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특히, 망인의 초기 증상이 급성 충수염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보기 어려웠고, N병원에서도 당시 환자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응급수술 대신 보존적 치료를 선택한 것이 의료진의 합리적인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 A의 일부 채권에 대해서는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의 효력 발생으로 인해 원고 A의 당사자적격이 상실되어 소송이 부적법하다고 보아 각하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피고들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의료기관의 책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여러 법률과 법리가 적용되었습니다.
의료과실에 따른 주의의무 위반: 의사가 진찰·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할 때는 환자의 생명·신체·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특성상 위험 방지를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습니다. 이때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시인되는 의학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다34488 판결 등). 법원은 L의원의 경우, 망인이 상복부 통증만 호소하고 급성 충수염의 특이 증상(우측 하복부 통증 및 반발통)이 뚜렷하지 않았으며, 검은색 구토 호소가 있었더라도 심각한 위중함이 확인되지 않으면 경과 관찰이 가능하다고 보아 진단 및 처치상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N병원의 경우에도, 응급실 내원 당시 망인의 활력징후가 비교적 안정적이었고, 복부CT 판독이 어려웠으며, 항생제 투여 및 비위관 삽입 등 보존적 치료가 시급했다는 감정의의 의견을 근거로 적절한 조치를 지연한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응급수술 선택 여부는 의사 재량 범위 내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전원의무 위반: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가 어렵거나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경우 다른 병원으로 전원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입니다 (대법원 2015. 3. 12. 선고 2012다117492 판결 등). 이 사건에서 법원은 L의원 의사가 망인의 상태를 위급한 응급 상황으로 판단하지 않았고 보존적 치료를 택한 것이 합리적인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아 전원의무 위반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도·설명의무 위반: 의료행위 결과로 후유 질환이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성이 있을 때, 요양 방법, 후유 질환 증상, 악화 방지 및 치료를 위한 대처 방법 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지도할 의무를 의미합니다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7다70445 판결 등). 다만, 설명의무는 수술 등 침습적 행위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상되는 경우 등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문제 되는 경우에 한정됩니다 (대법원 2019. 8. 30. 선고 2017다239960 판결 등). 법원은 망인의 사망 원인인 천공된 충수돌기염 및 패혈증이 L의원 진료행위의 결과로 발생한 후유 질환이나 예견된 위험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아 L의원의 지도·설명의무 위반을 부정했습니다. N병원의 경우에도 의료진이 망인이 불과 14시간 만에 사망할 가능성까지 예상하고 수술에 대해 설명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고, 보존적 치료 선택이 합리적 재량 범위 내에 있었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에 따른 당사자적격 상실: 채권에 대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있으면, 제3채무자에 대한 이행의 소는 추심채권자만이 제기할 수 있으며, 채무자는 피압류채권에 대한 이행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적격을 상실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27조 제3항, 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7다60417 판결 등). 압류의 효력은 종된 권리인 이자나 지연손해금에도 미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 A의 채권자들이 원고 A이 피고들로부터 받을 손해배상금 중 일정 금액에 대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고, 이 명령이 피고들에게 송달되었으므로, 해당 금액에 대한 소송은 원고 A이 아닌 추심채권자(독립당사자참가인)만이 제기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 A의 해당 청구 부분을 각하했습니다.
의료기관 방문 시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는 모든 증상을 의료진에게 최대한 정확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일반적이지 않거나 중대한 증상(예: 검은색 구토, 토혈 등)은 반드시 명확히 전달하고, 의료진이 이를 진료기록부에 기재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진의 진단이나 처치에 대해 의문이 들 경우, 왜 그러한 진단 또는 치료가 이루어졌는지,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지, 그리고 해당 치료를 지연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설명을 요구해야 합니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거나 예상과 다른 증상이 나타날 경우, 담당 의료진에게 즉시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는 여러 의료진의 협진 여부나 치료 결정의 근거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민사소송 과정에서 손해배상 채권이 제3자에게 압류되거나 추심될 경우, 채권자가 해당 채권에 대한 소송의 당사자적격을 가지게 되므로, 본인의 채권이나 재산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료 관련 분쟁에서는 의료 기록과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하므로, 관련 기록들을 잘 보존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