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임대보증금 반환 요구와 신탁회사의 책임 사건

원고 A는 C와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 9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임대 주택은 여러 번 소유권이 바뀌었고, 최종적으로 H가 피고 B 주식회사에 신탁하여 소유권 이전 등기가 되었습니다.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던 중 원고 A는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지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으나, 피고 B 주식회사는 신탁 계약상 보증금 반환 의무가 위탁자인 H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거부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므로 보증금 반환 의무가 있으며, 신탁계약의 내부 약정은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대구 수성구의 주택을 임차하고 보증금 9천만 원을 지급한 세입자입니다.
• 피고 B 주식회사: 주택의 소유권을 신탁받은 신탁회사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당사자입니다.
• C: 원고 A와 최초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던 주택의 원래 소유자이자 임대인이었습니다.
• H: 주택의 전 소유자로서 피고 B 주식회사에 주택 신탁을 맡긴 위탁자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4년 9월 대구 수성구의 한 주택에 대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임대차보증금 9천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이후 주택의 소유권은 여러 차례 변경되었고, 최종적으로 2021년 6월 전 소유자인 H가 피고 B 주식회사에 주택을 신탁하면서 피고 명의로 소유권이 이전되었습니다. 원고 A는 임대차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던 중 계약 해지를 통지하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B 주식회사는 신탁계약상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주택을 신탁한 H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여, 원고 A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핵심 쟁점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 해지 통지를 누구에게 해야 유효한지, 신탁회사가 주택을 신탁받았을 때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지, 그리고 신탁계약 내부에 위탁자가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는 약정이 임차인에게도 효력을 미치는지 여부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피고 B 주식회사가 원고 A에게 90,000,000원의 임대차보증금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지연손해금은 2023년 9월 17일부터 2024년 1월 10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됩니다. 원고 A의 나머지 청구(2023년 6월 9일부터의 지연손해금)는 기각되었으며, 소송비용은 피고 B 주식회사가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이 판결의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

법원은 원고 A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피고 B 주식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고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것을 적법한 해지 통지로 인정하여, 피고 B 주식회사가 위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후인 2023년 9월 16일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주택 소유권이 신탁회사인 피고 B 주식회사로 이전되면서 임대인의 지위도 승계되었으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피고 B 주식회사가 신탁계약 내부 약정을 이유로 보증금 반환 의무를 부인했지만, 신탁등기 전까지는 이러한 약정을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하여 피고의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따라서 원고 A는 임대차보증금 전액과 일부 지연손해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1, 2항 (묵시적 갱신 시 해지 통지)​: 임대차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습니다. 이 해지는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 제기가 해지 통지의 효력을 가진다고 인정하여, 지급명령정본 송달일로부터 3개월 후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2.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및 제4항 (대항력 및 임대인 지위 승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면 그때부터 제3자에 대하여 임대차의 효력이 발생합니다(대항력). 또한, 임차주택의 양수인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봅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쳐 대항력을 갖추었으며, 주택 소유권이 신탁회사인 피고에게 이전되면서 피고가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어 임차보증금 반환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주택을 담보 목적으로 신탁법에 따라 신탁한 경우에도 수탁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에 의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합니다.
3. 신탁법 제4조 제1항, 부동산등기법 제81조, 부동산등기규칙 제139조 (신탁의 제3자 대항 및 신탁원부)​: 등기할 수 있는 재산권에 관하여는 신탁 등기를 해야만 그 재산이 신탁재산에 속한 것임을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습니다. 신탁등기 시에는 신탁의 목적, 신탁재산의 관리·처분 방법 등이 기록된 신탁원부를 작성해야 하며, 이 신탁원부는 등기기록의 일부로 간주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는 신탁계약상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가 위탁자에게 있다고 주장했으나, 원고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당시 피고 명의의 신탁등기가 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신탁원부의 내용을 원고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즉, 신탁등기 및 신탁원부에 보증금 반환 채무의 귀속 주체가 명시되어 있어야 제3자인 임차인에게 대항할 수 있습니다.

참고 사항

1. 주택 임대차 계약 중 집주인이 바뀌는 경우, 새로운 집주인에게 임대인의 지위가 자동 승계되므로 계약 해지 통지나 보증금 반환 요구와 같은 중요한 의사표시는 반드시 새로운 집주인에게 해야 합니다. 이전 집주인에게 통지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습니다.
2. 임대차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되었다면 세입자는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으며,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종료됩니다. 만약 임대인에게 해지 통지가 어렵다면,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소장 또는 지급명령정본이 임대인에게 송달되면 이 또한 해지 통지의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3. 주택이 신탁등기 된 경우, 신탁회사가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탁계약 내부에 임대차보증금 반환 의무가 위탁자에게 있다는 약정이 있더라도, 이러한 약정이 신탁등기(정확히는 신탁원부)를 통해 대외적으로 공시되지 않았다면 임차인에게는 주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신탁된 주택과 계약하거나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신탁원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4. 임차인은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마침으로써 '대항력'을 갖추게 됩니다. 대항력이 있으면 집주인이 바뀌거나 주택이 신탁되더라도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5.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무는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거나 해지된 때에 비로소 이행기에 도달하므로, 지연손해금을 청구할 때는 계약 종료일을 정확히 확인하여 기산일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