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직원의 회사 영업자료 유출 및 경쟁사 계약 수주 사건

피고인 A는 피해자 회사 C(주)의 기술2부장으로 근무하다 퇴사하면서,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자동차 부품 조립설비 관련 가설계도면, 현장 설비사진, 견적서, 이메일 등 회사 영업자료를 외장하드에 복사해 반출하고 삭제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자신의 사업체를 설립하여 피해자 회사의 기존 거래처였던 (주)I과 총 7억 8천 5백만 원 규모의 계약 2건을 체결했습니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를 인정하고 업무상배임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으나,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하여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관련 당사자

• 피고인 A: 피해자 회사 C(주)에서 기술2부장으로 근무하다 퇴사 후 경쟁사 계약을 체결한 직원
• 피해자 C(주): 피고인 A의 전 직장으로 자동차부품 조립설비 등 산업용 기계설비 관련 회사
• (주)I: C(주)의 하도급 회사이자 피고인 A가 퇴사 후 계약을 체결한 회사

분쟁 상황

피고인 A는 피해자 회사 C(주)의 기술2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 8월,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뒤 퇴사 직전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I 폴더' 안의 자동차 부품 조립설비 관련 가설계도면, 현장 설비사진, 견적서 및 이메일 등의 자료를 자신의 개인 외장하드에 복사한 후 해당 파일을 컴퓨터에서 삭제했습니다. 같은 해 10월 31일 피해자 회사에서 퇴사한 다음 날인 11월 1일, 피고인은 자신의 명의로 'N'이라는 사업체를 등록하고 기존 피해자 회사의 하도급 거래처였던 (주)I과 약 4억 7천만 원 규모의 'O 계약'을 체결했으며, 2018년 3월 21일에는 약 3억 1천 5백만 원 규모의 'P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습니다. 피해자 회사는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가 회사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고 업무를 방해하며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를 취했습니다.

핵심 쟁점

1. 피고인이 회사 자료를 삭제한 행위가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지.
2. 피고인이 반출한 회사 자료가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요건을 충족하는지. 특히 피해자 회사의 '비밀관리성' 여부.
3. 피고인이 회사 자료를 반출하여 경쟁사 계약을 수주한 행위가 '영업상 주요한 자산' 침해에 따른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법원의 판단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선고했습니다.

1.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무죄.
   • 파일 삭제 행위는 전자기록 손괴에 해당하나, 실제 컴퓨터 시스템 기능에 '정보처리의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 무죄.
   • 자료의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은 인정되나, 피해자 회사가 해당 자료를 '비밀로 관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으므로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3. 업무상 배임: 유죄.
   • 해당 자료가 비록 법률상 '영업비밀'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피해자 회사가 상당한 시간, 노력, 비용을 들여 얻었고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피고인이 이러한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하여 경쟁사인 (주)I과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피해자 회사에 해당 계약 수주 기회 상실이라는 손해를 입혔다고 보아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했습니다.
4. 최종 형량: 벌금 2,000만 원. 압수된 외장하드 몰수. 벌금 미납 시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 유치.

결론

항소심은 피고인의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으나, 회사의 영업상 중요한 자산을 무단 반출하여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비록 '영업비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기업이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축적한 '영업상 주요한 자산'은 보호되어야 하며, 이를 무단 유출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행위는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판례의 입장을 보여줍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이 판결과 관련된 주요 법령 및 법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형법 제314조 제2항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죄) 관련

• 법리: 이 죄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 또는 전자기록 등을 손괴하거나 허위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가해행위'로 인해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성립합니다. 여기서 '정보처리에 장애'란 정보처리장치가 그 사용 목적에 부합하는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사용 목적과 다른 기능을 하는 등 정상적인 구동이 저해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 판례 적용: 피고인이 업무용 컴퓨터 파일(전자기록)을 삭제한 행위는 전자기록을 손괴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단순히 개별 파일이 삭제되어 실행 불가능하게 된 것만으로는 컴퓨터 시스템 자체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구동되지 않는 '정보처리의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즉, 파일 삭제만으로는 컴퓨터 시스템 전반의 기능적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2.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영업비밀) 관련

• 법리: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 비공지성: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아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입수할 수 없는 정보.
  2. 경제적 유용성: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취득/개발에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정보.
  3. 비밀관리성: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노력으로 관리된 정보 (예: 비밀 표시, 접근 제한, 비밀유지 의무 부과 등).
• 판례 적용: 본 판례에서는 피고인이 반출한 자료의 '비공지성'과 '경제적 유용성'은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회사가 직원 대상 보안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보안관리 책임자 지정이 없었으며, 피고인 팀의 자체적인 암호 설정 외에 회사 차원의 통일된 기준이나 규정이 없었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피고인 컴퓨터에 접근 가능했으며, 사적 메일이나 외장하드를 이용한 업무 처리를 허용하는 등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합리적인 노력'이 부족했다고 판단하여 해당 자료를 법률상 영업비밀로 보지 않았습니다.

3. 형법 제356조 (업무상배임), 제355조 제2항 (배임) 관련

• 법리: 직원이 영업비밀을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단 반출한 경우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합니다. 또한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해당 자료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고, 보유자가 자료 취득/개발에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였으며, 그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한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이를 무단 반출하는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합니다.
• 판례 적용: 본 판례는 피고인이 반출한 자료가 비록 '영업비밀'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 회사가 아프리카 지역 계약 수주를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작성한 가설계도면, 견적서 등으로, 수년간의 경험적 지식과 노하우가 담겨 있어 다른 업체가 쉽게 참조하여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상 주요한 자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이 이 자료를 이용하여 자신의 사업체로 (주)I과의 계약을 수주한 것은 피해자 회사가 해당 계약을 수주할 기회를 상실하게 한 것으로, 회사에 손해를 가한 업무상 배임 행위로 인정되어 유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참고 사항

회사와 직원 모두 유사한 상황에 대비하여 다음 사항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회사 입장]

• 보안 규정 및 교육 강화: 직원 퇴사 시 발생할 수 있는 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명확한 보안 규정 및 지침을 마련하고, 정기적인 보안 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 정보 접근 권한 관리: 중요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직위 및 업무 필요성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합니다.
• '비밀관리성' 요건 충족: 법률상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자료에 '비밀' 표시를 하거나 접근자를 제한하는 등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되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 사적 기기 활용 통제: 개인 메일, 외장하드 등 사적 기기를 통한 업무 자료 처리 및 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거나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 퇴사 절차 강화: 퇴사 직원의 인수인계 절차에서 자료 삭제 및 반출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회사 자산 반환 서약을 받는 등 절차를 강화해야 합니다.
• '영업상 주요한 자산' 보호: 영업비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회사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한 중요 자료는 '영업상 주요한 자산'으로 보호받을 수 있으므로, 무단 유출 시 업무상 배임죄로 법적 대응이 가능함을 인지해야 합니다.

[직원 입장]

• 회사 자료 무단 반출 금지: 퇴사 시 업무 관련 자료를 개인적인 용도로 무단 반출하거나 삭제하는 행위는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업무상 배임 등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영업상 주요한 자산' 유의: 본인이 작성했거나 관여한 자료라도 회사의 영업상 중요한 자산이라면 무단 유출 및 활용은 법적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 명확한 인수인계: 퇴사 전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업무 자료를 철저히 인수인계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회사 정책을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