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
피고인 A가 이전 회사인 주식회사 E의 지진관측장비 구매·설치 제안서 등 영업상 주요 자료들을 퇴사 시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고 개인 USB에 보관한 뒤, 경쟁사인 주식회사 F를 설립하여 해당 자료들을 사용한 업무상배임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피고인 A는 2013년 1월 28일부터 주식회사 E에서 지진공학사업부 이사로 근무하다 2017년 10월 31일자로 퇴사했습니다. 퇴사 직전인 2017년 10월 30일, 피고인은 배우자를 대표이사로 하는 경쟁사 주식회사 F를 설립했습니다. 피고인은 2017년 10월 23일 제출한 사직원에 '재직 시 알게 된 일체의 모든 자료를 개인적으로 저장하거나 취득하여 퇴사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2017년 5월경부터 10월 말경 사이 피해 회사의 '2017년도 지진관측장비 구매·설치 제안서', 장비별 원가, 시스템 설치공사계약서, 성능시험성적서 등 회사의 영업상 주요 자료들을 개인 USB 메모리에 저장하여 반출했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주식회사 F에서 해당 자료들을 활용했으며, 이에 피해 회사 주식회사 E는 피고인을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하여 이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퇴사 시 피고인이 반출한 자료들이 피해 회사의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는지 여부, 피고인의 자료 반출 및 사용 행위로 인해 피해 회사가 재산상 손해를 입었는지 여부, 피고인에게 업무상배임죄의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 A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되,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 회사 임원으로서 '재직 시 알게 된 일체의 모든 자료를 개인적으로 저장하거나 취득하여 퇴사하지 않겠다'는 사직원 내용에 따라 퇴사 시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출된 자료들은 영업비밀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업상 주요 자산'에 해당하며, 피고인이 경쟁사를 설립하여 이를 활용한 것은 재산상 이익 취득 및 피해 회사에 손해를 가한 행위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퇴사 수개월 전까지 사용하던 USB의 존재를 잊었다는 주장은 배임의 고의를 부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본 사건은 형법 제356조(업무상배임) 및 제355조 제2항(배임)에 따라 판단되었습니다. 업무상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합니다. 피고인은 피해 회사의 이사로서 회사 자료를 반환하거나 폐기해야 할 임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어기고 경쟁사에 활용함으로써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했습니다.
대법원 판례(2008. 4. 24. 선고 2006도9089 판결 등)에 따르면, '영업상 주요 자산'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사용자가 상당한 시간, 노력 및 비용을 들여 제작한 자료를 의미합니다. 본 사례에서 법원은 기상청 입찰 제안서, 장비별 원가 내역서, 시스템 설치공사계약서, 공사시방서, 시스템 견적서, 그리고 성능시험성적서가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성능시험성적서는 무료 발급 대상이라 할지라도 발급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경제적 위험 부담이 존재하며, 당시에는 정보공개 청구로 쉽게 얻을 수 없는 자료였으므로 영업상 주요 자산으로 인정되었습니다.
업무상배임죄는 회사 직원이 영업상 주요 자산인 자료를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무단으로 반출했다면 반출 시에 성립합니다. 또한 자료를 적법하게 반출했더라도 퇴사 시 이를 회사에 반환하거나 폐기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어기고 경쟁사에 유출하거나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목적으로 보관했다면 이 또한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의 경우, 퇴사 시 자료 반출 금지 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반환하지 않고 경쟁사에 활용한 점이 배임죄의 성립 근거가 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형법 제62조 제1항(집행유예) 및 제62조의2 제1항(사회봉사명령)을 적용하여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사회봉사명령을 함께 내렸습니다. 이는 피고인이 영업비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료를 활용한 점,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 여러 양형 조건을 참작한 결과입니다.
회사를 퇴직할 때 재직 중 취득한 회사 자료는 반드시 반환하거나 폐기해야 합니다. 특히 영업과 관련된 중요한 자료는 더욱 주의해야 하며, 개인 저장 매체에 보관하여 반출하는 것은 법적 책임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영업상 주요 자산'은 반드시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회사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지 않고 상당한 시간, 노력, 비용을 들여 제작한 자료라면 업무상배임죄 성립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퇴사 시 작성하는 '자료 반출 금지' 등의 서약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지므로 그 내용을 숙지하고 준수해야 합니다. 이전 직장에서 얻은 정보를 활용하여 동종 업계의 경쟁사를 설립하거나 이직할 경우, 이전 회사의 자료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으므로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