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채무 · 행정 · 압류/처분/집행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던 A가 파산하기 직전 자신의 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들을 특정인(피고 C, D)에게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행위에 대해, A의 파산관재인이 채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해당 계약들을 취소(부인)하고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A의 재산 처분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관련 계약을 취소하고 피고 C에게 구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A는 개인사업체 'E'를 운영하던 중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2억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2022년 3월 10일, A는 자신의 주요 재산인 제1부동산을 피고 C에게 2억 2,000만 원에 매도하고, 같은 해 4월 21일에는 제2부동산에 대해 피고 D 앞으로 채권최고액 1억 3,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습니다. 당시 A는 여러 금융기관과 거래처에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이 두 부동산 외에는 특별한 재산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이후 A는 2022년 7월 14일 대출금 이자를 연체하여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었고, 신용보증기금은 A의 대출금을 대신 갚아주었습니다. A는 2022년 12월 7일 파산 신청을 하여 2023년 7월 20일 파산 선고를 받았고, 원고인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었습니다. 파산관재인은 A가 파산하기 직전 자신의 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에게 불이익을 주었다고 판단하여, 해당 매매 및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취소하고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A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거의 유일한 재산인 두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담보로 제공한 행위가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해치는 '사해행위'라고 인정했습니다. 피고들(C, D)이 '선의'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피고 C는 원고에게 9,9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하며, 피고 D에게 설정된 근저당권은 취소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주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부인권 행사와 사해행위 취소의 법리가 적용됩니다.
부인권의 행사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91조): 파산관재인은 파산채권자(채무자에게 빚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를 해치는 행위(사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를 취소하고 채무자의 재산을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권리(부인권)를 가집니다. 이 사건에서 A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들을 특정인에게 처분한 행위는 다른 채권자 전체의 공동 담보를 줄여서 채권자들 사이의 평등한 배당을 해치는 '편파적인 행위'로 판단되어 부인 대상 행위에 해당합니다. 특히, A와 피고들 사이의 계약 체결 당시 신용보증기금의 구상금 채권이 곧 발생할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었고 실제로 발생했으므로 부인권 행사의 요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사해행위의 '악의' 추정: 채무자가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다른 채권자들의 공동 담보를 해친다는 '악의'(불이익을 줄 의도)가 있다고 추정됩니다. 또한, 이러한 사해행위로 이득을 본 사람(수익자)도 채무자의 '악의'를 알고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자신들이 '선의'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피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피고 C는 A의 채권자 가족이었고, 매매대금의 일부를 다시 A에게 돌려준 점 등 거래의 비정상적인 측면을 지적했습니다. 피고 D의 경우도 채권 발생의 진정성이 부족하고, 채무 초과 상태에서 특정 채권자에게만 담보를 제공하는 행위가 채권자 평등 원칙에 어긋나는 '편파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원상회복: 부인권이 행사되면 사해행위로 인해 감소된 채무자의 재산을 원래대로 회복시켜야 합니다. 제1부동산 매매의 경우, 부동산 자체를 돌려받기보다는 해당 부동산의 시가에서 기존 담보 대출금 변제액을 제외한 9,900만 원을 돈으로 돌려받도록 했습니다. 제2부동산 근저당권 설정의 경우, 설정 계약 자체를 취소함으로써 근저당권이 없었던 상태로 되돌리도록 했습니다.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채무 초과 시 재산 처분은 신중하게: 사업 부진이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빚이 재산보다 많아 '채무 초과' 상태에 있다면, 자신의 재산을 특정 채권자에게만 갚거나, 배우자, 자녀 등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처분하는 행위는 나중에 '사해행위'로 인정되어 취소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든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으로부터 공평하게 빚을 변제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거래의 투명성과 정상성 확보: 채무자로부터 부동산 등을 매수하거나 담보를 설정받는 경우,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대금의 흐름이 비정상적이거나(매매대금을 지급받았다가 다시 채무자에게 돌려주는 경우), 채권 관계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담보를 설정받는 경우, 나중에 사해행위로 의심받아 계약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무자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파산 절차와 채권자 평등 원칙: 채무자가 파산 선고를 받으면,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을 모아 모든 채권자에게 법에 따라 공평하게 배분하게 됩니다. 이때 파산관재인은 채무자가 파산 직전에 특정 채권자에게만 유리하도록 재산을 처분한 행위들을 찾아내 이를 취소하고 재산을 다시 모아올 수 있습니다.
보증 채무의 구상금: 신용보증기금과 같은 보증기관의 보증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고 채무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하게 됩니다. 채무 초과 상태에서 재산을 처분했다면 이 구상금 채권 역시 사해행위의 대상 채권으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