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주식회사 ○○과 그 대표이사는 외국항행선박 등에 사용 후 남은 석유가 중고연료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수입, 유통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이를 위해 사업자 등록까지 마쳤으나 기획재정부에서 고시한 관세ㆍ통계통합품목분류표에 중고연료가 별도의 품목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청구인들은 기획재정부장관이 관세법령에 따라 중고연료를 품목으로 정하여 품목분류표를 고시하지 않은 것이 자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에게 해당 품목을 고시할 명확한 작위의무가 없다고 보아 심판청구를 각하했습니다.
청구인들은 외국 항행선박에 사용 후 남은 석유를 '중고연료'로 보고 이를 수입하여 국내에 유통하는 새로운 사업을 계획했습니다. 이를 위해 법인 설립 및 사업자 등록까지 마쳤으나 현재 기획재정부가 고시한 관세ㆍ통계통합품목분류표에 '중고연료'라는 별도의 품목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청구인들은 이러한 품목분류의 부재가 사업 영위를 어렵게 하고 자신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하여 기획재정부장관이 품목분류표에 '중고연료'를 신설하는 고시를 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기획재정부장관이 관세법령에 따라 중고연료를 별도의 품목으로 관세ㆍ통계통합품목분류표에 고시하지 않은 부작위가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특히 행정청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한 요건이 충족되는지가 주요 쟁점이었습니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한다. (헌법소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본안 판단 없이 종결)
헌법재판소는 행정권력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려면 공권력의 주체에게 헌법이나 법령에 따라 구체적인 작위의무가 특별히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기획재정부장관에게 중고연료를 품목으로 정하여 관세ㆍ통계통합품목분류표에 고시해야 할 헌법상 또는 법령상 명시적이거나 해석상 도출되는 작위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관세법상 품목분류는 입법자의 넓은 재량이 인정되며 중고연료가 새로운 상품으로 개발되었거나 관세협력이사회의 권고 또는 결정이 있는 등의 사정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청구인들은 관세청에 중고연료에 대한 품목분류 사전심사를 신청하거나 수출입 신고 시 품목분류를 심사받는 절차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품목 고시 의무가 인정되어야만 기본권 침해가 제거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행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 요건: 헌법재판소는 공권력 주체의 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이 허용되려면 공권력 주체에게 헌법에서 유래하는 작위의무(명시적 규정, 헌법 해석상 도출, 법령상 구체적 규정)가 특별히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이에 의거하여 기본권 주체가 공권력 행사를 청구할 수 있음에도 공권력 주체가 그 의무를 게을리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헌재 2011. 8. 30. 2006헌마788 참조).
직업선택의 자유 (헌법 제15조): 국민은 직업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자유에는 기업을 설립하고 경영할 자유인 기업의 자유도 포함됩니다.
조세법률주의 (헌법 제59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는 법률의 근거 없이는 국가는 조세를 부과하거나 징수할 수 없고 국민은 조세를 납부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입법형성적 재량: 조세 부과 및 과세요건 설정과 같이 국가 정책 전반에 걸친 종합적이고 전문기술적인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는 입법자에게 넓은 재량권이 인정됩니다. 따라서 행정기관이 특정 품목을 분류할 구체적인 의무가 항상 도출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재 2001. 12. 20. 2000헌바54 참조).
관세법상 품목분류: 구 관세법 제84조, 관세법 시행령 제98조 제1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장관은 국제협약(HS협약)에 따라 수출입물품의 신속한 통관 및 통계 파악 등을 위해 관세율표를 기초로 품목을 세분한 관세ㆍ통계통합품목분류표를 고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재량적 권한으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시 의무가 아닙니다. 관세법 시행령 제98조 제2항, 제3항에 따르면 관세협력이사회 권고 또는 결정이나 새로운 상품 개발 등으로 변경이 필요할 때 품목분류표를 변경 고시할 수 있으며 특히 국제협약에 따른 권고 또는 결정이 있을 때는 이를 반영할 의무가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중고연료에 대한 이러한 특별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관세법 제86조 (특정물품에 적용될 품목분류의 사전심사)에 따르면 물품을 수출입하려는 자는 수출입 신고 전에 관세청장에게 해당 물품에 적용될 품목분류를 미리 심사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 관세청장은 신청이 없어도 직권으로 품목분류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물품의 품목 분류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제공하며 품목 분류표에 명시되지 않은 물품도 이 절차를 통해 분류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관련 물품의 품목분류가 명확하지 않다면 먼저 관세청에 해당 물품의 품목분류에 대한 사전 심사를 신청하는 절차를 활용해야 합니다. 관세법은 물품을 수출입하려는 자가 수출입 신고 전에 관세청장에게 품목분류를 미리 심사하여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행정기관의 특정 고시 의무 불이행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관에 헌법상 명시적이거나 해석상 도출되는 작위의무 또는 법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된 작위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입증해야 합니다. 단순히 사업상 필요나 기본권 침해 주장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조세 관련 법규나 품목 분류와 같은 사안은 국가 재정, 경제, 사회 정책 등 종합적인 판단과 전문 기술적 판단이 요구되므로 입법자에게 넓은 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입니다. 따라서 개별 품목 분류 신설 요청이 항상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