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직장 내 성추행 및 명예훼손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

원고 A가 직장 동료 B, C, D의 성추행 및 명예훼손 행위와 피고 E병원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을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원은 피고 B의 강제추행 및 명예훼손, 피고 C과 D의 명예훼손 불법행위를 인정했고, 피고 E병원은 이들 피고들의 사용자로서 일부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진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피고 E병원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원고의 독립적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관련 당사자

• 원고 A: 피고 E병원 원무팀 직원으로, 직장 내 성추행 및 명예훼손 피해자입니다.
• 피고 B: 피고 E병원 원무팀 직원으로, 원고 A를 강제추행하고 명예훼손한 가해자입니다.
• 피고 C: 피고 E병원 총무팀 인사담당 직원으로, 원고 A의 성고충 상담 내용을 무단으로 누설하여 명예훼손한 자입니다.
• 피고 D: 피고 E병원 원무팀 팀장으로, 원고 A의 성고충 상담 내용을 다른 직원들에게 누설하여 명예훼손한 자입니다.
• 피고 E병원: 진료사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지역거점종합병원으로, 피고 B, C, D의 사용자로서 일부 공동 책임을 지는 당사자입니다.

분쟁 상황

원고 A는 2017년 6월 26일 피고 E병원에 입사하여 원무팀에서 근무했습니다. 피고 B은 2017년 7월경부터 9월경까지 4차례에 걸쳐 원고 A의 가슴, 엉덩이, 뒷목 부위 맨살을 만지는 등 강제추행했고, 2017년 11월 15일에는 동료 직원들 앞에서 원고가 피고 C의 도움으로 정규직이 되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원고 A는 2017년 8월 초, 총무팀 인사담당자 피고 C에게 성희롱 피해 사실을 상담하면서 비밀 유지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C은 피고 D에게 원고의 성고충 상담 사실을 알리며 원무팀 남자 직원들을 조심시켜야 한다고 말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이어서 피고 D은 원무팀 남자 직원 3명에게 원고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상담했고 외부 기관에 고발하려 하니 조심하라는 취지로 말하여 원고의 명예를 훼손했습니다. 이에 원고 A는 피고 B, C, D의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 및 피고 E병원의 사용자 책임과 더불어, 피고 E병원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금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징계 조치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는 등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핵심 쟁점

피고 B의 원고 A에 대한 강제추행 및 명예훼손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피고 C, D의 원고 A에 대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 불법행위가 성립하는지 여부, 피고 E병원이 피고 B, C, D의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지는지 여부 및 책임의 범위, 피고 E병원이 직장 내 성희롱 예방 및 금지 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독립적인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지 여부입니다.

법원의 판단

1. 피고 B은 원고 A에게 750만 원을 지급하고, 피고 E병원은 피고 B과 공동하여 위 750만 원 중 6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7년 11월 15일부터 2021년 2월 2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합니다.
2. 피고 C은 원고 A에게 피고 E병원과 공동하여 2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7년 8월 10일부터 2021년 2월 2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합니다.
3. 피고 D은 원고 A에게 피고 E병원과 공동하여 15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2017년 8월 10일부터 2021년 2월 2일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을 지급합니다.
4.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는 기각됩니다.
5.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합니다.
6.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

법원은 피고 B의 원고에 대한 강제추행 및 명예훼손, 피고 C, D의 원고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를 불법행위로 인정했습니다. 또한 피고 E병원이 피고 B, C, D의 사용자로서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되는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진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위자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피고 E병원의 남녀고용평등법상 의무 위반에 따른 독립적인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원고의 청구는 일부 인용되고 나머지는 기각되었습니다.

연관 법령 및 법리

1.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타인을 사용하여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조항에 따라 법원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으로 보일 때' 사용자의 책임을 인정합니다. 특히 피용자가 고의적인 가해행위를 한 경우라도, 업무의 수행에 수반되거나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사용자의 권한을 이용하여 발생한 경우 사용자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 피고 E병원은 피고 B, C, D의 일부 불법행위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졌습니다.
2.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법) 제2조 제2호 (직장 내 성희롱의 정의)​: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피고 B의 강제추행 행위는 이 법률에서 규정한 직장 내 성희롱에도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3. 남녀고용평등법 제13조 제4항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을 위한 교육 및 고충 처리를 위한 고충상담원 지정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4.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조치)​: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되면 지체 없이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며, 징계 전에 피해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본 사건에서 원고는 피고 E병원이 이 조항들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병원이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고충상담원을 지정했으며, 징계 과정에서 원고의 의견을 가급적 반영한 것으로 보아 병원의 독립적인 법 위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5. 형법상 강제추행죄 및 명예훼손죄: 피고 B의 행위는 형법상 강제추행죄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고, 피고 C, D의 행위는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어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는 형사 판결이 민사 손해배상 소송에서 불법행위 사실을 인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됨을 보여줍니다.

참고 사항

1. 직장 내 성추행,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가 발생했을 때는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대화 기록, 증언, 형사 고소 진행 결과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사용자는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발생한 경우 사용자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때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것은 행위의 주관적 의도보다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 활동과 관련성이 있다고 보일 때 성립합니다.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은 업무 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사용자의 지위를 이용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3. 다만 모든 직장 내 불법행위가 사용자의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행위의 시간적, 장소적 근접성, 업무 관련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이 사건에서는 점심식사 후 마트 방문 중 발생한 강제추행은 사무집행 관련성이 없다고 보아 병원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4.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상담하는 경우, 상담 내용의 비밀 유지를 명확히 요청해야 하며, 상담자 또한 피해자의 동의 없이 내용을 외부에 누설할 경우 명예훼손 등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5. 사업주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상담 및 고충 처리 절차 마련, 피해자 의견 청취를 포함한 적절한 징계 조치 등을 성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무를 다했다면 사업주의 독립적인 법 위반 책임은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